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 비행기가 있었다? '비거'의 진실

조선 시대에 비행기가 있었다? '비거'의 진실

2018.03.06.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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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우 / 과학과 사람들 대표

[앵커]
재미있는 과학에 목마른 여러분들을 위한 본격 과학 잡담 토크쇼 '괴짜 과학' 시간입니다.

현재 비행기의 최초 발명자는 미국의 라이트형제로 알려졌죠.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전인 조선 시대에도 비행기가 있었다는데요.

조선 시대의 비행기 '비거', 정말 실존했던 발명품일까요?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앵커]
과학 이야기 더 이상 어렵게 할 필요 없습니다. '괴짜과학'에서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 오늘도 괴짜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과 사람들 원종우 대표와 함께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는 뭔가요?

[인터뷰]
영화 '조선 명탐정' 아세요? 그 영화 속에 오늘의 주제가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에 개봉해서 제가 설 명절에 '조선 명탐정 3'를 봤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김지원 씨가 나와서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뷰]
그런데 3가 아니고요. 2편에 나오는데요. 2편도 보셨으면 아실 텐데, 바로 이 장면입니다.

[앵커]
쑥 지나가긴 하지만, 기억이 납니다. 행글라이더 같은 걸 타고 날아가는 장면이잖아요?

[인터뷰]
그렇죠, 이게 바로 조선 시대 임진왜란 때 있었던 '비거'라는 장치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조선 시대 비행기죠.

[앵커]
이게 영화적인 설정이 아니라 비행기가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가 만든 거로 알고 있는데, 이때가 임진왜란이면 거의 몇백 년 전이잖아요?

[인터뷰]
네, 비거는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보다 300년 전 정도 앞섰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요.

일단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일명 비거 변증설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 내용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정평구란 사람이 비거를 만들어서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거는 30리를 날았다.'
이런 표현이 있고요.

그리고 또 다른 조선 후기 실학자인 신경준의 '여암전서'라는 책에는 '30리 성 밖까지 친지를 태우고 피난시켰다.', 이런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죠.

[앵커]
사람을 태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태웠다는 건 여러 명을 태웠다는 거고요. 그리고 30리를 날았다는 거면 엄청나게 먼 거리잖아요?

[인터뷰]
네, 두 명 이상의 사람을 태웠다는 기록이 분명히 있고요. 그리고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인 플라이어의 기록이 12초 동안 36m를 난 거거든요?

[앵커]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거 아닌가요?

[인터뷰]
30리면 12km 정도 되니까, 엄청난 거죠.

[앵커]
말이 12km인 거지, 거의 홍대에서 강남까지의 길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엄청나네요.

[인터뷰]
왜 서기에는, 그러니까 일본 서기에는 비거 때문에 일본군이 큰 곤혹을 치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요. 그리고 진주성 2차 전투에는 비거가 아군의 연락과 보급, 정찰 임무에 쓰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앵커]
전쟁에 맹활약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 또 어떤 원리로 날았는지 궁금한데 영화에서는 행글라이더처럼 생겼더라고요.

[인터뷰]
행글라이더나 열기구 같은 것이 아니겠느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기록에 남아 있는 것처럼 다니기 힘들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기록만 있을 뿐 설계도라든가 그림을 그려놓은 게 전혀 남아있지 않아서 추정만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일단 국립과천과학관 내에 전통과학관이 있는데 거기에 비거의 예상 모습이 두 가지 형태로 전시가 되어 있긴 합니다.

[앵커]
아, 그래요? 그림이 있네요?

[인터뷰]
이게 첫 번째인데요. 이게 전통과학관에 비차복원팀이 복원한 비차의 모습입니다.

[앵커]
날개도 엄청 넓고요, 그럼 날개는 어떤 재료로 만든 건가요?

[인터뷰]
몸체는 대나무로 만들고요. 날개는 무명천으로 씌운 거죠.

[앵커]
밑에 동그란 바퀴 같은 것도 있고, 그럴싸해 보이는데요. 이건 어떻게 다른 거죠?

[인터뷰]
이건 국내의 비거 전문가인 고원태 씨가 만든 비거 모형입니다. 전통 선박인 '한선'을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동체가 그렇게 만들어진 거고요. 행글라이더에 가까운 돛 형태의 날개를 달았고, '대신기전'이라고 혹시 기억하시나요?

[앵커]
아 '신기전' 영화도 봤습니다.

[인터뷰]
불화살 같은 거잖아요, 로켓…. 약통을 결합해서 비행 추진력을 얻었다고 하니까, 일종의 제트기입니다.

[앵커]
그럼 조금 더 오래 날 수 있었겠네요.

[인터뷰]
그렇죠, 그리고 가볍고 튼튼한 대나무랑 한지를 이용했을 것이다….

[앵커]
실제 역사적 사실이라면 비행 역사에 엄청난 일이 될 텐데, 이 비거가 공인받지 못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앞서 말씀하신 대로 설계도라든가 이런 그림이 없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
아무래도 그렇죠. 조정에서 당시 비거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거로 보여요.

[앵커]
아, 그래요? 그러면 정평구가 비법을 전수했다거나 후속 연구가 이뤄졌다는 기록은 없나요?

[인터뷰]
정평구의 비거 이후로 비행체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발명자인 정평구가 임진왜란 때 전사하고 말아요. 기록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보니까 비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죠.

[앵커]
그럼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나요?

[인터뷰]
일단 비행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발달한 건 맞지만, 그 당시 최초의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건 비약이 심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고요.

비거가 비행기가 아니라는 주제는 인천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인데, 진주성을 연구했죠, 그런데 진주성 상승풍의 풍력을 측정해서 유체역학에 대입해봤습니다. 정말 과학적으로요.

그런데 비거 같은 비행체가 스스로 이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거로 결론이 났고요.

또 당시 화약 기술인 신기전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이 신기전을 동력원으로 사용해도 물리적으로 사람을 싣고 이동할 정도는 못 된다,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앵커]
그럼 비거가 비행기가 아니라면 조작된 것이라는 말 같기도 한데, 그런데 이게 기록적으로 보면 존재하지 않았다고 확증하기도 어렵지 않나요?

[인터뷰]
그렇죠, 그래서 비거가 다른 형태의 무엇이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하는 건데, 일단 교란용 비행체설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앵커]
사람을 태우지는 않고요?

[인터뷰]
네, 전쟁 때 활약한 건 맞는데, 사실 사람 형상의 가벼운 허수아비를 태우고 교란을 하기 위한 무인 비행체였던 거죠.

[앵커]
말씀 들어보니까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저는요, 정평구가 만든 비행기가 사실로 밝혀져서 세계 비행의 역사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계적으로 비행기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했을 때 '라이트 형제'가 아니라 '정평구'가 되는 거죠.

[인터뷰]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바람 때문인지 요즘 비거에 대한 책들도 꽤 나오고 있거든요. 비거를 기억해보자-우리가 잘 모르잖아요, 사실.

[앵커]
하늘을 날고자 했던 조선인의 꿈을 이뤘던 비거가 어떤 설계도라든가 기록들이 발견됐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비거에 대해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저는 기록들이 남아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고요.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물론 12km나 날았다는 건 과장이 아니겠냐 싶지만, 어떤 행글라이더같이 조금은 날았지 않았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고,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닌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 역사를 바꿀 만한 건 아니지만, 그 시대 우리 조선에 과학의 기술을 인증할 수 있는 비거가 실존했으면 하는 바람을 저도 같겠습니다.

지금까지 과학과 사람들 원종우 대표와 함께했고요. 저희 '괴짜과학' 다음 주에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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