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푸틴과 나란히...열병식 직접 가보니

[앵커]
오늘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처음으로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섰는데요.

열병식 현장에 직접 다녀온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강정규 특파원!

[기자]
네, 베이징입니다.

[앵커]
먼저 이번 열병식부터 정리해볼까요? 북·중·러 정상이 66년 만에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선 장면이 하이라이트가 돼버렸죠?

[기자]
이른바 '좌 정은, 우 푸틴'.

북중러 정상이 함께 입장하는 장면이 열병식 무기 체계보다 더 이목을 끌었습니다.

톈안먼 망루에 올라서도 시진핑 주석 좌우에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섰는데요.

관례대로라면 중국 원로들이 시 주석의 왼편, 해외 정상들이 오른편에 섰겠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일단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정상급 원로들이 별세하거나 연로해 자리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시 주석 오른편에 북러 정상이 설 경우 푸틴 중심처럼 비친단 점도 고려한 거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대신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망루 끝 편에 자리를 배정받았습니다.

2015년 70주년 열병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자리 배치와 대비되는데요.

10년 사이 뒤바뀐 한중·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처음 다자 외교 무대에 서게 됐는데, 현장에서 직접 본 모습은 어땠습니까?

[기자]
취재진에 배정된 자리와 망루가 멀어서 카메라 줌을 최대로 당겨 관찰하며 촬영했습니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닌 열병식에 처음 참석하는 김정은 위원장,

약 8분가량 이어진 시진핑 주석의 연설 때 집중하지 못하는 장면이 YTN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뜨거운 날씨 탓인지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고, 부채질하거나 햇볕을 가리는 등 계속 움직였습니다.

대체로 정자세로 앉아 연설을 경청하는 푸틴의 모습과 대조적이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호응의 박수를 쳐주고, 시진핑 주석의 움직임에 맞춰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앉는 등 예우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일명 '로켓맨' 나름 '열병식 전문가'답게 난간에 팔을 얹고 유심히 중국의 무기체계를 내려다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늘 처음 공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 DF-61이 지나갈 때는 시 주석에게 질문도 던지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시진핑, 푸틴뿐만 아니라 옆좌석의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도 소통하면서 '최고 존엄'이 아닌 여러 정상 중 한 명 역할에 적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이런 초대형 열병식 참석 기회도 흔치는 않을 텐데, 현장에 직접 가보니 어떻던가요?

[기자]
내외신 기자들이 집결 장소에 모이는 시각이 새벽 2시 반이었습니다.

줄을 서서 열병식 좌석표를 뽑고, 버스 탑승에 앞서 1번 내려서 또 1번 보안 검사를 거쳤습니다.

물이나 간식은 물론 선크림도 반입금지였고, 사전 승인을 거친 촬영 장비나 보조 배터리 등도 일일이 꺼내 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톈안먼 주변 교통을 완전히 통제해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심에서 취재진을 태운 버스 행렬만 움직였습니다.

취재진 외에 일반 관람객을 포함한 4만여 명이 집결지 49곳에서 삼엄한 검문을 거쳐 톈안먼에 몰려들었습니다.

얼굴인식 시스템엔 모든 관람객의 개인 정보가 담겼고, 음료수와 깃발, 모자, 우비 등이 담긴 기념 가방도 관람석마다 비치했습니다.

그렇게 취재진이 좌석에 앉기 시작한 시간이 새벽 6시쯤, 이때부턴 사실상 화장실에도 다녀올 수 없었습니다.

그늘 하나 없이 촘촘하게 붙은 좌석에 서서히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열병식은 70분짜리였다지만, 집 문밖을 나와 사무실에 복귀할 때까지 12시간에 달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YTN 강정규입니다.


YTN 강정규 (live@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