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이상한 문화재청 지도

⑥[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이상한 문화재청 지도

2017.09.26. 오전 12:1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문화유적 분포지도 제작은 인건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사업이에요. 대충 하는 거죠. 이미 알려진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표시하고, 유물산포지 있을 만한 몇 곳 찾아서 추가하는 정도였을 것입니다."

YTN은 매장문화재 보존 업무에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인 문화재청의 문화재 지도가 부실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 대학 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재 지도는 애초에 처음 제작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여 전 지도 제작 당시 한 개 시군 단위에 사업 예산이 1억 원 정도로 책정되었어요. 1억 원이 많은 것 같지만, 거의 인건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거든요. 연구원 한두 명에 다 떠맡기는 사업인 거죠." 특히 연속지적도가 나오기 전이라 손으로 종이에 영역을 그려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만난 문화재 전문가들은 현 문화재청 지도에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유존지역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난개발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도 YTN 보도가 나간 뒤, 보완이 시급한 유존지역부터 조정한 뒤. 예산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문화유적 분포지도의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화재 지도지만, 인터넷이나 정부 인트라넷을 통해 공유하는 전자 지도의 유존 지역 정보는 매장문화재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핵심 정보이다. 근무 경험도 길지 않고, 관련 지식도 부족한 공무원일수록, 건축 인허가 서류를 검토할 때 거의 유일하게 의존하는 자료가 문화재 지도이기 때문이다. 유존지역 안에 들어오면, 지표나 입회, 표본 조사 등의 문화재 조사를 검토하고, 유존지역 바깥이면 3만 제곱미터 이상인 공사에 대해서만 지표 조사를 시키는 식이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문화재 지도의 정보 누락 사실을 보도한 이후에 2차 분석을 시도했다. 기존의 분석에서도 미처 잡아내지 못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육안을 통한 수작업과 컴퓨터 작업을 병행한 결과 더 많은 누락 영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경기도 양주시는 79개의 유존지역이 문화재청 지도에 더 업데이트돼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에 찾았던 56개 영역보다 23개 정도가 더 많은 영역이자, 기존 보도의 축구장 160개보다 넓은 축구장 267개 면적으로 분석됐다. 서울특별시의 사대문 안 지역은 비슷한 유물산포지에 대해 문화재청 유존지역보다 서울시 지도의 유존지역이 좀 더 작게 설정된 경우와 더 크게 표시된 경우가 섞여 있었다. 문화재청 지도에는 전혀 없고 서울시 문화재 지도에만 표시된 유존지역만을 합산해보면 332개 영역에 달했다. 축구장 55개 면적이 문화재청 지도에 반영이 채 안 된 셈이다. 계산 방법을 달리했지만, 이전 보도에서 밝혔던 241개 영역보다 더 많은 유존 영역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⑥[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이상한 문화재청 지도

서울과 양주시는 지자체가 별도의 매장문화재 지도를 제작해 운용하고 있는 경우이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문화재청 지도에 누락된 유존지역은 문화재 행정의 사각지대로 곧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컴퓨터로 공간 분석을 해본 결과, 매장문화재 지표 조사에서 유물이나 유적, 유구가 있는 것으로 판정되었으나 문화재청 문화재 지도에는 반영이 안 된 영역은 전국적으로 3,653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기존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과 조금이라도 걸쳐 있는 구역은 제외한 결과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지표 조사에서 유물이 발견되었어도 정밀발굴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면 별도 유존지역으로 추가 지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나중에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재청의 지도는 인터넷 전자지도와 종이책 지도로 나뉜다. 종이책 지도의 경우 출간한 지 10여 년 동안 한 번도 개정판이 안 나온 상태이다. 이 종이책 지도의 이름은 문화유적 분포지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범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성한 문화유적분포지도에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표시된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로 시행령에서 말하는 문화유적 분포 지도는 종이책을 염두에 둔 명칭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에는 GIS 전자 지도가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다. 지자체의 한 문화재 담당 공무원은 "문화재청 전자지도는 법적 근거가 불확실하지만, 일선에서는 대부분 이 전자지도를 근거로 문화재 조사를 조치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주 구(舊)도심의 왕경유적지에 대한 유존지역 표시를 살펴보면 더욱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래 지도의 종이책, 문화유적 분포지도는 붉은색 영역과 파란색으로 매장문화재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도심을 통째로 유존지역으로 설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⑥[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이상한 문화재청 지도

반면에 문화재청 인터넷 지도에는 경주 도심의 일부 영역만 유존지역으로 나타나 있다.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에서 왕경유적이 집중된 구역이건만, 정부 문화재 지도에는 확연히 다른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셈이다. 경주시 측은 수년 잔에 이 같은 혼선을 발견하고 GIS 지도에도 구도심 전체를 유존지역으로 표시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했지만, 아직도 반영이 안 된 상태라고 밝혔다.


⑥[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이상한 문화재청 지도

위 지도 사진은 문화재청 공간정보서비스 사이트의 인터넷 지도를 그대로 캡쳐한 모습이다. 지도 하단에는 '본 서비스의 제공 정보는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 참조 정보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문화재 지도가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 정보를 제때에 취합하지도 못하고, 지도에 정확히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했고 문화재청은 인정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서 오는 법적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일까? 문화재청 GIS 지도가 각종 개발 사업의 인허가 업무와 문화재 보존 관련 행정의 중요한 판단 자료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정작 지도에는 참조 정보일 뿐이라고 밝힌 이 모순은 문화재 행정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취재 • 기사 • 데이터 분석 : 함형건 기자 [hkhahm@ytn.co.kr]
그래픽 디자인 : 강현우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매장문화재 관련 온라인 기사 =

①'소리없는 난개발'…매장문화재 SOS 지도
http://www.ytn.co.kr/_ln/0106_201708311445521186

②천하명당 정조대왕릉, 용의 여의주는 어디로 갔을까
http://www.ytn.co.kr/_ln/0106_201709051616444311

③[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수원 화성에서 경주 신라 고분까지...'깜깜이 건축 공사'의 민낯
http://www.ytn.co.kr/_ln/0106_201709082015093189

④[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매장문화재 SOS 지도 숨은그림찾기
http://www.ytn.co.kr/_ln/0106_201709221508423895

⑤[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담당 공무원 61% 일반행정직...교체도 잦아
http://www.ytn.co.kr/_ln/0106_201709251854008616

매장문화재 SOS 지도 어떻게 만들었나
http://www.ytn.co.kr/_ln/0106_201708311539190282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매장문화재 관련 방송 리포트 =

①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② 방치된 백제 토성…소규모 난개발의 그늘




③ 문화재청 지도 정보 무더기 누락..."행정에 구멍"




④ 유적 발굴해놓고 나 몰라라...55% 부실 관리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