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무서운 이유, 거대한 바이러스 크기 때문?

[과학을 품은 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무서운 이유, 거대한 바이러스 크기 때문?

2019.09.24.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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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무서운 이유, 거대한 바이러스 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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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무서운 이유, 거대한 바이러스 크기 때문?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 한 청취자분이 세계 지도를 펼쳐보셨대요. 그리고 깜짝 놀라셨다죠. 저 먼 나라에서 생긴 병이, 어쩌다 우리 돼지들에게 걸렸을까 싶어서요. 독감 예방 접종처럼 미리 주사를 맞으면 안 되는 걸까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걸까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들! 오늘은 느낌표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안녕하세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이하 이혜리) :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대로 이번 주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야기를 안 하고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돼지고기 먹어도 되냐, 아니면 돼지고깃값이 크게 오르는 거 아니냐, 이런 우리 생활과 밀접한 내용도 궁금하실 거고요.

조현지 : 맞아요. 어제 저희가 극한상사에서 다룬 이야기기도 한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돼지고기 먹어도 된다!! 맞죠?

이혜리 : 네, 맞습니다. 오늘 ‘과학을 품은 뉴스’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과연 어떤 것이길래 이렇게 온 나라를 긴장시키고 있는 건가, 얼마나 지독한 놈인가, 뭐 이런 부분들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현지 : 우려가 큰 상황이죠, 일단 걸리면 돼지가 최대 100% 확률로 폐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폐사율이 이렇게 높다는 게 우려를 키우는 요인인 거잖아요.

이혜리 : 맞습니다. 우선, 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 들어오면 패혈증을 유발해서 모든 장기를 훼손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폐사율 최대 100%라는 수치를 보더라도, 돼지에겐 그만큼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거죠.

조현지 : 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다는 거잖아요. 폐사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인데, 왜 백신이나 치료제가 빠르게 개발되지 못했던 걸까요?

이혜리 :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특징을 알면 해답을 얻을 수 있는데요. 이 바이러스는 구제역과 같은 다른 질병의 바이러스에 비해 크기가 큽니다. 바이러스가 크다? 좀 생소한 개념일 수 있는데요. 쉽게 생각해서 바이러스의 ‘사이즈 자체’가 큰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 크기가 크면 그만큼 그 안에 여러 가지 유전자형이 들어 있게 됩니다. 여러 유전자형에 의해서 바이러스는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단백질은 '항원'을 말하는데요. 항원은 바이러스에게는 '무기'에 해당하는 것으로요.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결국,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많은 단백질, 즉 항원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무기를 갖는 거니까,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조현지 : 그렇다면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구제역'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구제역보다 훨씬 많은 단백질, 즉 ‘항원’을 만든다는 거죠?

이혜리 : 그렇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만들 수 있는 단백질 종류가 10가지를 넘지 않는데요.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200여 가지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0여 개의 총과 칼을 가진 셈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방어벽' 격인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특징이 있는 만큼,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백신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조현지 : 효과가 높지 않더라도 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중국이 아무래도 먼저 피해를 봐서 그런지 백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같던데요?

이혜리 : 네 맞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앞서 유럽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크게 번졌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관련 연구는 현재 유럽 국가와 중국,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상황이고요. 유럽 쪽에서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고는 있는데 이것도 2년 정도의 시간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동물의약품의 경우 개발하는 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데요. 그 때문에 바로 당장,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완성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현지 :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00여 가지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사실 이 질병이 1920년대부터 발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아직 치료제 개발이 안 된 건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혜리 :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요 발병 지역이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 머물렀기 때문에 사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백신 개발에 나서지 않았던 측면도 있습니다. 사람이 복용하는 약도 그렇지만 동물의약품의 경우에도 개발하는 데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데 이 질병이 소위 자본이 몰려있는 국가나 대륙에 그동안 그렇게 위협적이기 않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겁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아프리카에서는 그럼 질병이 발생했는데, 이렇게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었나 봐요.

이혜리 :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 야생에 있는 돼지들이 주로 걸렸는데요. 야생돼지는 면역력이 형성돼 있고, 바이러스에 노출돼 왔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해도, 폐사율이 이렇게 가축 돼지처럼 높지 않지만, 야생 돼지에게서 가축 돼지로 바이러스가 넘어오면, 한 번도 이런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 없던 가축 돼지는 그만큼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겁니다.

조현지 : 아직 유입 경로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생돼지에서 가축 돼지로 바이러스가 넘어오면 더 치명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차단 방역을 할 때 멧돼지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아요.

이혜리 : 네, 맞습니다. 치료제가 없으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멧돼지 출입을 막고, 발병 농가를 중심으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의 차단 방역밖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완벽한 '차단'이라는 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이동 중지 명령이 발병 농장 인근에 있는 모든 농가에 일괄적으로 제대로 전달됐고 또 시행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야생 동물의 이동이나, 예를 들어 방금 멧돼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야생에 사는 새들의 이동까지 완벽하게 막기는 사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가 공기 전파가 아니라 접촉 전파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는 부담이 적긴 하지만요, 발병 돼지의 분비물 등이 사람의 신발이나 야생 동물의 교류를 통해서 옮겨가는 걸 완벽하게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조현지 : 네, 완벽하게 차단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모쪼록 질병이 더는 확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또 하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식이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내용이잖아요.

이혜리 : 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저장해 놓는 탱크는 2022년, 그러니까 약 3년 후면 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일본이 이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을 하고 있다는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폭로가 나오면서 오염수 처리 문제를 놓고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우리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총회에서 최근, 이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했습니다.

조현지 : 그러니까 오염수를 머지않아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건데 이걸 바다에 버린다면 우리나라가 가장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가 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우리나라도 이를 막기 위해서 국제적인 공조를 요청한 상황인데, 그런데 일본이 쉽사리 우리 정부의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예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우선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고 있기 때문에 혹여 바다에 버린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이런 입장을 보였는데요. 물론 정화를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염수 안에 있는 방사성 물질이 완벽히 걸러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본이 도쿄전력 홈페이지를 통해 정화된 내용을 공개하긴 하는데 공개된 자료만 봐도 완벽히 정화되지 않고 여전히 오염물질이 그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현지 : 한마디로, 오염수를 완벽하게 정화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혜리 :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방사성 물질이 있는데 이들 물질이 대부분 정화를 거쳐서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정화가 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삼중 수소’라는 물질인데요. 이 물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다소 주장이 좀 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암이나 기형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이라고 보기도 하고요. 일부는 몸 안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체외로 배출된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물질이 세포 내에서 피폭을 일으키고 유전자 구조를 바꾼다는 연구도 나온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치명적인 유전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건데요. 삼중 수소가 장기간 체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위험성이 제기된 부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조현지 : 그렇습니다. 저는 또 하나 심각한 게 오염수 안에 있는 방사성 물질의 안정성에 대한 국제 기준이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혜리 : 맞습니다. 오염 물질이 어느 정도 이하가 돼야 안전한지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일본이 자국의 기준에 따라 '안전한 수준'의 오염물질 농도를 정하고 배출하면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제지를 가할 방법이 없습니다. IAEA의 권고 수준이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인 셈이고요. 삼중 수소의 경우 희석해서 버린다고 하면 사실 막을 길이 없는 겁니다.

조현지 : 이 문제에 대해선 더더욱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야 하겠네요.

이혜리 : 맞습니다. 국제 여론을 조성하고 여러 나라가 협력해서 일본이 모두의 안전을 지킬 방법을 선택하길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현지 : 네, 이 오염수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도 피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태평양 인접국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자, 오늘 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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