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플러스] 입맛은 타고난다?…미각에 대한 모든 것

[건강 플러스] 입맛은 타고난다?…미각에 대한 모든 것

2015.09.03.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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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생활 속에 유용한 건강 정보를 전해드리는 '건강 플러스' 시간입니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내용을 준비해오셨나요?

[인터뷰]
우리가 '입맛 당긴다.' '입맛 없다.'고 얘기할 때가 있는데요, 오늘은 입맛은 타고나는 것인지, 미각에 대해 자세히 전해드리려 합니다.

[앵커]
입맛, 다시 말해서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건가요?

[인터뷰]
물론 유전적인 소인도 있긴 합니다. 단맛에 대한 감별력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유전적 소인이 있는데요, 태어나서 이후에 접하는 각종 환경적인 요인, 다시 말해 후천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각종 감각기가 발달하는 것은 태어나기 전부터인데요. 모체가 먹는 음식의 종류나 향기 등에 꾸준히 노출되는 셈입니다. 이후에 태어나서도 수많은 새로운 음식에 노출되고 경험을 하게 되지만, 얼마나 자주 특정 맛을 가진 음식에 노출되는 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집안에 비슷한 입맛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은 환경적으로 자주 노출되어서 익숙해지는 것보다 더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 음식 중에 된장, 청국장, 김치 같은 것들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외국 사람들은 처음에 일단 좀 꺼리는 경향이 있고, 우리 역시 다른 나라 음식 중에 익숙하지 않은 맛을 가진 것들을 꺼리는 경향이 있잖아요.

하지만 좀 지나서 익숙해지면 아주 맛있게 먹게 되는데, 이러한 것도 처음 경험하고 자주 노출하게 되면서 익숙해지는 것이죠.

[앵커]
어릴 때부터 입맛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겠는데요, 언제가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물론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가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대부분 특정 음식이나 맛에 대한 선호도는 태어나서 첫 돌을 지나면서 2, 3세에 이르기까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태어난 이후에는 모유나 분유와 같은 단일한 단맛 나는 음식을 먹다가 생후 5개월 이후부터 이유식을 하게 되는데, 이때 다양한 종류의 음식에 노출을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맛뿐만 아니라 향이나 질감도 고려해서 다양한 음식들을 접하게 해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오히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종류의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을 때라서 상대적으로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 고집이 생기고 하면서 2, 3세에 이르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서 노출을 시키면 익숙해지면서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앵커]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안 좋으면 맛을 잘 못 느끼거나 입맛이 더 없어지더라고요, 이렇게 입맛을 변하게 하는 상황들도 있을까요?

[인터뷰]
미각이 좀 떨어지거나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입이 쓰다.’, ‘입에서 쇠 냄새가 나는 것처럼 역겹다.’, ‘혀에 닿기는 하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이런 말로 표현을 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실제 치과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감기와 같은 감염이 흔하고요, 임신이라던가 두경부에 방사선치료를 받거나 해도 이런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복용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미각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일부 항생제, 정신질환 치료제, 심혈관질환 치료제, 감기약, 영양제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대장금에서 주인공이 특정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미각을 잠시 잃기도 했던 것처럼 특정 강한 향신료 성분이나 특정 화학물질 등도 이런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미각에 이상이 있는 사람의 5% 정도가 후각 문제가 동반되었다고 할 만큼 미각은 후각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어서요. 감기나 축농증 등으로 인해서 코막힘 등이 생기면 느끼는 입맛도 변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침 분비가 감소하고 후각이 떨어지면서 미각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신맛이 나거나 해서 침 분비를 자극할만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교수님, 미각이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영향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나요?

[인터뷰]
우울하거나 불안한 심리상태가 입맛이 떨어지거나 하는데 관련이 있습니다. 해외 한 연구에서는 세로토닌이나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기분과 연관 있는 물질들의 농도를 높여주면 단맛, 쓴맛, 신맛 등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는데요. 이것은 기분의 변화가 맛을 인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우울하거나 할 때는 밥은 먹기 싫어도 단맛 나는 음식은 당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단맛이 나는 음식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줘서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쾌감을 느끼게 해서 편안한 느낌이 들게도 해주지요. 최근 발표된 해외연구에서는 혀의 맛봉오리에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에 대한 수용체가 있음을 발견해서 보고하기도 했는데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맛 나는 음식이 당기는 것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소위 쿡방이 인긴데, 거기에 설탕을 자주 추가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렇게 만든 단맛 나는 음식은 식당에서 손님을 끌 수는 있지만, 가정에서 집밥으로 만들어 먹기에는 건강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으니 설탕 사용은 자제하셔야 하겠습니다.

[앵커]
요즘은 자극적인 맛이 나는 음식도 인기가 많은데요, 이런 음식에 오래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어떻게 입맛을 바꿔줄 수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가 아주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하는 맛들을 경험하면 그 이후부터는 그보다 더 순한 맛을 가진 음식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본인이 스스로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의 입맛을 그대로 따라 가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 전체가 식단을 바꾸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우리나라 음식이 양념이나 간을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각종 조림, 찜 요리나 볶음, 구이 모두 대부분 간장, 설탕, 소금과 같은 재료가 공통으로 들어가는데요. 그런 음식을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가능하면 그런 재료들을 조금 덜 쓰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추가하기보다는 과일을 활용한다든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가장 좋은 방법은
식 재료를 양념이나 간을 하지 않고 먹는 것입니다. 채소를 데친 나물을 먹기보다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생으로 먹는 것이 좋겠고요. 고기도 양념을 해서 재우기보다는 생으로 굽거나 삶거나 쪄서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경우, 놀이동산이나 친구들과 함께 생일잔치를 하거나 할 때 주로 단맛이 나는 음식에 노출이 많이 됩니다. 단맛의 특성상 자꾸 먹고 싶게끔 하는 경향도 있지만, 그 맛과 당시의 좋은 기억이 연결돼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머릿속에 남는 경향도 있어서 가족외식을 할 때 메뉴를 선택할 때에도 건강에 좋은 종류를 선택하게끔 노력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요즘은 미각교육과 같은 프로그램들도 있던데요. 끝으로 건강을 위해 미각을 훈련할 수 있는 쉬운 방법 몇 가지만 알려주시죠.

[인터뷰]
가능하면 원재료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끔 우리의 미각을 훈련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각 식 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이나 질감과 같은 것을 느끼려면 간이나 양념으로 덮인 음식에서는 그런 것들을 찾기가 어려워서 가능하면 간을 약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가공한 주스를 먹기보다는 해당 과일을 먹게끔 하는 것이 좋겠고요.

집에 화분이나 화단에 채소를 키워서 먹게끔 하거나 직접 음식을 만들게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채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맛없는 음식을 먹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처음에는 맛을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자꾸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그 재료에서 나는 짠맛과 단맛 등을 즐길 수가 있게 됩니다. 식 재료의 질도 중요해서요. 그 음식재료가 가진 최고의 맛을 느끼려면 오랜 시간 보관하면서 시들해진 것으로는 맛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신선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담배 피우는 분들은 미각이 둔해져 있어서 꼭 금연하셔야 합니다.

[앵커]
가정에서는 인스턴트와 같은 자극적인 음식에 아이들의 입맛이 적응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겠고요,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고, 다양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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