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움직이는데'...7천m 고산에 고립된 러시아 여성 구조 중단

'아직 움직이는데'...7천m 고산에 고립된 러시아 여성 구조 중단

2025.08.25. 오전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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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해발 7천m 산에 고립된 러시아 여성 구조 작업이 중단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 나탈리아 나고비치나(47)는 지난 12일 키르기스스탄과 중국 국경에 걸친 포베다산 빅토리봉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빅토리봉의 높이는 해발 7,439m이며 그녀가 다친 지점은 7,200m였다.

나고비치나의 일행이 도움을 구하기 위해 베이스캠프로 내려왔고, 곧 구조대가 출동했다. 이탈리아 등반가 루카 시니갈리아가 나고비치나에게 접근해 텐트와 음식 등을 전달했으나 구조 도중 시니갈리아가 오히려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여기에 나고비치나를 구하기 위해 접근했던 러시아 국방부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등 3명이 골절상을 입으면서 구조는 더욱 난항에 부딪혔다.

설상가상으로 인근에서 두 명의 등반가가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인력이 양분됐고, 구조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키르기스스탄 비상사태부는 구조 작업을 공식 중단했다.

지난 19일까지는 드론으로 나고비치나의 움직임이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한 상황이다.

4년 전, 나고비치나는 남편과 함께 6,995m 높이의 한텡그리에 오르던 중 남편을 잃었다. 당시 그의 남편에게 뇌졸중으로 마비 증상이 나타나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나고비치나는 남편을 홀로 두고 내려오라는 구조대의 명령을 거부하고 끝까지 남편 곁을 지켰다. 사고 1년 뒤, 나고비치나는 남편을 추모하기 위해 다시 한텡그리 정상에 올라 명판을 설치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80명이 넘는 등반가가 포베다산 빅토리봉 인근에서 목숨을 잃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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