미술관 명품조연, 김찬용 도슨트

미술관 명품조연, 김찬용 도슨트

2019.04.04.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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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명품조연, 김찬용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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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김찬용 전시해설가


미술관 명품조연, 김찬용 도슨트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초대석 시간입니다. 이 봄. 우리 주변에 놓칠 수 없는 다양한 전시회들이 참 많은데요. 문제는 보고 싶어서 가도 볼 줄을 모른다는 겁니다. 어느 시대,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무슨 내용의 작품인지, 검색하랴, 그림 보랴, 도통 정신이 없는데요. 이 때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작품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한결 작품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초대석에서는 김찬용 전시해설가 모시고, 도슨트의 세계, 또 이 봄 볼만한 전시회 이야기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찬용 전시해설가(이하 김찬용)>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찬용입니다.

◇ 조현지> 김찬용 도슨트, 혹은 전시해설가, 이렇게 부르면 될까요?

◆ 김찬용> 네, 정확합니다.

◇ 조현지> 앞서 제가 설명을 해드렸는데,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작품 감상이 한결 풍성해진다. 저희가 그래서 오늘 이 시간도 조금 더 풍성하게 해주싶사 부탁을 드리고요.

◆ 김찬용> 열심히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현지> 먼저 저희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김찬용> 네, 전업 도슨트로 10년 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미술전시해설가 김찬용이라고 합니다.

◇ 조현지> 저는 여기서 귀에 딱 꽂혔던 게 ‘전업 도슨트’라고 소개를 해주셨거든요. 일단 도슨트가 뭡니까?

◆ 김찬용> 사전적 의미로 얘기로는 라틴어로 docere라는 어원에서 왔고요. 가르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술관에서 안내만 전문적으로 하는 서비스직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저는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로 예를 들면, 조금 좋은 조연. 좋은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즐기실 수 있도록 좋은 조연 역할을 미술관에서 하는 사람들이 도슨트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조현지> 바로 이해가 되는데요. 그러면 전시회 가서 작품 해설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저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큐레이터, 혹은 요즘에는 오디오 가이드, 이런 것을 대여해가라고 하는데요. 일단 오디오 가이드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큐레이터와 도슨트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 김찬용> 사전적 정의가 재미가 없기는 하지만, 큐레이터 같은 경우에는 cura라는 어원에서 와서 그게 보관자, 관리자, 이런 뜻을 가지고 있어서요. 이것도 굳이 영화로 얘기하자면, 큐레이터는 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미술 전체를 기획하고, 작가를 섭외하고, 작품을 어디에 걸지까지 총괄하는 사람을 큐레이터라고 보시면 되고요. 도슨트는 그중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관람객과 마주하면서 안내만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나눠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 조현지> 제가 정리를 해보면, 큐레이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했을 때 그것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게 도슨트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까요?

◆ 김찬용> 너무 아름답게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확할 것 같네요.

◇ 조현지> 그렇군요. 전업이라는 말이 제 귀에 꽂혔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10년째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 하셨어요. 왜 이런 설명을 해주신 걸까요?

◆ 김찬용> 제가 도슨트라는 일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은 12년 정도가 됐거든요. 국내 도슨트는 아직 사실 적게 봐도 80% 이상은 좋게 말하면 재능 기부고, 자원봉사 형태로 많이 근무하고 있어요. 저는 이게 제대로 직업적인 인정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10년 전부터는 전업이라고 혼자 선언을 한 거죠. 어딘가에서 일을 하거나 고용될 때 저는 이게 직업이기 때문에 정당한 보수를 받고 일하겠다, 이렇게 활동하고 있어서요. 약간 독특한 케이스로 보이고 있죠.

◇ 조현지>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가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뿐만 아니라 유적지를 갈 때도 해설가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저는 자원봉사하러 나온 거예요, 라고 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시거든요. 그런 것과 비교가 된다는 말씀인데요. 전업이라고 얘기를 하시니까 그만큼 책임감이랄까요. 준비랄까. 전문성이랄까. 더 높을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준비하세요?

◆ 김찬용> 일단 저는 재능 기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시지만, 아무래도 이것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한테는 보수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면 이것을 계속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그래서 직업적인 책임감을 요청하고 있고요. 재능기부라고 하면 그만큼 교육을 잘 시켜주기는 하죠. 이게 직업이 됐을 때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게 많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는 살아계신 작가분은 직접 만나서 미팅을 하며 정보를 얻는다거나 혹은 논문들을 검색해서 추가적으로 들으시는 분이 즐겁게 들으실 수 있도록 단어를 쉽게 번안해서 안내한다거나 이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리고 앞서서 얘기했던 오디오 가이드. 요즘에는 휴대폰 어플로도 많이 사용을 하기도 하는데요. 오디오 가이드와 직접 듣는 도슨트의 설명.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김찬용> 예전에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해서 활동하는 것은 어떻느냐고 전업이라고 하니까 의뢰를 받았었는데요. 거기에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도슨트하고 오디오 가이드는 라이벌 관계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오디오 가이드는 보통 대여해서 듣다 보니까 정해진 내용을 똑같이 계속 듣게 되죠. 그게 노멀한 내용이기는 한데요. 도슨트는 라디오 방송처럼 라이브라는 강점이 있어서 앞에 어떤 연령대, 어느 정도의 지식 수준의 사람이 있느냐는 상황에 따라서 다른 단어나 다른 내용을 안내할 수 있기 때문에 엄연한 결과물의 차이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도슨트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제가 생각하는 장점 중에 하나는 질문을 할 수가 있잖아요. 여기서 이렇다고 설명을 해주는데 오디오 가이드는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나야 하는데, 왜 그렇지, 나는 그렇게 안 느껴지는데, 라고 생각을 할 때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도슨트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 김찬용> 아무래도 참여하시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되게 큰 장점이 될 것 같고요.

◇ 조현지> 어쩌다가 도슨트를 하게 되셨어요?

◆ 김찬용> 저는 원래 순수미술 서양화를 전공해서요. 그림 그리는 게 전공이었는데요. 졸업할 때가 되니까 그림으로 내가 과연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때 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가 이것을 먹고살기에는 속된 말로 천재성은 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는 미술을 너무 좋아하는데 좋은 미술 작품들이 요즘 관람객분들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그러면 내가 중간에서 좋은 중간자가 되어보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조현지> 김찬용 해설가의 도슨트 해설을 듣고 직장을 그만 둔 분도 있었다고 하던데,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었을까요?

◆ 김찬용> 그 이야기가 이제 6, 7년 된 것 같기는 한데요. 세종문화회관에서 ‘점핑 위드 러브’라고 해서 필립 할스만이라는 점프 사진만 찍는 작가의 전시가 있었거든요. 점프에 마치 혈액형처럼 인간의 심리가 담긴다고 발표한 작가였는데요. 사실 심리학과에서는 이게 인정된 이론은 아니기는 한데요. 오시는 분들에게 희망이 되는 전시였던 거죠. 저도 안내를 할 때 이 전시를 보면서 참여하신 여러분도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얻으시면 좋겠다는 시긍로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안내를 들었던 한 남자 관객분이 일주일 있다가 다시 또 와서 들으시더니 끝나고 조용히 와서 질문처럼 말씀하신 게 이 전시하고 도슨트를 듣고, 내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지게 되어서 원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시고 꿈꾸는 일을 시작하셨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되게 책임감을 느낀 동시에 저는 그게 예술이 줄 수 있는 좋은 자극이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입니다.

◇ 조현지> 설명을 듣고 도슨트의 길을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자기의 꿈을 찾으러 간 거군요.

◆ 김찬용> 엄연히 얘기하면 도슨트는 아니었고요. 그분은 상담사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그쪽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 조현지> 되게 뿌듯하셨겠어요.

◆ 김찬용> 네, 사실 부담도 되게 컸는데, 어찌 보면 인생의 자극을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또 그게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하고요.

◇ 조현지> 그리고 최근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열리고 있어서 화제에요. 김찬용 해설가가 개인 유튜브에도 봄 추천 전시 BEST 3 안에 올린 전시던데, 데이비드 호크니, 어떤 작가입니까?

◆ 김찬용>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 시대 자체를 대표하는 화가. 요즘은 작가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이 사람은 페인팅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우리가 조금 더 익숙하게 알고 있는 키스 해링이나 바스키야나 앤디 워홀 시대에 살았던 사람인데, 나머지는 단명했는데, 이 사람은 영국 출신으로서 장수해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죠.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이 사람의 작품 연대기를 두루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조현지> 이 전시회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관람하면 좋을까요? 도슨트가 주는 팁이 있을까요?

◆ 김찬용> 호크니 하면 보통 기대하시는 게 이분 작품이 작년 11월에 경매에서 한 점이 1020억 원에 판매되어서 생존 작가 중 제일 비싸다고 되어 있는데요. 그 작품 시리즈가 ‘첨벙’이라는 시리즈라서 수영장 시리즈가 익숙하실 텐데요. 그 초기작보다는 오히려 현대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는 많이 있을 겁니다. 너무 익숙한 것만 보려고 하지 마시고,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은 화가로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구나, 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봐주시면 조금 더 다양하면서도 즐겁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조현지> 좋습니다. YTN 사옥 1층에도 24시간 문을 여는 오픈 갤러리가 있어요. 아트 스퀘어라고. 혹시 오시면서 보셨나요?

◆ 김찬용> 네, 오늘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구경하고 왔습니다.

◇ 조현지> 옆에 간단한 팜플렛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보면서 회사 1층에 이런 게 있으니까 좋다, 하는데 가끔은 이 작품은 어떻게 이해할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어떤 정보 없이 작품을 대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까요?

◆ 김찬용> 저는 그 부담 자체가, 특히 국내에서는 미술도 왠지 학문처럼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어서 그 자유가 부담이신 경우가 있는데요. 저는 자유롭게 보시는 게 오히려 정답이라고 생각하기는 하거든요. 특히 작가분들도 본인 의도가 있든 없든 감상자가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시는 작가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옆에 텍스트나 정보로 받아들이시는 것도 재미있을 거고요. 그 이전에 저는 직관적으로 부담을 갖지 말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행복하다, 슬프다, 직접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조현지> 네, 청취자 한분께서 “김찬용 도슨트님 너무 좋아요. 라디오로 들리는 목소리도 좋네요.” 팬 분이 문자를 주셨나봐요.

◆ 김찬용> 감사합니다.

◇ 조현지> 끝으로 김찬용 전시해설가가 꿈꾸는 꿈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김찬용> 가끔 저한테 물어보시는 게 도슨트의 직업화가 꿈이냐고 물어보시는데, 제 꿈은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고요. 직업을 선택한 것도 직업적인 스트레스가 적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그 스트레스가 전이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행복한 직업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 직업이 온전히 완성돼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꿈을 꾸는 게 제 제일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조현지> 오늘 행복한 분을 한 분 더 만났네요.

◆ 김찬용>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 조현지> 오늘 초대석, 김찬용 전시해설가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바쁘신데 스튜디오에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찬용>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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