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여행 인생샷 '핑크 뮬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여행 인생샷 '핑크 뮬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2019.10.08. 오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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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여행 인생샷 '핑크 뮬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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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 여행 인생샷 '핑크 뮬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찰칵찰칵!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오는 계절, 가을인데요. 이맘때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돼 전 세계가 주목하고요. 단풍, 억세 등 가을 풍경을 담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합니다. 그런데요. 연인, 가족들이 즐겨 찾는 그곳에도 과학이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뭘지, 궁금하시죠?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이 기자, 이제 날씨가 정말 선선하다 못해 약간 서늘한 느낌마저 들어요.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것 같은데요. 이런 날엔 여행 떠나기 참 좋잖아요. 지난번에 이 기자, 가을 탄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어디 뭐, 가까운 곳으로 떠날 생각 없으신가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이하 이혜리) : 네, 마음만은 늘 떠나고 싶은데요. 가까운 곳이라고 시간 내서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요즘 SNS 등을 통해서 여행 인증 올리시는 분들도 많던데 그런 사진들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 맞아요. 저도 요즘 가까운 여행지 알아보면서 SNS 사진 많이 보고 있는데, 이맘때면 올라오는, 제 눈을 사로잡는 사진들이 있어요. ‘핑크 뮬리’가 가득한 곳에서 찍은 ‘인증 샷’들인데요. 색이 어쩜 그렇게 곱고 예쁜지요, 합성 같기도 하고, 무슨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이혜리 : 맞습니다. 한때 핑크 ‘뮬리 인증샷’ 열풍이 불면서 ‘핑크 뮬리’ 보기 위해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특유의 오묘한 핑크빛 덕분에 ‘인생 샷’을 건졌다는 입소문이 참 많이 들리더라고요.

조현지 : 맞아요. 저도 좀 가서 찍어보고 싶은데요. 그런데 이 ‘핑크 뮬리’가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 뭐 이런 이야기가 들리던데, 어떻게 된 거죠? 자세히 전해주시죠.

이혜리 : 네, 언젠가부터 이 핑크 뮬리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죠. 핑크 뮬리, 정식 명칭은 핑크 뮬리 그라스로 국내에서 자생하던 식물은 아니고요.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외래종입니다. 핑크 뮬리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군락지가 점점 늘고 있는데요. 외래종인 만큼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겁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아직 위해성이 명확하게 규명된 건 아닌 거죠?

이혜리 : 네, 맞습니다. 정확하게 이 핑크 뮬 리가 국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세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생태계 교란’ 생물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 생물 하면 떠오르는 생물이 있죠?

조현지 : 황소개구리가 아무래도 대표적이죠?

이혜리 : 네, 황소개구리나 큰입배스, 뉴트리아 이런 동물들이 포함됩니다. 우선, 외국에서 들어온 종이 모두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는 건 아니고요. 엄청난 번식 능력과 환경 적응 능력으로 우리나라의 토종 생물들의 설 자리를 뺏는 생물이나 마땅한 천적이 없어서 먹이사슬을 독식하는 생물들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 네, 황소개구리 이야기 들으니까 이해가 되네요. 황소개구리 때문에 맹꽁이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기사를 접한 적도 있거든요. 그러면 생태계 교란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국내 유입을 좀 막아야겠네요.

이혜리 : 네, 이런 우선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생물이라면 당연히 반입이랑 보관, 유통이 금지됩니다. 생태계 교란종 가운데, 단순히 귀엽다고, 혹은 예쁘다고 해서 가져와서 심거나 자연에 방사하면 안 되는 거죠. ‘에이 설마’하는 마음으로 이런 문제를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일례로 생태계 교란종 가운데 붉은귀거북의 경우 주로 애완용으로 수입되었다가 버려지면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전락한 사례거든요. 생명을 다룰 때는 그만큼의 책임감도 지녀야 한다는 점, 다시 한번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요즘은 외국에서 생물을 들여올 방법도 더 많아졌고요. 그만큼 생태계 교란종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 된 것 같은데요. 생태계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더 높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예쁜 ‘핑크 뮬리’ 이야기하다가 아주 진지하고 약간 좀 반성도 되네요.

이혜리 : 네, 물론 모든 외래종이 다 나쁜 건 아니죠. 그렇지만 생태적인 측면도 이제는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지 : 네, 저도 <과학을 품은 뉴스> 코너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노력을 더 기울여봐야 하겠어요.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볼까요? 네, 올해 노벨상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어제저녁 발표됐는데요. 노벨 과학상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매년 노벨상은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까지 이렇게 순차적으로 발표됩니다. 과학 기자인 저에게는 매년 다가오는 노벨상이 참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이죠. 세계적으로 어떤 연구가 주목받고 있고, 그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와 더불어서 사실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해지기도 해요. 노벨상이 발표되고 나면 항상 '한국에서 수상자는 언제쯤 나올까?'와 같은 질문이 뒤따르기 때문인데요.

조현지 : 그래서 이 기자가 가을을 더 타나 봐요.

이혜리 : 아, 맞아요. 노벨상은 1901년 시작됐는데요. 지난해까지 118년 동안 노벨과학상 수상자, 607명을 배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물리학상은 210명, 화학상 181명, 생리의학상은 올해 발표된 수상자 3명을 포함해서 219명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 1위는 '미국'이고요, 2위 영국, 3위 독일, 그리고 4위 프랑스, 5위 일본 순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43%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수상 흐름을 보더라도 이 국가 순위는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현지 : 국가 순위가 굳어진 것 같다고 하니까, 조금 씁쓸하네요. 아무래도 전통적으로 과학 분야 강국에서 많이 배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젠간 이름을 올릴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성별로 수상자를 나눠보면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데요. 노벨 과학상 수상자 전체의 97%는 남성입니다. 여성은 전체 20명으로 3%에 불과합니다. 이 대목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과학자로 알려진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마리 퀴리'입니다. 심지어 마리 퀴리는 190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요, 1911년에는 노벨 화학상을 받으면서 노벨상을 두 차례 수상한 과학자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리 퀴리처럼, 노벨상을 두 차례 받은 사람은 모두 4명에 불과합니다.

조현지 : 마리 퀴리, 어릴 때 위인전에서 뵙던 분이었는데, 여성 과학사에 정말 중요한 분이었군요. 아니 근데, 여성 수상자 비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적네요.

이혜리 : 네, 여성 수상자는 과거보다는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00년 이전까지 여성 수상자는 11명이었지만, 2000년에서 2018년 사이 9명의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등장했거든요. 100년 동안 11명에 불과하던 수상자가 약 20년 사이 9명으로 늘면서 전체 여성 수상자의 45%를 이 기간에 배출하게 된 건데요.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앞으로 여성 과학자의 수상 소식은 더 자주 들려오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현지 : 여성 수상자가 나올지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노벨상 흐름을 분석했을 때 나타나는 주요 특징이 있다고요?

이혜리 : 네, 바로 '공동 수상'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수상 내용을 보면 3명이 공동으로 수상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최근 10년 동안 90%가 공동수상이었고요, 이 가운데 3인 이상 공동수상의 비율이 70%에 달합니다. 참고로 노벨상은 원칙적으로 한 분야에서 최대 3인까지 수상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수상자의 고령화입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전체 기간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57세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세기 수상자들은 평균적으로 30대에 수상 주제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고요, 40대에는 연구를 완성하고 50대에 비로소 연구 결과에 대해 주목받게 된다는 겁니다. 핵심적인 논문이 나오기까지는 평균 17.1년이 걸렸고요. 핵심 논문이 나오고 난 이후 수상까지 평균 14.1년이 소요되면서 노벨상 수상까지 모두 31.2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현지 : 연구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겠어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상을 받는 데 30년이 넘게 걸린다는 건, 거의 연구자의 인생을 바쳐서 얻은 것이라는 의미잖아요. 소위 ‘한 우물 파는 연구’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요. 우리 과학계에도 이런 풍토가 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젊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연구, 그리고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현지 : 이 기자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하루빨리 우리나라에서도 수상자가 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과학 기자로서 한국 노벨상 수상자 배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영광을 언젠가는 누리고 싶다는 소망도 있네요.

조현지 : 그 소망 이룰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이 기자, 오늘 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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