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kg정의도 바꼈는데 내 몸무게는 왜 그대로?!

[과학을 품은 뉴스] kg정의도 바꼈는데 내 몸무게는 왜 그대로?!

2019.05.21. 오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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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kg정의도 바꼈는데 내 몸무게는 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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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kg정의도 바꼈는데 내 몸무게는 왜 그대로?!




세계 측정의 날이었던 어제, 국제단위계의 기본단위인 7개 중 4개의 기본단위가 새롭게 정의됐답니다.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이 이에 해당된다는데요.
변하지 않는 상수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이 다시 정의 됐다는데…….
아울렛‘몰’에서 ‘켈빈 땡땡땡’ 바지는 사봤어도 아니 ‘상수역’은 가봤어도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kg이 새롭게 정의 되면, 제 몸무게도 좀 줄어드는 건가요?
'기사 보면서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잘 안 갔다.'하시는 분들, 오늘 방송 집중해주세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오늘은 과. 알. 못들과 함께 합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 <과학을 품은 뉴스> 이번 주는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어제 kg 정의가 바뀐다, 이런 소식 이동은 기자도 들으셨을 텐데요. 저는 사실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아마 청취자 분들 중에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서 오늘은 이 기자에게 제가 특별히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이하 이동은) : 네, 많은 분들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셨을 거예요. 그냥 '단위'라고 하니까 좀 와 닿지 않는데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그런 것들이거든요. 뭐 오늘 기온이 몇 도더라, 아침에 몸무게를 쟀더니 몇 kg 늘었더라, 또 자동차에 남은 기름양이나 출근할 때 회사까지 남은 거리,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무심코 쓰는 게 다 '단위'인 거죠.

조현지 : 그러게요. 알고 보면 생활 속에서 정말 많이 쓰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단위들과 관련된 기념일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이동은 : 네, 1895년 5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미터협약' 이 있었습니다. 이때 세계 17개 나라가 모여서 길이 단위를 미터(m)로 정하자, 이렇게 협의를 하고 관련된 단위들을 제정한 건데요, 그래서 어제였죠, 5월 20일이 세계 측정의 날이 된 겁니다. 이후 1960년에 열린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우리가 쓰는 7개의 국제단위계가 표준으로 채택이 됐는데요, 여기서 4개 단위의 정의가 올해 한꺼번에 바뀐 거죠. 질량 단위 킬로그램, 온도 단위 켈빈, 전류 단위 암페어, 그리고 물질 양을 나타내는 몰 이렇게 4개입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벌써 100년이 훨씬 넘은 건데요. 그런데 왜 단위의 정의를 바꾸게 된 건가요?

이동은 : 우리가 잘 아는 킬로그램을 예로 들어 볼게요. 어떤 물체를 1kg으로 표현하려면 얼마만큼을 1kg으로 볼지 기준이 있어야겠죠. 그래서 1889년에 이 질량 단위를 정의하는 금속을 만들었습니다. '르그랑K'라고 부르는 원기, 그러니까 표준이 되는 물체인데요, 90%의 백금과 10%의 이리듐을 이용해서 높이와 지름이 39mm 정도 되는 원기둥 모양의 금속을 만든 겁니다. 그리고 이 금속의 질량을 1kg으로 정의하자, 이렇게 국제적으로 약속한 거죠. 이후에 이 원기는 유리관에 담아서 파리 인근에 있는 국제도량형국 지하 금고에 보관해 놓았습니다.

이동은 : 그런데 이게 벌써 만든 지 130년이 다 됐잖아요. 아무리 보관이 잘 되어 있어도 표면에 산화가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질량이 줄어든 겁니다. 그래서 처음 만들 때보다 최대 100마이크로그램 정도 가벼워진 거죠. 물론 이 정도면 머리카락 하나 수준의 질량이지만 단위가 변한다는 건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조현지 : 아, 그러니까 단위의 기준이 되는 금속이 있는데 그 기준 자체의 질량이 변해버린 거네요.

이동은 : 그렇죠.

조현지 : 그럼 이걸 어떻게 바꾸는 건가요?

이동은 : 이렇게 물질이 변하니까 이제는 이런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상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상수는 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값을 가지는 수를 말하는 건데요, 대상이나 조건과 관계없이 일정한 값을 가지니까 단위를 정의하는 데 아주 유용한 거죠.

이동은 : 앞서 얘기한 질량 단위 kg에는 '플랑크 상수'라는 기준을 이용해서 단위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점점 어려워지죠? 쉽게 이 플랑크 상수가 특수저울로만 잴 수 있는 절대적인 물리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불변의 값이기 때문에 이걸 기준으로 단위의 정의를 만든 거죠.

조현지 : 원리는 이해가 되는데 상수라는 게 좀 어렵네요.

이동은 : 네, 이번에 바뀌는 네 가지 단위에 각각 다른 상수가 이용이 되는데요, 전류 암페어는 '기본 전하', 온도 켈빈은 '볼츠만 상수', 물질량 몰은 '아보가드로 상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뭐, 여기까지 다 외우실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이렇게 불변의 기준인 상수로 단위를 다시 정의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조현지 : 그러면 젤 궁금한 건 이렇게 단위 기준이 바뀌면 우리한테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하는 건데요, 뭐 어떤 분들은 혹시 내일부터 고기 먹을 때 양이 달라지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길 하시더라고요.

이동은 : 네, 막상 kg은 우리가 많이 쓰는 단위인데 뭔가 바뀐다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앞서 이 기준이 되는 원기 자체가 100마이크로그램 정도 바뀌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한마디로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만한 변화는 없다는 겁니다. 새롭게 단위가 정의된다고 해도 기존에 사용하던 값에 재정의한 값을 최대한 맞추는 거죠.

이동은 : 예를 들어 예전에 길이 단위인 미터의 경우도 원래는 이런 '원기'를 썼었는데요, 지금은 '빛의 속력'으로 재정의가 된 거거든요. 이때도 사람들이 느낄 만한 혼란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조현지 : 그럼 이런 단위 재정의가 어떤 효과가 있는 건가요?

이동은 : 우선 단위의 정의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고정돼야 하는 기준이 계속 변하면 언젠가는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또 실제로 미세 측정 분야에는 이 단위의 정의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원기'를 사용하면 이걸 작게 나눠서 미세한 질량의 기준을 정해야 되는데요, 아무리 정밀하게 나눠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상수를 쓰면 숫자를 나누면 되니까 오차도 없고요, 그만큼 신뢰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요즘에 나노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이런 나노 분야나 첨단 반도체 분야 같은 데는 이런 단위의 재정의가 영향을 주게 되죠.

조현지 : 그렇군요. 방송 들으시는 분들도 이제 좀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단위의 기준이 자꾸 변화면 안 되니까 언젠가는 일어날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불변의 기준을 가지고 다시 정의를 내렸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네요. 사실 일상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니까 별로 더 와 닿지 않았던 건데 이렇게 알고 보니까 재미있네요.

조현지 : 이제 머리를 좀 식히고 싶은데요, 다른 이야기 좀 나눠 볼까요?

이동은 : 네, 너무 집중을 했죠. 이번에는 좀 멀리 우주로 눈을 좀 돌려 보겠습니다. 역시 최근에 화제가 됐던 이야기인데요, 우주를 항해하는 돛단배,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조현지 : 아 기사 제목만 봤어요.

이동은 : 솔라 세일이라는 건데요, 한마디로 연료가 아니라 태양의 힘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로켓입니다. 그동안 이 솔라 세일이 개발된다는 이야기는 많았는데요, 다음 달 22일에 실제로 이 로켓이 지구 궤도로 발사될 예정입니다.

조현지 : 사실 우주 로켓이라고 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태양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한가요?

이동은 : 쉽게 말해서 범선 같은 큰 배가 돛을 달고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잖아요,
같은 원리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솔라 세일에는 폴리에스터 필름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돛이 달려 있습니다. 넓이가 32제곱미터 정도 되는데요, 보통 권투 경기가 열리는 링 정도의 크기입니다. 여기 쓰이는 재료는 주로 전기 절연재 쓰이는 소재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우주에 바람이 쌩쌩 불 리가 없잖아요. 이 솔라 세일이 이용하는 것은 태양이나 별들이 내뿜는 빛입니다. 우주의 빛은 아주 작은 알갱이의 성격을 갖는데요, 대형 돛을 펼쳐서 이 광자가 날아오는 힘을 이용해 우주를 비행하는 거죠.

조현지 : 동력이 없이 돛으로만 움직이면 우주에서 비행할 만큼 속도가 빠를까요?

이동은 : 솔라 세일에 달린 돛의 크기를 크게 하면 최대 속도는 빛의 속도의 20%까지 나오는데요, 사람이 만든 가장 빠른 비행 물체가 보이저 1호입니다. 그런데 이게 초속 17km밖에 안 되거든요. 솔라 세일은 이론적으로는 최대 초속이 6만km까지 나온다고 하니까 비교하면 엄청 빠른 거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우주에는 공기와 마찰한다거나 이렇게 속도를 떨어뜨릴 만한 물체가 없잖아요. 태양 빛을 받으면서 쉬지 않고 가속할 수 있으니까 훨씬 빠른 비행이 가능한 거죠.

조현지 : 이게 정말 우주에서 가능한 것인지 궁금한데요, 실제로 시험비행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거죠?

이동은 : 네, 지난 2015년에 발사된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당시에 우주에서 돛을 펴는 시스템만 한번 시험을 해본 거고요, 실제로 비행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현지 : 그럼 굳이 이렇게 우주를 동력 없이 비행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동은 :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이다가 계속 빛을 받으면 엄청난 추진력을 낼 수 있습니다. 또 태양 빛은 무한하잖아요, 한 마디로 무제한의 동력을 공급받는 셈인데요, 지금은 로켓이 한정된 연료만 갖고 비행하기 때문에 정해진 임무만 수행하고 바로 임무를 끝냅니다. 그런데 이렇게 솔라 세일을 이용하면 우주 어디든 돌아다니면서 여러 임무를 맡을 수가 있게 되죠. 사람이나 로봇이 우주에서 원하는 곳을 오랫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조현지 :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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