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미디어] 천일염 관련 토론회 주요 내용과 보도 방향은?

[이슈 & 미디어] 천일염 관련 토론회 주요 내용과 보도 방향은?

2015.09.08. 오후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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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미디어와 관련된 과학 소식을 살펴보고 언론의 과학보도 내용을 비평해보는 '이슈 앤 미디어' 시간입니다.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경락 박사,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천일염 논란과 관련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인터뷰]
말씀드린 대로 지난 9월 4일에 한 방송국 주관으로 천일염 관련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천일염에 대한 위생이나 효능 등이 뚜렷하게 정리가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만, 몇 가지 변수로 인해서 조금은 미흡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토론회의 내용을 짚어보고, 앞으로 언론 보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 예측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천일염 논란과 관련된 토론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요?

[인터뷰]
네, 이 토론회는 원래 총 여섯 명의 패널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천일염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 세 명, 그리고 천일염의 효능을 옹호하는 쪽에서 세 명이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가장 결정적으로 이제까지 천일염의 효능을 주장하던 목포대학 천일염 연구소 연구자와 요리연구가가 참가를 번복하면서 3:1의 토론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3:1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한 명이 세 토론자를 상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게 전개되어서 천일염의 효능에 대한 주장이 힘을 잃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천일염의 유해성이나 효능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우선 우리나라 식염의 역사부터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예전 조선 시대에는 소금이 귀했습니다. 자염이라는 방식으로 좋은 갯벌에서 얻은 소금물을 다시 끓여서 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싼 소금과 경쟁하기 위해 일제가 천일염전을 개발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주요 방법이 됩니다.

그런데 천일염의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1963년 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광물로 분류됐었고, 1992년에 천일염을 식품공전에서 제외함으로써 식품으로의 사용을 제한하게 됩니다. 얼핏 소금이 광물로 쓰임새가 있겠나 싶으시겠지만, 실제로 전체 소금 중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것은 8~12%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2005년부터 1년간 천일염에 대한 정밀분석이 이뤄졌고, 문제가 없다는 당시 식약청의 판단에 2008년, 식품공전에 천일염이 기재됐습니다. 그런데 천일염이 단지 식용 소금의 지위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상품화의 길을 걷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천일염의 효능이 비과학적으로 과장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은 천일염 본질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는데요. 단순히 천일염의 효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주장을 넘어,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논쟁이 얼마 전 토론회에서 일단락된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이 토론회에서 가장 미흡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제가 아쉬운 점은 이 토론회가 마치 천일염이 몸에 좋으냐, 나쁘냐를 두고 과학적이냐, 비과학적이냐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논의가 진행된 이유는 천일염의 효능을 주장하는 패널들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식염, 즉 소금에 대한 시민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해결해주지 못했고, 과학적 검증도 충분하지 못했던 부분도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시간에도 잠시 소개를 해드렸지만, 소금 즉 식염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공전에 따른 식염의 분류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몇 차례 이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식품공전은 우리나라 식품과 관련한 일종의 헌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식품의 종류 및 안전성에 대한 중요한 규범인 셈인데요. 그에 따르면, 식염의 식품 유형은 천일염, 제재소금, 태움·용융소금, 정제 소금, 기타 소금, 가공 소금으로 나뉘고 각각 염화나트륨의 비율이, 천일염 70% 이상, 제재와 태움 용융, 기타 소금은 88% 이상, 정제 소금은 95% 이상, 가공 소금은 35% 이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앵커]
소금의 유형에 따라서 나트륨 함량 기준이 다르군요. 그렇다면 이런 기준은 식약처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는 건가요?

[인터뷰]
그렇지 않습니다. 소금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소금이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염화나트륨을 함유한 결정체와 함수를 말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대통령이 나트륨 함량 20%도 소금으로 하라고 하면 그때부터 소금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따르면 소금의 분류도 식품공전과 좀 다른데요. 천일염, 정제 금, 재제조 소금, 화학 부산물 소금, 기타 소금, 가공 소금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타 소금에 암염, 호수염, 천일식제조소금, 그 외 방식의 소금이 있고, 식품공전에 따로 정리된 태움·용융소금은 가공 소금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고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이 따르고 있는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염화나트륨 함량이 97% 이상인 것을 소금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당수의 소금은 국제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유통되는 15개의 천일염 성분을 분석한 결과 가격 차이가 16배가 났지만, 염화나트륨 비율은 CODEX 기준에 다 미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CODEX 식염 기준에 포함된 중요한 내용이 있는데요. 소금은 한 가지 이상의 영양소를 포함하거나 공중보건상의 이유로 판매되는 경우에 요오드화염, 비타민 강화염, 철분 강화염처럼 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세계적인 기준에는 소금의 이름까지 규정이 있군요. 이를 보면 천일염과 관련 정보들이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천일염과 관련해서 언론에서 다룰 때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할까요?

[인터뷰]
일단 천일염 토론 내용이 곧 지상파에 방송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논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점입니다. 현대인에게 소금은 일종의 조미료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미생물 기준이나 염화나트륨 함량에 있어, 만일 우리 식품공전의 기준이 잘못되었다면 문제를 제기하거나 수정하면 될 일입니다.

또 천일염의 유해성 주장 역시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것이 아닙니다. 특정 산업에 일방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은 확실히 검증돼야겠죠.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의 언론보도는 좀 더 본질적인 측면을 다룰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소금 때문에 스트레스받기에 소금들은 지나치게 평범합니다.

[앵커]
천일염의 효능과 관련해서 토론회까지 열렸지만, 시민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네요.

천일염의 본질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부분을 언론에서 바로잡고,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효능을 검증하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경락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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