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유엔서 사문화 '적국조항' 왜 꺼냈나..."국내용 연출"

다카이치, 유엔서 사문화 '적국조항' 왜 꺼냈나..."국내용 연출"

2026.09.29. 오후 5:5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적국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에 대한 발언 배경을 놓고 일본 내에서 뒷말이 무성합니다.

삭제 요구가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그간의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데다 실제로 삭제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제무대에서 '당당한 리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국내 정치용 연출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현지시간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70년에 걸쳐 유엔의 노력에 큰 공헌을 한 일본의 긍지와 명예를 걸고 '적국조항'을 조속히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적국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국이었던 일본·독일 등 옛 추축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헌장 규정의 통칭입니다.

유엔헌장에는 이들 국가와 관련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승인 없이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 등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구(舊) 적국조항'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 조항을 언급한 것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는 적국조항의 삭제 방침을 담은 유엔 결의안이 채택됐던 때였지만, 이번 연설에서 다시 이 조항이 거론된 것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도쿄신문은 일본 외무성이 해당 조항을 "이미 사문화됐다"고 설명해 온 만큼, 다카이치 총리가 굳이 이 조항의 삭제를 언급한 의도와 진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타이완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한 뒤 중국은 적국조항을 들며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중국이 곧바로 무력으로 응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이에 대해 해당 조항은 사문화됐다고 반박했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삭제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낮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엔 홍보관이었던 우에키 야스히로 조치대 교수는 "유엔헌장 개정 논의는 1993년 시작됐지만, 상임이사국 확대와 거부권을 둘러싼 이견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다. (유엔헌장에서) 적국조항만 개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중국이 미국과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일본에 적국조항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할 리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적국조항 삭제 요구의 배경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가 당당한 리더상을 연출하는 데 유엔 외교를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즈미 아키코 정치 저널리스트는 "국회 휴회 기간 유엔에서 발언으로 강경한 이미지를 연출해 내각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취약한 정권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내각 지지율을 활용하면서 여론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미국 방문 중 SNS에 사진을 올리며 성과를 과시하는 등의 연출을 보면 안이함이 느껴진다"는 영상 전문가의 비판도 전했습니다.

YTN 이승배 (sbi@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