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항복 받아내...우크라전 바꾸는 지상 드론

로봇이 항복 받아내...우크라전 바꾸는 지상 드론

2025.10.21. 오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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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드론(무인항공기·UAV)으로 큰 변화를 겪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투 양상이 이제 지상드론(무인지상차량·UGV)으로 또다시 변모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20일 우크라이나군 제3 공격여단이 올해 6월 우크라이나 북동부 전선의 한 전장에서 원격 조종 지상드론을 앞세워 러시아군 병사들의 항복을 받아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격에 밀려 요새화된 2개 진지를 뺏긴 후 2주간 이를 탈환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통신 감청을 통해 이 진지들을 지키고 있던 러시아군 병사들이 잘 훈련된 병력이었으며 공중드론을 통해 보급을 받아가며 우크라이나군 상대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조그만 바퀴 달린 로봇에 폭약을 탑재한 무인지상차량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차량에는 자체 카메라가 달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원격조종을 맡은 조종사들은 근처에 띄운 공중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이 지상드론을 보면서 조종했습니다.

폭약 분량으로는 약 63㎏에 해당하는 대전차지뢰 3발을 탑재한 UGV 1대가 러시아군 병사들이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참호 입구로 가서 자폭했습니다.

폭발 후에도 한동안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자 우크라이나군은 참호 입구로 이런 지상드론 1대를 또 보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원격조종사가 공중드론이 보내주는 화면을 보면서 또다시 지상드론을 자폭시킬 시점을 가늠하던 도중에, 러시아 병사 한 명이 참호 입구로 나와서 손 글씨가 적힌 종이판을 보여주며 항복 의사를 밝혔습니다.

결국 러시아군 병사 2명이 참호에서 손을 들고 비무장으로 나왔고, 우크라이나군 공중드론의 안내를 받아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했습니다.

이 작전을 지휘한 우크라이나군 제3공격여단 예하 지상드론 중대장 미콜라(26)는 "내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포로를 잡았다는 점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보병도 잃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3 공격여단은 당시 드론 부대와 지상 군인 부대를 함께 동원해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생명을 보전하면서 하르키우주(州)의 전략적 지점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WP는 여단이 제공한 영상을 검토하고 공격에 관련된 지휘관들을 인터뷰해 당시 작전을 재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작전은 또한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현대전을 얼마나 강력하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처음에는 하늘에서 그리고 이제는 지상에서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WP는 평가했습니다.

지상드론은 한동안 흔치 않았지만 요즘은 최전방 병력에 보급물자를 전달하고 대피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전쟁의 판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양측 모두 드론을 배치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훨씬 더 인구가 많은 적과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고 제한된 인력을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드론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드론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지만 포병부대를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정확도도 높습니다.

6월 임무에 사용된 모델은 제작 비용이 약 1천500달러(213만 원)이었습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전면적 침공을 개시한 이래 우크라이나는 현대전의 미래를 시험하는 실험실로 변모했습니다.

최전방 부대에서는 바퀴나 궤도로 움직이며 공중드론처럼 무선 신호로 제어되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크기는 전자레인지보다 작은 것부터 여러 사람이 탑승할 수 있을 만큼 큰 것까지 다양합니다.

일부 지상드론에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기관총이 달려 있어, 러시아군의 위치에 접근해 지상군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9월에 최전선에서 로봇이 완수한 작업의 수는 8월의 거의 갑절이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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