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기증으로 197명 태어났는데...기증자 '희귀 암 유발 유전자'

정자 기증으로 197명 태어났는데...기증자 '희귀 암 유발 유전자'

2025.12.11.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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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기증으로 197명 태어났는데...기증자 '희귀 암 유발 유전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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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를 기증해 유럽 전역에서 200명 가까운 아이를 태어나게 한 남자가 희귀 암 유전자를 보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CBS 뉴스 등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기증자의 정자로 유럽 전역에서 거의 200명의 아기가 태어났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암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정자 기증자는 자신이 희귀 유전자를 가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증자는 2005년 학생이던 시절 유럽 정자 은행의 정자 기증자 선별 검사를 통과했고, 그의 정자는 이후 유럽 각국에서 17년 동안 임신을 시도하는 수백 명의 여성들에게 사용됐다.

하지만 그는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TP53 유전자에 희귀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었다. TP53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암 억제 기능이 약화해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 Fraumeni syndrome)이라는 유전 질환을 유발한다. 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평생 약 90% 확률로 암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특히 소아암과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검사 결과, 기증자의 정자 중 최대 20%가 돌연변이 TP53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암 유전학자 클레어 턴불 박사는 BBC에 "가족들에게는 매우 끔찍하고 힘든 진단이다. 아이들은 평생 그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사실은 올해 유럽 인간유전학회에서 정자 기증으로 태어나 암에 걸린 아동을 진료하던 의사들로 인해 발견됐다. 기증자의 정자는 덴마크의 유럽 정자 은행에서 14개국 67개 불임 클리닉에 판매됐다. 지금까지 해당 기증자와 관련된 67명의 아이들 중 23명이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돌연변이를 가진 아이들 중 최소 10명은 이미 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여러 국가의 언론인이 제출한 정보공개 청구에 따르면, 최소 197명의 아이들이 이 사태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 중 몇 명이 유전적 돌연변이를 물려받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각국은 한 기증자의 정자가 각 국가에서 최대 몇 번까지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체 규정이 있지만, 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국제법은 없다.

조사 결과, 벨기에는 한 기증자의 정자가 최대 여섯 가정에만 사용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해당 기증자의 정자가 38명의 여성에게 사용돼, 모두 53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루앙 대학 병원의 암 유전학자 에드위주 카스퍼 박사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미 두 가지 다른 암에 걸린 아이들을 보았고, 그들 중 일부는 아주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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