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안에 갇힌 짐승"...출구 찾는 소시민들

"나는 우리 안에 갇힌 짐승"...출구 찾는 소시민들

2018.10.28.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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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력에 감히 맞설 용기를 내지 못해 궁지에 빠져 들어가는 소시민의 고뇌를 그린 블랙코미디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가혹한 현실과 불가항력적 상황에 갇혀 전전긍긍하는 약자를 담은 잇단 작품들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갑갑한 단면을 엿봅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980년 군사정권 시절 얼떨결에 강도를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된 시민 김두관.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되지만 당시 효도왕, 세금왕 등 수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정권 홍보를 위해 이용될 뿐입니다.

어느 날 강도 누명을 쓰고 복역하던 이오구가 출소해 김두관을 찾아오면서 급기야 꼬이고 꼬이는 수렁 속으로 빠져듭니다.

[공연 장면 : 갇혔어요! 우리 안에 갇힌 짐승입니다. 나도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짐승이에요.]

[황무영 / 김두관 역 배우 : 소시민들이 국가 권력에 맞서서 싸울 용기가, 개인으로선 쉽지 않았기 때문에 (수렁 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군사정권이 만든 악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기구한 인생은 30년 넘게 이어집니다.

[최치언 / 창작집단 상상두목 연출가 : 잘못된 역사 속의 인연은 악연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 딜레마를 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국내에 초연된 해외 저명 작가의 작품들도 절박한 현실 속에서 출구를 찾기 위한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남아공 작가 아돌 후가드의 '돼지우리'는 총살을 피하고자 돼지우리에서 41년간 숨어 산 탈영병 파벨의 가혹한 인생을 다룹니다.

꽥꽥대는 돼지 소리와 분뇨에서 벗어나길 갈망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파벨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영국 연극의 미래'로 불리는 알리스테어 맥도월의 작품은 더 극단적인 단절과 고립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지구에서 수십억 킬로미터 떨어진 명왕성, 갑자기 지구와의 교신이 끊긴 탐사기지 안에 갇힌 대원들의 불안과 공포는 이 사회의 상실과 두려움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YTN 이교준[kyojoon@ytn.co.r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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