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화 협상은 카타르의 워싱턴 내 로비 성과"

"가자 평화 협상은 카타르의 워싱턴 내 로비 성과"

2025.10.13. 오전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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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1단계 휴전 합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카타르와 워싱턴 내 카타르의 로비 군단에 중대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카타르가 수년간 이슬람주의 운동 지원국에서 외교적 중재자이자 미국의 협력국으로 국가 이미지를 탈바꿈하려 노력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평화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맡은 뒤 중동의 평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고, 동시에 테러 단체 지원과 반이스라엘 정서 조장국이라는 비난을 종식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카타르의 로비스트로 활동해 온 짐 모란 전 공화당 미국 하원의원은 "하마스가 협정을 수락하도록 카타르가 어느 정도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본다면 카타르의 공로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휴전 합의 발표 이후, 카타르의 워싱턴 내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아이다호주 마운틴홈 공군기지에 카타르 공군의 F-15 조종사 훈련 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극우 마가(MAGA) 진영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발표는 카타르에 큰 승리였다고 매체는 지적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카타르가 선물한 호화 전용기의 에어포스원 개조 예산을 민주당이 막으려는 걸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약 10년 전과 대비하면 현저한 변화입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역내 이웃 국가들은 이슬람주의 단체를 지원하고 이란과 경제·외교적 협력을 유지한다는 이유 등으로 카타르와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초기 트럼프 행정부(2017년) 역시 사우디와 UAE 편에 서자 카타르는 로비 활동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는데 당시 영입된 로비스트 중에는 현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워싱턴에서 사우디와 UAE의 막강한 로비력에 밀렸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인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더 꼬여갔습니다.

비판자들은 카타르가 미국 대학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반유대주의를 퍼뜨리고 학생들을 세뇌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카타르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하마스 지도부에 거점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것임에도 이를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외부 시선에 맞서 카타르 로비스트들은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가 위치한 카타르를 역내 평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미국 법무부 자료 기준으로 2023년 말 이후 카타르 정부가 로비스트, 컨설턴트, 홍보 전문가에게 지출한 비용은 1,200만 달러(약 172억 원)를 넘습니다.

카타르 측 로비스트는 "사실만 봐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며 "이번 협정으로 카타르가 선의로 움직였고, 인질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는 걸 트럼프 행정부가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카타르의 로비스트인 토드 웹스터도 "이번 협정은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중재자로서 없어서는 안 될 카타르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반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평화 협상에서 가장 큰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로비 전략이 아닌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었습니다.

웹스터는 "이스라엘이 도하를 폭격한 것만큼 큰 역효과는 없었다. 그 사건으로 모든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이스라엘이 그런 공격을 하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에미르)와 카타르 총리 간 긴밀한 관계가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네 사람이 사업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이 상대국 지도자와 사이가 좋지 않다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이럴 때는 로비스트가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다"고 말했습니다.

카타르가 평화 중재자로서 명성을 쌓으면서 카타르에 대한 외국 투자와 카타르의 서구 국가 투자를 위한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퀸시 국정 연구소의 벤 프리먼 연구원은 "이제 월드컵 이후 드러난 일부 인권 문제는 사람들이 눈감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중재자 이미지는 이런 다른 우려를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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