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반려동물과도 거리두기 해야 한다?

우리 집 반려동물과도 거리두기 해야 한다?

2020.04.07. 오후 3:4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우리 집 반려동물과도 거리두기 해야 한다?
AD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우리 집 반려동물과도 거리두기 해야한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2주 연장됐죠. 사람들과 마음은 가까이, 몸은 멀리하고 있지만 불안감과는 거리두기가 참 힘든데요. 설마하고 우리의 신경을 꽉 잡았던 그 뉴스들! 과학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 조현지] 요즘 매일매일 코로나19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죠. 여전히 새로운 소식들도 많이 나오는데요, 제가 오늘 우연히 이동은 기자의 리포트를 봤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람이 동물에게 감염시킬 수 있느냐, 이런 얘기였던 것 같은데요?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이하 이동은)] 네, 맞아요. 요즘 이 코로나19가 동물에게 감염된 사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혹시 사람이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게 아니냐 이런 궁금증이 많더라고요.

◇ 조현지] 네, 저도 궁금했었는데요, 얼마 전에는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고요?

◆ 이동은] 맞아요. 많은 분이 소식을 접하셨을 텐데요,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는 말레이시아 호랑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호랑이는 올해로 4살이 된 '나디아'라는 이름의 호랑이인데요, 지난달 27일에 코로나19 증상을 보여서 검사를 했더니 양성 반응이 나온 겁니다. 그런데 이 동물원의 경우는 앞서 지난달 16일에 이미 폐쇄 조치를 했거든요. 그래서 아마 직원으로부터 감염이 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 조현지] 호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건 처음이죠?

◆ 이동은] 네, 미국 내에서 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린 것도 처음이고요, 전 세계적으로도 호랑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브롱크스 동물원에서는 현재 다른 호랑이와 사자 6마리가 추가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물론 동물원 측에서는 이 동물들이 조만간 다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아무래도 사람과의 접촉으로 감염이 된 것 같은데요, 우리가 보통 전염병이라고 하면 동물이 옮긴다고 생각하잖아요? 뭐 쥐라든가 박쥐가 대표적이고요, 그런데 반대로 사람이 동물에게 이런 감염병을 옮기는 것도 가능한 건가요?

◆ 이동은] 네, 그렇죠. 아직 사례가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데요, 실제로 이렇게 사람이 동물에게 옮기는 감염병을 '역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합니다.

◇ 조현지] 역인수공통감염병이요?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의 반대라는 뜻인가요?

◆ 이동은] 맞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같은 병원체에 의해서 질병을 앓게 되는 걸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잖아요? 원래 의미는 단순히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뜻인데, 보통은 동물에서 문제가 되는 감염병이 사람으로 전파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 말하죠. 그래서 이것과 반대로 사람에게서 문제가 되는 병원체가 동물에 옮겨가는 경우를 구분해서 '역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는 겁니다.

◇ 조현지] 그럼 이렇게 사람이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는 경우가 계속 있었다는 거네요?

◆ 이동은] 네, 사람이 동물에게 옮기는 질병은 간염이나 홍역, 폐렴 또 우리가 잘 아는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헤르페스 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런 '역인수공통감염병'이 주로 발생하는 경우가 바로 동물원과 국립공원인데요, 우선 관람객들이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동물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고요, 수의사나 사육사들, 또 동물원에 물품을 나르거나 청소를 하러 오는 분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과 동물이 만날 확률이 높겠죠. 실제로 전 세계에 약 1,300여 개의 동물원과 수족관이 있는데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7억 명에 달한다고 하니까 그만큼 동물과 사람이 만나는 일도 많아지는 겁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사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라서 아직 좀 낯선데요, 말씀하신 '역인수공통감염병'이 실제로 일어난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 이동은] 대표적인 게 아프리카의 한 국립공원 사례인데요, 지난 2003년, 탄자니아에 있는 마할레 마운틴 국립공원의 침팬지들에게서 급성 호흡기 질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홍역이나 독감 증상이랑 비슷했는데요, 치사율이 33%에서 무려 98%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확인 결과, 이 침팬지들이 사람에게서 유래된 '메타뉴모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거죠. 이 바이러스가 사람한테는 일반적인 겁니다. 보통 봄철 호흡기 질병이 있으면 이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요, 열이나 기침 등의 감기 증상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침팬지한테 바이러스가 옮겨가면 이렇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거죠. 이 메타뉴모 바이러스는 이후에도 수차례 사람에게서 침팬지로 감염된 게 확인이 됐습니다.

◇ 조현지] 그럼, 사람과의 접촉 때문에 침팬지한테 바이러스가 옮겨간 게 확인이 된 거네요?

◆ 이동은] 그렇죠. 실제로 이 마할레 마운틴 국립공원의 경우는 침팬지와 사람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거의 1~2m 앞까지 아주 가까이 가서 침팬지를 볼 수 있었고요, 또 어떤 경우는 직접 만질 수도 있게 했는데요, 아마도 그 결과 이렇게 침팬지에게 사람의 바이러스가 옮겨갈 것이라고 추정했고요, 이후에 직접적으로 이런 감염 경로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 조현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옮길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 이동은] 네, 물론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국립공원들도 일찌감치 폐쇄 조치를 했는데요,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이렇게 영장류나 사람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유인원이 사는 곳에서는 더 문제가 클 수밖에 없는데요, 아시다시피 고릴라나 침팬지,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은 사람과 유전자가 99% 가까이 비슷합니다. 그만큼 공유할 수 있는 병원체가 많다는 이야기죠.

◇ 조현지] 그래도 아직 유인원에게 코로나19가 감염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거잖아요?

◆ 이동은] 네, 아직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지난 2016년에 사람에게서 침팬지에 옮겨진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이번 코로나19가 유인원에게 감염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데요,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을 모르고 국립공원을 찾았다가 대규모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고, 지금처럼 국립공원이나 동물원을 폐쇄했다고 하더라도 밀렵꾼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유인원을 포함한 영장류의 경우는 멸종위기에 놓인 종이 많아서 더 큰 문제가 되는데요, 2017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영장류의 60%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75%는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조현지] 만일 코로나19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처럼 유인원에게 빠른 속도로 감염이 된다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보통 동물 하면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얼마 전에 개나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도 나왔고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어요.

◆ 이동은] 그렇죠. 홍콩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반려 고양이나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요, 또 다른 확진자의 반려견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뒤에 죽은 일도 있습니다. 벨기에에서도 확진자의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아직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중국 연구팀이 다양한 종류의 동물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해 봤더니 고양이와 흰색담비가 이 바이러스에 아주 민감한 걸로 나타났고요, 몸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증식했다는 겁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서 다른 고양이에게 다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고양이가 바이러스를 고양이에게, 또는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얘기죠.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는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았고요, 바이러스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또 돼지나 닭, 오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물론 아직은 검증이 더 필요한 내용이고요, 만일 이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코로나19는 공식적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이 되는 거죠.

◇ 조현지] 그럼 아직은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코로나19를 옮긴다고 볼 수는 없는 건가요?

◆ 이동은] 물론 반려동물이 감염된 사례가 나오고 있고요, '역인수공통감염병' 자체가 개나 고양이 같은 모든 동물을 포함해서 발생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일반화하기에 사례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보면 엄청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비해서 아직 반려동물의 감염 사례는 극히 적다고 봐야 하는데요, 이 동물들이 확인되지 않은 질병을 앓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각각의 생활 환경이 어떻게 달랐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건데요, 감염 걱정 때문에 일부러 반려동물과 거리를 두게 되면 오히려 동물들이 불안감을 느끼게 돼서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으니까요, 만일 확진 환자의 경우라면 조금 거리를 둘 필요는 있겠죠.

◇ 조현지] 이기자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