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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소와 산소로부터 물을 만들면서 전기 에너지를 얻는 기술을 연료전지라고 하는데요, 연료전지는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촉매 없이는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주로 촉매를 백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실장인 김희연 박사,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박사님께서는 연료전지에 필요한 촉매 연구를 해오고 계신데요, 먼저 연료전지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인데요, 기존의 화석에너지의 경우에는 자원의 고갈 문제 이외에도 대기오염물 배출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연료전지는 원료로서 수소, 메탄올, 천연가스 등을 사용하게 되고, 반응 부산물로 물만을 발생시키게 되므로 친환경에너지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연료전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 즉, 촉매로는 그동안 어떤 물질이 주로 사용됐었나요?
[인터뷰]
연료전지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90년대 대학을 시작으로 기업체나 연구소 등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전극, 그 전극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촉매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고, 다양한 금속 성분 중에서 연료전지 전극 소재로는 백금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 백금은 가격이 매우 비싼 귀금속이고요, 그렇다 보니 전체 연료전지 제조 비용의 절반이 촉매 비용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촉매 연구자들은 최소한의 백금을 사용해서, 최대의 성능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서 백금 입자를 작게, 나노 크기로 만들어서 고 분산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고 분산 나노 촉매를 만들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렇게 어렵게 개발된 나노 촉매가 실제 화학 공정에 투입되게 되면, 높은 온도라든지, 압력에 의하여 다시 뭉쳐버리기도 하고, 그리고 강산이나 강알칼리 등의 분위기에 의해서 부식이 되거나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촉매의 장기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박사님의 연구팀에서 백금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연구 과정이 궁금하네요.
[인터뷰]
제가 촉매를 연구하다 보니, 항상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의 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러한 촉매를 오랜 기간 성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좀 새로운 발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뉴스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 중에 그래핀이 있습니다. 그래핀은 주로 디스플레이 용도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결점의 깨끗하고 넓은 그래핀 시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이 대면적 그래핀을 결점이 없는 상태로 합성하는 것도 또 회수하는 것도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좀 다른 차원의 발상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있는 그래핀을 백금 표면에 씌워서 그 구멍을 통해서는 촉매 반응이 일어나면서도, 백금 표면을 부분적으로 그래핀이 코팅하고 있어서, 백금 입자의 응집이나 부식이나 탈락 같은 비활성화를 막아줄 수 있는 코어쉘 형태, 즉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의 구조와 같은 형태의 입자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된 촉매를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어떤 과제들이 남아있나요?
[인터뷰]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사실 굉장히 쉽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기존의 촉매 제조 공정에서는, 원료를 열심히 비율별로 섞고, 비비고, 건조하고, 열처리하고 이런 여러 가지 단계가 필요해서 공정 비용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코어쉘 촉매의 경우에는 낮은 온도에서 one-step으로 합성할 수 있습니다.
촉매의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시스템 설계와 같은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해서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이미 관련 원천 특허를 국내외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특허를 기반으로 촉매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주로 연료전지에 대한 응용 부분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이러한 나노입자 제조 기술을 수소제조용 개질 촉매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박사님의 전공이 촉매반응공학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창시절부터 이렇게 화학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인터뷰]
사실 저는 학창시절에 화학보다는, 물리 과목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대표로 과학 경시대회에 나갔었는데, 그때도 화학 대표가 아니고 물리 대표였습니다. 여학생이 물리를 좋아하는 경우가 흔하진 않았는데요, 그런데 대입 학력고사 원서를 쓰는 시기에 마침 아는 화공과 교수님이 강력 추천을 해주셔서 화학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화학공학과는 화학 이외에도 물리, 수학 등 여러 가지 학문이 종합된 응용 학문이라서 오히려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촉매 관련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인터뷰]
사실 우리나라 화학 공정의 약 85% 이상이 촉매 공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학부과정에 촉매 관련 과목이 개설된 학교가 거의 없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기 이전에 촉매라는 분야를 잘 알기는 힘듭니다.
제가 촉매 공부를 시작한 것이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면서부터인데요, 당시에 제가 있던 학교에 큰 규모의 촉매연구센터(ERC)가 있기도 했고, 화학 공정 전반을 좀 더 넓고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부터 지금까지 20년 정도 촉매 연구를 하다 보니, 원자 단위부터 파일롯 단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되었고요, 또 무엇보다 촉매 분야는 실제 화학 공정에 적용되는 실용성이 가장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과학자로서 연구를 진행하오면서 어려운 점도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성 과학자로서 연구와 가정일을 병행하면서 가장 힘드셨던 점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이런 점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인터뷰]
꼭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성별을 막론하고 요즘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기가 쉽지는 않은 게 사실입니다. 과학자로서 연구를 진행하려면 굉장히 치열한 과정을 거쳐서 연구비를 확보하고, 과제를 확보했다고 열심히 연구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최근에는 단기간 내에 논문, 특허는 물론이고 상용화 목표까지 달성해야 해서 많이 힘이 든 것 같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육아’라는 10년 이상 걸리는 중장기대형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서 더욱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과학자로서 일한다고 해서, 육아는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법은 없거든요. 요즘 젊은 여성과학자들을 보면, 연구도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또 가정에서는 최고의 훌륭한 엄마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여성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지금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사실 우리나라는 여러 선배 과학자분들이나 정책을 세우시는 분들께서 노력을 해주신 덕분에, 제도 측면에서는 이미 많이 개선돼서, 외국의 경우에 비해서도 여성과학자들이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과학자들이 여전히 힘들어하는 주된 이유는 '배려'를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여성과학자들이 학위를 마치고 취업을 하는 나이가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가 되는데요, 이 시기에는 정말 열심히 일해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고 본인의 존재를 나타낼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대부분 결혼을 하게 되고, 여성과학자들의 경우에는 바로 이 시기에 출산과 양육이라는 큰 문제에 당면하게 되는 거죠.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시급하게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라면 일단 회사 내 보육시설을 좀 더 확대해주었으면 하고, 또 아직은 어린 초등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작은 공부방 같은 시설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앵커]
끝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촉매 연구를 선도하려면 어떤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2016년 전 세계 촉매 시장 규모가 약 200억 달러로 예상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국내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9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과학기술계에서 중국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웬만한 기술은 조만간 중국에서 모두 선점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촉매 연구를 선도하려면, 일단 우리만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겠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3년 안에 상용화 힘든 기술은 버려라!"하는 이러한 빨리빨리 정신보다는, 원천기술부터 대량생산 및 공정설계 기술까지 패키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촉매를 개발한 과학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희연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수소와 산소로부터 물을 만들면서 전기 에너지를 얻는 기술을 연료전지라고 하는데요, 연료전지는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촉매 없이는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주로 촉매를 백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실장인 김희연 박사,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박사님께서는 연료전지에 필요한 촉매 연구를 해오고 계신데요, 먼저 연료전지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인데요, 기존의 화석에너지의 경우에는 자원의 고갈 문제 이외에도 대기오염물 배출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연료전지는 원료로서 수소, 메탄올, 천연가스 등을 사용하게 되고, 반응 부산물로 물만을 발생시키게 되므로 친환경에너지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연료전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 즉, 촉매로는 그동안 어떤 물질이 주로 사용됐었나요?
[인터뷰]
연료전지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90년대 대학을 시작으로 기업체나 연구소 등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전극, 그 전극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촉매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고, 다양한 금속 성분 중에서 연료전지 전극 소재로는 백금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 백금은 가격이 매우 비싼 귀금속이고요, 그렇다 보니 전체 연료전지 제조 비용의 절반이 촉매 비용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촉매 연구자들은 최소한의 백금을 사용해서, 최대의 성능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서 백금 입자를 작게, 나노 크기로 만들어서 고 분산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고 분산 나노 촉매를 만들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렇게 어렵게 개발된 나노 촉매가 실제 화학 공정에 투입되게 되면, 높은 온도라든지, 압력에 의하여 다시 뭉쳐버리기도 하고, 그리고 강산이나 강알칼리 등의 분위기에 의해서 부식이 되거나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촉매의 장기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박사님의 연구팀에서 백금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연구 과정이 궁금하네요.
[인터뷰]
제가 촉매를 연구하다 보니, 항상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의 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러한 촉매를 오랜 기간 성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좀 새로운 발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뉴스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 중에 그래핀이 있습니다. 그래핀은 주로 디스플레이 용도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결점의 깨끗하고 넓은 그래핀 시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이 대면적 그래핀을 결점이 없는 상태로 합성하는 것도 또 회수하는 것도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좀 다른 차원의 발상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있는 그래핀을 백금 표면에 씌워서 그 구멍을 통해서는 촉매 반응이 일어나면서도, 백금 표면을 부분적으로 그래핀이 코팅하고 있어서, 백금 입자의 응집이나 부식이나 탈락 같은 비활성화를 막아줄 수 있는 코어쉘 형태, 즉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의 구조와 같은 형태의 입자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된 촉매를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어떤 과제들이 남아있나요?
[인터뷰]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사실 굉장히 쉽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기존의 촉매 제조 공정에서는, 원료를 열심히 비율별로 섞고, 비비고, 건조하고, 열처리하고 이런 여러 가지 단계가 필요해서 공정 비용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코어쉘 촉매의 경우에는 낮은 온도에서 one-step으로 합성할 수 있습니다.
촉매의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시스템 설계와 같은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해서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이미 관련 원천 특허를 국내외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특허를 기반으로 촉매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주로 연료전지에 대한 응용 부분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이러한 나노입자 제조 기술을 수소제조용 개질 촉매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박사님의 전공이 촉매반응공학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창시절부터 이렇게 화학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인터뷰]
사실 저는 학창시절에 화학보다는, 물리 과목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대표로 과학 경시대회에 나갔었는데, 그때도 화학 대표가 아니고 물리 대표였습니다. 여학생이 물리를 좋아하는 경우가 흔하진 않았는데요, 그런데 대입 학력고사 원서를 쓰는 시기에 마침 아는 화공과 교수님이 강력 추천을 해주셔서 화학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화학공학과는 화학 이외에도 물리, 수학 등 여러 가지 학문이 종합된 응용 학문이라서 오히려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촉매 관련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인터뷰]
사실 우리나라 화학 공정의 약 85% 이상이 촉매 공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학부과정에 촉매 관련 과목이 개설된 학교가 거의 없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기 이전에 촉매라는 분야를 잘 알기는 힘듭니다.
제가 촉매 공부를 시작한 것이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면서부터인데요, 당시에 제가 있던 학교에 큰 규모의 촉매연구센터(ERC)가 있기도 했고, 화학 공정 전반을 좀 더 넓고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부터 지금까지 20년 정도 촉매 연구를 하다 보니, 원자 단위부터 파일롯 단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되었고요, 또 무엇보다 촉매 분야는 실제 화학 공정에 적용되는 실용성이 가장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과학자로서 연구를 진행하오면서 어려운 점도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성 과학자로서 연구와 가정일을 병행하면서 가장 힘드셨던 점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이런 점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인터뷰]
꼭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성별을 막론하고 요즘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기가 쉽지는 않은 게 사실입니다. 과학자로서 연구를 진행하려면 굉장히 치열한 과정을 거쳐서 연구비를 확보하고, 과제를 확보했다고 열심히 연구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최근에는 단기간 내에 논문, 특허는 물론이고 상용화 목표까지 달성해야 해서 많이 힘이 든 것 같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육아’라는 10년 이상 걸리는 중장기대형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서 더욱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과학자로서 일한다고 해서, 육아는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법은 없거든요. 요즘 젊은 여성과학자들을 보면, 연구도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또 가정에서는 최고의 훌륭한 엄마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여성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지금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사실 우리나라는 여러 선배 과학자분들이나 정책을 세우시는 분들께서 노력을 해주신 덕분에, 제도 측면에서는 이미 많이 개선돼서, 외국의 경우에 비해서도 여성과학자들이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과학자들이 여전히 힘들어하는 주된 이유는 '배려'를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여성과학자들이 학위를 마치고 취업을 하는 나이가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가 되는데요, 이 시기에는 정말 열심히 일해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고 본인의 존재를 나타낼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대부분 결혼을 하게 되고, 여성과학자들의 경우에는 바로 이 시기에 출산과 양육이라는 큰 문제에 당면하게 되는 거죠.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시급하게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라면 일단 회사 내 보육시설을 좀 더 확대해주었으면 하고, 또 아직은 어린 초등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작은 공부방 같은 시설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앵커]
끝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촉매 연구를 선도하려면 어떤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2016년 전 세계 촉매 시장 규모가 약 200억 달러로 예상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국내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9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과학기술계에서 중국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웬만한 기술은 조만간 중국에서 모두 선점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촉매 연구를 선도하려면, 일단 우리만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겠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3년 안에 상용화 힘든 기술은 버려라!"하는 이러한 빨리빨리 정신보다는, 원천기술부터 대량생산 및 공정설계 기술까지 패키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촉매를 개발한 과학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희연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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