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임상' 정책에 백신 후발 주자들, 진퇴양난

'비교 임상' 정책에 백신 후발 주자들, 진퇴양난

2021.11.24. 오전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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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국내 바이오 업체들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땀 흘린 결과물이 최근 나오고 있는데, 마지막 검증단계인 임상시험의 벽에 부딪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임상시험에 성공한다 해도 국내 보급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는데, 무슨 사연인지 이성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백신 임상 시험은 3단계로 진행됩니다.

1상에서 안전성 확인하고, 소규모 2상과 대규모 3상에서 효능을 검증합니다.

통상 수만 명이 참여하는 3상에서 개발 중인 백신과 위약을 대조군에 투여해 효능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이미 백신을 접종한 상황에서 대조군을 찾기도 어렵고, 미 접종자가 있다 하더라도 백신 대신 위약을 맞는 시험에 참여하게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김강립 / 식품의약품안전처장(8월) :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위약 대조 방식으로 3상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이런 이유로 보건당국은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할 때 비교 임상 방식을 택했습니다.

비교 임상은 위약이 아닌 이미 승인을 받은 다른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삼아 임상 3상을 시작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구한 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다른 업체들은 기존 백신 구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비교 임상은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 상대적으로 상용화가 수월해, 선발 백신 업체가 후발 업체에 대조 백신 제공을 꺼립니다.

또 정부가 구매한 해외 백신 백신은 계약상의 문제로 임상시험의 대조 백신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임상시험에 써도 문제가 없는 해외에서 허가받은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백영옥 / 백신 개발업체 대표이사 :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인도에서 생산되는 백신, 태국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이용해서 해외에서 직접 임상 3상을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임상에 성공해도 그 결과가 국내에서는 인정되지 않아 국내 보급은 불가능합니다.

자칫 국내 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백신의 혜택을 자국민이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대조 백신 확보에 국제 공조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입니다.

YTN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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