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네타냐후도 싫어..."지난해 고국 떠난 이스라엘인 8만 명"

가자 전쟁과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에 대해 커지는 불만 속에 해외로 이주한 이스라엘인이 수만 명에 달한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시간 23일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시민 약 천만 명 중 8만 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집계됐고, 올해 이주자 수도 비슷할 거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해외 이주자는 대부분 고학력, 고소득자라고 이스라엘 인구통계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또 이들은 종교적이지 않으며,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어 네타냐후 내각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합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주한 이스라엘인 데켈 샬레브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에 남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는 것을 즉시 알았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습니다.

샬레브는 "이곳은 조용하고, 내 아이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많은 이스라엘인이 이 도시로 이주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의 해외 이주를 돕는 업체인 '세틀드.인'의 설립자 다프나 파티시-프릴룩은 최근 들어 전례 없이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 이전에는 취업을 위한 이주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전쟁과 정치적 격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주 문의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특히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던 시기에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탈이 이스라엘의 경제·사회·정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이타이 아테르 교수는 첨단기술 부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노동력의 11%에 불과하지만, 세금은 3분의 1을 낸다며 해외 이주자 중 다수가 기술인재라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일각에선 내년에 예정된 이스라엘 선거 결과가 이주 경향성 변화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파티시-프릴룩은 해외로 이주한 이스라엘인들은 "휴식을 갖고, 선거 결과를 본 뒤 2년 안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한다"며 이스라엘 정치 상황의 변화가 이주민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YTN 한상옥 (hanso@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