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침입자 붉은 불개미...얼마나 위험할까?

낯선 침입자 붉은 불개미...얼마나 위험할까?

2017.10.18.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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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이언스] 낯선 침입자 붉은 불개미…얼마나 위험할까?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매주 동물의 생태를 관찰해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는 시간, '과학관 옆 동물원'입니다.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말벌에 이어서 또 다른 곤충에 대해 알아볼까 하는데요,

얼마 전 부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아주 작은 곤충이 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앵커]
아, 붉은 불개미 말씀이시죠? 추석 연휴 내내 이 불개미 때문에 아주 떠들썩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붉은 불개미가 발견됐는데요,

당시 관련 보도 먼저 보시겠습니다.

[앵커 : 살인 개미로 불리는 '붉은 독개미'가 발견된 부산 감만부두에서는 개미 유출을 막기 위해 초비상입니다.]

[기자 : 부두에서 나오는 차량마다 소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미가 차량에 붙어 외부로 확산하는 심각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는 겁니다.]

[백낙현 /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과 : 현재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차량 소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 : 개미집은 최초로 발견된 지점에서 30㎝ 범위에서만 있었고 알이 있던 방은 2개, 전체 개미 숫자는 천여 마리 정도였습니다. 국내 유입 시기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 전후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앵커]
이 붉은 불개미가 사람에게 아주 위협적이라고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두려워했잖아요, 지금은 모두 방역이 된 건가요?

[기자]
네, 정부에서는 이 붉은 불개미가 퍼지지 않고 그대로 사멸했다고 발표했고요, 여왕개미도 죽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여왕개미의 사체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고요, 또 이 개미들이 남아 있다가 번식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2년 정도는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당장은 사라졌다니 그나마 다행인데요, 이 붉은 불개미가 그 정도로 무서운 건가요?

[기자]
붉은 불개미는 실제로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서 '붉은 독개미'로 불리기도 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개미보다 호전적이고요, 아주 아픈 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앵커]
그럼 사람이 물릴 경우에도 아주 치명적이겠네요?

[기자]
그런데 사실 이 붉은 불개미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사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불개미의 독성이 어느 정도 되는 건가요?

[기자]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이 붉은 불개미의 독성을 확인해봤습니다. '반수치사량'을 기준으로 비교 실험을 한 건데요,

이 반수치사량은 실험동물에게 독을 주입하고 그중 절반이 죽는 데 필요한 독의 양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반수치사량이 적을수록 치명적이라는 거겠죠.

[앵커]
적은 양으로도 절반이나 죽일 수 있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죠. 실험 결과, 우선 붉은 불개미의 경우 반수치사량이 8mg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 1kg짜리 쥐 10마리 가운데 5마리를 죽이는 데 8mg의 독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이 정도면 붉은 불개미가 300번 이상 쥐를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쥐가 쉽게 죽지는 않겠는데요? 그럼 다른 곤충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곤충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것은 역시 장수말벌인데요, 장수말벌은 반수치사량이 1.6mg으로 나왔습니다. 붉은 불개미보다 5배나 강한 독을 가진 거죠.

또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노란수확기개미의 경우는 반수치사량이 0.12mg입니다. 쥐를 6번 만에 죽게 할 수 있다는 건데요, 붉은 불개미보다 독성이 무려 66배나 강한 것입니다.

[앵커]
우리가 독개미다, 살인 개미다 이렇게 부르지만, 사실상 말벌만큼 두려운 존재는 아니라는 거네요.

[기자]
독성으로 보면 사실 치명적인 것은 아닌데요, 알레르기성 쇼크 위험이 없다면 생명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류동표 /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 : 우리가 꿀벌한테 쏘였을 때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1이라고 봤을 때 불개미는 0.2 이하입니다. 극히 적죠. 그만큼 과민성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만 응급조치를 받으시면 되는 거로 생각되고….]

[앵커]
그렇군요.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독성이 생각보다 약하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도 이 붉은 불개미가 왜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 된 걸까요?

[기자]
붉은 불개미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응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붉은 불개미는 홍수가 나도 뗏목처럼 물에 떠다니면서 살 수 있고요, 가뭄에도 지하수가 있는 곳까지 굴을 뚫어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존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어딘가에 붉은 불개미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앵커]
네, 사실 그런 걱정이 계속 남아있거든요.

[기자]
게다가 이 붉은 불개미의 경우는 여왕개미가 하루에 천 개 이상의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또 여왕개미가 낳은 공주 개미들이 각자 다른 곳에서 무리를 이뤄 번식하는 경우도 우려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붉은 불개미의 개체 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는 있지만, 한 지역에서 완전히 멸종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합니다.

[앵커]
그래서 우리 정부도 붉은 불개미가 발견되자마자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 거네요.

그런데 이 붉은 불개미가 우리가 흔히 보던 개미와는 아주 다른 종인가요?

[기자]
개미는 전 세계적으로 모두 만5천 종 정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만 130여 종 이상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붉은 불개미의 경우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종의 하나인 거죠.

[앵커]
외래종인 거네요?

[기자]
네, 붉은 불개미는 원래 중앙아메리카에 주로 살았는데요, 점차 미국이나 호주, 중국 등으로 퍼져나가면서 다른 생물의 서식지를 점령하는 이른바 '침입종'이 됐습니다.

[앵커]
워낙 적응력이 강해서 퍼져나가는 속도도 빠른 것 같은데요,

그럼 이 붉은 불개미에게는 천적이 없나요?

[기자]
개미의 경우 가장 큰 천적은 사실 개미입니다.

개미들끼리도 먹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다른 개미의 집단을 공격해서 알이나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요, 또 다른 종을 통째로 생포해서 노예로 삼는 종도 있습니다.

물론 파충류나 조류, 포유류까지 개미를 잡아먹는 동물들이 많지만, 사실상 생태계에서는 개미들끼리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고 합니다.

[앵커]
개미는 서로 다 협력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도 있었네요.

[기자]
물론 자기들 집단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협동 정신이 아주 투철합니다. 아시다시피 개미는 서로 역할을 철저히 분담해서 맡은 일을 부지런히 수행하죠.

예를 들어 잎꾼개미의 경우는 나뭇잎을 수확하는데요, 각자 커다란 잎을 들고 먼 길을 달려 집에 오면 작은 일개미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파리들을 잘게 썰어서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또 베짜기개미라는 종이 있는데요, 이 개미들은 마치 사슬을 엮듯이 앞에 있는 개미의 허리를 입으로 물어서 길게 연결한 다음에 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일을 하기도 합니다.

[앵커]
다양한 역할, 그에 맞는 이름까지, 아주 재미있는 개미들이 많네요.

아주 잘 짜여진 이상적인 군대나 산업현장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하구요.

[기자]
붉은 불개미 같은 경우는 아직 좀 더 지켜보면서 추후 번식하지 않도록 주의를 좀 더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붉은 불개미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만일 이 개미들이 다시 나타난다 해도 이제는 조금 덜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동은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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