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한글날이었던 9일 오후 2시, 2014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와 엘지트윈스의 경기가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엘지 '골수팬' A씨(30)는 유격수 오지환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모자를 쓴 헬로키티 인형이 달린 머리띠를 끼고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를 보러 올 때마다 들고 다니는 트윈스가방에는 응원 도구와 시원한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준비해 야구장 패션을 완성했다.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가을 야구에 진출할 4개 팀이 가려지는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야구팬들의 응원 열기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잠실야구장 정문 쪽에 위치한 '엘지트윈스샵'은 각종 '굿즈'(Goods)를 쇼핑하는 팬들로 북적였다.
'굿즈'는 야구팬들을 위해 각 구단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프로야구에서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선수용 유니폼과 모자에 한정됐었던 굿즈의 전통적인 모습부터 야구장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게 된 오늘까지. 야구팬들을 위한 굿즈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 트렌디하게 변신한 유니폼과 모자…'굿즈의 기본'
프로야구는 더 이상 보기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야구장 안에서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즐기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끼리 끈끈한 동질감을 확인한다. 그 중심에 굿즈가 자리 잡고 있다.
굿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 상품은 선수들이 입고 쓰는 오리지널 유니폼과 모자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어디인지, 어떤 선수를 응원하는지 직접 드러나기 때문에 팬으로서의 정체성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니폼과 모자는 팬들로부터 변함없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상품이다.
두산베어스의 팬인 B씨(29)는 "프로야구에 입문하고 두산의 팬이 되면서 가장 먼저 구매한 굿즈가 김현수와 정수빈 선수의 유니폼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잘할 때마다 동질감이 느껴져 야구를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유니폼과 야구모자도 점차 '패셔너블'해지는 추세다. 눈에 띄게 늘어난 여성, 어린이 관중을 겨냥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후로 팬층이 확 두터워졌다.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 가족 단위의 팬이 늘어나자 오리지널 유니폼 외에 여성팬을 위한 '핑크유니폼'과 어린이용 유니폼이 등장했다. 구단별로 '레전드유니폼', '챔피언유니폼'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유니폼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야구모자 역시 훨씬 예뻐지고 화려해졌다. 최근 챙이 넓고 평평한 스타일의 모자인 '스냅백'(Snapback) 열풍이 불면서 덩달아 야구팬들에게 판매되는 모자도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구단별로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모자나 특정 선수의 기록을 기념한 모자 등을 선보이고 있고, 한 구단당 모자 디자인 수가 많게는 50여 종에 이르기도 한다.
◆ 굿즈로 표현하는 야구사랑…'야구는 일상이다'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시즌 '엘지 유광점퍼 대란'을 기억할 것이다. 엘지트윈스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자 가을 야구의 상징 유광점퍼 6,500여 벌이 판매와 동시에 동이 났다. 온라인 쇼핑몰 서버는 유광점퍼를 사려는 팬들의 접속 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에게 굿즈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팬으로서 소속감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후드티나 야구점퍼,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텀블러 등으로 야구에 대한 애정을 일상에서도 드러내는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흐름을 타고 각 구단은 이전에는 보지 못한 기발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에스케이와이번스, 한화이글스 등 7개 구단은 애완견을 위한 유니폼, 일명 '개니폼'을 판매 중이다. 말 그대로 강아지가 입을 수 있는 유니폼이다. 기아타이거즈 팬 C씨(27)는 "다른 구단의 '개니폼'을 보고 나의 애완견에게도 기아 유니폼을 입혀주고 싶었다. 그래서 구단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 '개니폼' 판매를 요청해 사게 됐다"고 밝혔다.
야구장에서 마실 거리를 즐기는 팬들을 위한 텀블러도 인기 굿즈 아이템이다. 또 여성팬을 위한 미니파우치를 비롯해 인형 쿠션, 피규어 방향제, 야구공 스피커, 손목시계, 카드홀더 등 다양한 종류의 굿즈가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600만 관중' 시대 힘입어, 굿즈도 다양화·대중화
야구팬 굿즈 시장 관계자들은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과 굿즈의 발전은 정비례한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야구가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600만 관중 동원을 기록하면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이 굿즈의 다양화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엔씨다이노스의 박중언 홍보팀 과장은 "여가가 생기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굿즈도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 야구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야구팬으로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기회가 많아진 것도 굿즈 트렌드의 변화를 이끈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구단의 굿즈 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 '에프에스에스엔엘'(FSSNL)의 배성일 기획팀 팀장도 "프로야구의 열기에 편승해 굿즈 상품의 구색 및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변화했다. 요즘은 트렌드의 변화가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나이나 성별에 따른 상품 선호도를 분석해 시기에 맞는 굿즈를 출시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굿즈가 야구팬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선수들의 '재미있는 야구, 이기는 야구'일 것이다.
엔씨다이노스 박중언 과장은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팀의 성적에 따라 팬들의 사랑이 바로 드러난다. 이번 시즌은 엔씨다이노스 선수들이 좋은 성적과 기록을 거두고 있어 굿즈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트윈스 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성적이 좋으면 관중 수도 늘고 자연스럽게 굿즈 상품의 매출도 오른다. 특히 그날그날 결정되는 경기의 승패가 경기 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제 '유니폼은 선수들만 입는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변했다. 응원하는 팬들도 한 팀으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굿즈들이 다양하게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TN PLUS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출처 = KBS N SPORTS 중계화면, 에프에스에스엔엘, 두산베어스, 롯데자이언츠, 엔씨다이노스, 에스케이와이번스, 엘지트윈스, 한화이글스, 헬로트윈스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엘지 '골수팬' A씨(30)는 유격수 오지환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모자를 쓴 헬로키티 인형이 달린 머리띠를 끼고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를 보러 올 때마다 들고 다니는 트윈스가방에는 응원 도구와 시원한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준비해 야구장 패션을 완성했다.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가을 야구에 진출할 4개 팀이 가려지는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야구팬들의 응원 열기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잠실야구장 정문 쪽에 위치한 '엘지트윈스샵'은 각종 '굿즈'(Goods)를 쇼핑하는 팬들로 북적였다.
'굿즈'는 야구팬들을 위해 각 구단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프로야구에서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선수용 유니폼과 모자에 한정됐었던 굿즈의 전통적인 모습부터 야구장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게 된 오늘까지. 야구팬들을 위한 굿즈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 트렌디하게 변신한 유니폼과 모자…'굿즈의 기본'
프로야구는 더 이상 보기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야구장 안에서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즐기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끼리 끈끈한 동질감을 확인한다. 그 중심에 굿즈가 자리 잡고 있다.
굿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 상품은 선수들이 입고 쓰는 오리지널 유니폼과 모자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어디인지, 어떤 선수를 응원하는지 직접 드러나기 때문에 팬으로서의 정체성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니폼과 모자는 팬들로부터 변함없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상품이다.
두산베어스의 팬인 B씨(29)는 "프로야구에 입문하고 두산의 팬이 되면서 가장 먼저 구매한 굿즈가 김현수와 정수빈 선수의 유니폼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잘할 때마다 동질감이 느껴져 야구를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유니폼과 야구모자도 점차 '패셔너블'해지는 추세다. 눈에 띄게 늘어난 여성, 어린이 관중을 겨냥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후로 팬층이 확 두터워졌다.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 가족 단위의 팬이 늘어나자 오리지널 유니폼 외에 여성팬을 위한 '핑크유니폼'과 어린이용 유니폼이 등장했다. 구단별로 '레전드유니폼', '챔피언유니폼'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유니폼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야구모자 역시 훨씬 예뻐지고 화려해졌다. 최근 챙이 넓고 평평한 스타일의 모자인 '스냅백'(Snapback) 열풍이 불면서 덩달아 야구팬들에게 판매되는 모자도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구단별로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모자나 특정 선수의 기록을 기념한 모자 등을 선보이고 있고, 한 구단당 모자 디자인 수가 많게는 50여 종에 이르기도 한다.
◆ 굿즈로 표현하는 야구사랑…'야구는 일상이다'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시즌 '엘지 유광점퍼 대란'을 기억할 것이다. 엘지트윈스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자 가을 야구의 상징 유광점퍼 6,500여 벌이 판매와 동시에 동이 났다. 온라인 쇼핑몰 서버는 유광점퍼를 사려는 팬들의 접속 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에게 굿즈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팬으로서 소속감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후드티나 야구점퍼,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텀블러 등으로 야구에 대한 애정을 일상에서도 드러내는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흐름을 타고 각 구단은 이전에는 보지 못한 기발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에스케이와이번스, 한화이글스 등 7개 구단은 애완견을 위한 유니폼, 일명 '개니폼'을 판매 중이다. 말 그대로 강아지가 입을 수 있는 유니폼이다. 기아타이거즈 팬 C씨(27)는 "다른 구단의 '개니폼'을 보고 나의 애완견에게도 기아 유니폼을 입혀주고 싶었다. 그래서 구단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 '개니폼' 판매를 요청해 사게 됐다"고 밝혔다.
야구장에서 마실 거리를 즐기는 팬들을 위한 텀블러도 인기 굿즈 아이템이다. 또 여성팬을 위한 미니파우치를 비롯해 인형 쿠션, 피규어 방향제, 야구공 스피커, 손목시계, 카드홀더 등 다양한 종류의 굿즈가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600만 관중' 시대 힘입어, 굿즈도 다양화·대중화
야구팬 굿즈 시장 관계자들은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과 굿즈의 발전은 정비례한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야구가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600만 관중 동원을 기록하면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이 굿즈의 다양화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엔씨다이노스의 박중언 홍보팀 과장은 "여가가 생기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굿즈도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 야구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야구팬으로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기회가 많아진 것도 굿즈 트렌드의 변화를 이끈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구단의 굿즈 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 '에프에스에스엔엘'(FSSNL)의 배성일 기획팀 팀장도 "프로야구의 열기에 편승해 굿즈 상품의 구색 및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변화했다. 요즘은 트렌드의 변화가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나이나 성별에 따른 상품 선호도를 분석해 시기에 맞는 굿즈를 출시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굿즈가 야구팬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선수들의 '재미있는 야구, 이기는 야구'일 것이다.
엔씨다이노스 박중언 과장은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팀의 성적에 따라 팬들의 사랑이 바로 드러난다. 이번 시즌은 엔씨다이노스 선수들이 좋은 성적과 기록을 거두고 있어 굿즈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트윈스 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성적이 좋으면 관중 수도 늘고 자연스럽게 굿즈 상품의 매출도 오른다. 특히 그날그날 결정되는 경기의 승패가 경기 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제 '유니폼은 선수들만 입는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변했다. 응원하는 팬들도 한 팀으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굿즈들이 다양하게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TN PLUS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출처 = KBS N SPORTS 중계화면, 에프에스에스엔엘, 두산베어스, 롯데자이언츠, 엔씨다이노스, 에스케이와이번스, 엘지트윈스, 한화이글스, 헬로트윈스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