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없이 울리는 재난문자, 기준은 없는걸까?

하루에도 수없이 울리는 재난문자, 기준은 없는걸까?

2020.03.17. 오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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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없이 울리는 재난문자, 기준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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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하루에도 수없이 울리는 재난문자, 기준은 없는걸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던 내 휴대전화가 요즘 밤낮없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긴급재난문자 덕분인데요. 가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긴급재난 문자! 고맙지만 가끔은 귀찮기도 한데요. 누가 이렇게 부지런하게 보내는 걸까요? 이런 것도 혹시 과학적으로 풀어볼 수 있는 걸까요?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 조현지] 저희가 매주 이야기 나누고 있는 코로나19, 이번 주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두고 계세요.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이하 이동은)] 네, 벌써 코로나19 이야기를 한 게 두 달쯤 된 것 같은데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게 지난 1월 20일이니까요, 실제로 두 달이 다 돼 갑니다. 그동안 코로나19가 우리 생활 모습을 많이 바꿔놨죠. 마스크 쓰기는 이제 필수가 됐고요, 손도 예전보다 더 꼼꼼히 자주 씻게 됐고 또 '사회적 거리'에 대해서도 많은 분이 공감하게 된 것 같아요.

◇ 조현지] 맞아요. 이제는 좀 적응이 됐다고 느낄 정도로 개인위생 관리에 관심을 더 갖게 됐는데요, 저는 한 가지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바로 이 재난 문자예요.

◆ 이동은] 네, 저도 공감합니다. 매일 몇 번씩 받는 문자인데도 올 때마다 혹시나 하고 보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이 문자가 항상 유용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아마 많은 분이 느끼실 거예요.

◇ 조현지] 맞아요. 안 와도 불안한데, 막상 온다고 해서 지금 당장 유용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거주지나 직장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오는 문자도 많고요.

◆ 이동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직장이나 집이 모두 마포구에 있는데요, 서울시부터 경기도, 가까운 고양시, 은평구, 심지어 서대문구까지 정말 여러 곳에서 문자가 오더라고요.

◇ 조현지] 맞아요. 이렇게 중복되는 문자가 많다 보니까 횟수도 늘어나고요, 심지어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중요한 문자가 아니라 '손을 잘 씻읍시다' 같은 위생수칙을 안내할 때도 있더라고요.

◆ 이동은] 그렇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 재난 문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예를 들어 확진자가 빠르게 늘었던 지난달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지자체가 보낸 재난 문자가 911통이었다고 합니다. 2018년 한해에 발송한 재난 문자를 통틀어서 860통 정도였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사흘 만에 일 년 치 문자 발송량을 넘어선 거죠. 전체 횟수를 보면 2월에만 전국에서 2,500건이 넘는 재난 문자가 발송됐고요, 이번 달에도 보름 만에 2,300건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말씀하신 대로 일반적인 위생수칙을 보낸 경우도 많았는데요, 하루에만 지자체 11곳이 손 씻기, 집회 금지와 같이 기본적인 안내 문자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재난 문자의 형식으로 오면 받는 사람으로서는 좀 맥이 빠질 수 있는 거죠.

◇ 조현지] 그러니까요. 이렇게 재난 문자로 보낼 수 있는 내용에도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정해지는 건가요?

◆ 이동은] 우리가 흔히 '재난 문자'라고 말을 하는데요, 받은 문자를 보시면 정확하게는 '안전 안내 문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기준을 보면 재난 문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가장 높은 수준이 '위급재난' 문자입니다. 공습경보나 경계경보가 있을 때, 쉽게 말해 전쟁이 나면 보내는 건데요, 이때는 60데시벨(㏈) 이상의 알림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고요, 수신 거부도 할 수 없습니다. 그다음이 '긴급재난' 문자인데요, 테러가 나거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것 같다, 그러면 40데시벨(㏈) 이상의 알림 소리와 함께 이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쉽게 받을 수 있는 문자는 아닌 거죠. 나머지의 경우는 모두 '안전 안내' 문자입니다. 지금 우리가 받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자도 이런 경우에 포함되는 거죠. 사실 앞서 얘기한 행동 수칙 같은 내용은 안전 안내 문자로 보낼 필요가 없는 건데요, 그래서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이런 내용은 보내지 말아달라, 이렇게 방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 조현지] 그런데 이런 문자는 아침 일찍 오기도 하고 밤늦게 오기도 하는데요, 정확히 누가 보내는 건가요?

◆ 이동은] 실질적인 송출 주체는 전국 지자체입니다. 원래는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다가 지난 2017년부터 광역시가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했고요, 지난해 9월에는 기초단체, 그러니까 전국 시와 군, 구까지 발송 권한을 줬습니다. 그러니까 시 단위에서 보내는 문자와 구 단위에서 보내는 문자가 같이 오게 되는 거죠.

◇ 조현지] 그럼 해당 지역 주민에게만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다른 지역 문자까지 받게 되는 건가요?

◆ 이동은] 재난 문자의 경우는 번호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통신사 기지국을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해서 내가 이 번호로 보내야지, 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기지국의 전파가 닿는 모든 휴대전화에 문자가 발송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구나 시의 경계에 가까이 있을 때는 모든 문자를 같이 받는 거죠. 우리가 라디오를 들을 때 그 지역에서 보내는 주파수를 받게 되잖아요,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래서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문자를 받게 됩니다. 아무래도 재난 현장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빠르게 상황을 알리는 목적이기 때문에 그런 건데 부작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서울 마포구에 살지만, 지난주에 대전 출장을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대전에 있으면 또 그 지역의 확진자 정보가 문자로 옵니다. 현지 상황을 전달받는 건 좋지만, 대신 거주지나 직장 근처 정보를 받지 못하는 거죠.

◇ 조현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떨어져 있을 때는 어느 한 곳의 정보는 빨리 받을 수가 없는 거네요. 그런데 문자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오는 걸 보면 기지국 전파가 굉장히 멀리까지 가는 것 같은데요?

◆ 이동은] 네, 지금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LTE 기지국을 이용해서 재난 문자가 전송되는데요, 중간에 높은 산이 있거나 큰 건물이 있으면 좀 달라지긴 하지만, 이론상으로 LTE 기지국의 전파는 15km까지 도달합니다. 통신망은 당연히 멀리까지 가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재난 문자 발송에 쓰일 때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는 거죠. 다만 앞으로 5G가 더 상용화되면 이런 불편도 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5G 기지국의 전파 도달 거리는 3.5km 정도로 LTE보다 짧아서 이걸 이용하면 재난 문자 도달 범위도 좀 좁혀지겠죠.

◇ 조현지] 그렇군요. 지자체마다 내 번호를 어떻게 다 알고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우리가 쓰는 휴대전화 OS가 두 가지잖아요? 안드로이드를 쓰는 분들은 알림을 꺼놓으면 재난 문자가 와도 소리가 안 나는데 아이폰은 그게 안 돼요. 왜 그런 건가요?

◆ 이동은] 아이폰의 운영체제가 우리나라 기준이 아니라 국제적인 표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앞서 재난 문자가 세 가지 수준으로 나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는 가장 높은 단계인 위급재난 문자를 제외하고 긴급재난 문자와 안전 안내 문자를 구분해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위급재난의 경우만 소리로 알림을 받게 되는 거죠. 그런데 아이폰은 이런 기능 없이 모든 재난 문자가 하나로 설정이 되기 때문에 수신 아니면 거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휴대전화 시스템에 문자 수신 설정 기능을 넣어야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주요국들과 다르게 독자적인 재난 문자 시스템을 운영하거든요. 그래서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우리 시스템에 맞춰서 휴대전화를 제작하지만, 아이폰은 국제적인 표준을 지키기 때문에 세부적인 설정이 안 되는 거죠. 실제로 아이폰도 다른 나라에서는 재난 문자 설정이 가능한 걸 볼 수가 있습니다.

◇ 조현지] 주변에 아이폰 쓰는 분들이 많으면 줄줄이 알림 소리가 나서 놀랄 때가 있거든요. 사실 뭐 소리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다 보니까 이런 재난 문자 자체가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아요.

◆ 이동은] 실제로 이렇게 재난 문자로 인해서 오히려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아주 급한 상황에서 재난 상황을 빠르게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이런 문자로 인한 피로감이 쌓이면 중요한 정보를 오히려 무시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조현지] 그럼 이렇게 재난 문자 발송이 급증할 때를 대비해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이동은]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동통신 3사와 함께 문자 발송 범위를 수백m 단위로 좁힐 수 있는 재난 문자 발송 체계를 연구하고 있고요,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과도한 문자 발송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진데요, 일부 지자체는 긴급하지 않은 내용은 일반 문자나 카카오톡을 통해서 받을 수 있게 하고 있고요, 홈페이지에서 문자 서비스를 신청받는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 충북 청주시의 경우는 얼마 전 문자 발송 운영기준을 세분화하기도 했는데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재난 문자 송출을 피하도록 했고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시간대별로 나눠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확진자 동선이나 긴급 상황만 제한적으로 보낼 수 있게 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난 문자 발송에 대해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조현지]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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