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파월 해임하면 오히려 금리 오른다"

뉴욕타임스 "파월 해임하면 오히려 금리 오른다"

2025.07.18.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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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추길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고하면 금리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6일 온라인 매체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임기 만료(내년 5월) 전 사임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내가 그를 해임하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연준에서 하는 일의 '사기'(fraud)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답했습니다.

'사기'는 파월 의장 재임 중 연준 건물 개보수를 뜻합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전문가들의 견해들을 인용해 "설령 트럼프가 파월 해임에 성공하더라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연준이 아니라 투자자들이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의문이 생기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새 의장이 연준 위원들을 설득해 단기 금리를 내릴 순 있지만 장기 금리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장기 금리, 특히 미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핵심이다. 이들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기업 신용대출의 기준이 됩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이 장기 금리에 영향을 주지만 실제 장기 금리는 국채를 사고파는 투자자들에 의해 정해집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 의장 해임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은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지낸 컬럼비아대 경제학자 글렌 허버드는 "만약 유일한 목표가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면 나는 이렇게 안 할 것이다.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NYT는 장기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을 두 가지로 짚었습니다.

첫째 인플레이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더 직접 개입하려 한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받더라도 인플레이션과 맞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TE) 조지프 개뇽 연구원은 "연준의 신뢰성과 독립성은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습니다.

연준은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최근 수십 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렸습니다.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하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를 지속하는 것 같은 인기 없는 결정을 기꺼이 내릴 것이라는 신뢰를 잃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향후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연방 정부의 부채 수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가 1%보다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포인트에 3천600억 달러(약 498조 원)의 비용(국채 이자)이 든다며 너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준이 납세자들에게 "수조 달러의 이자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NYT는 "연준의 역할을 정부의 부채 상환을 돕는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또한 이런 인식은 정부의 추가 차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정부가 이미 지속 불가능한 재정 경로에 접어들었고,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감세 법안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을 지낸 하버드대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금리를 낮춰서 부채를 줄이고 감세 같은 일을 더 쉽게 하겠다는 목표는 중앙은행이 가져선 안 될 매우 위험하고 두려운 발상"이라며 "그 길을 택한 중앙은행들은 예외 없이 매우, 매우 나쁜 결말을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연준 전문가인 조지워싱턴대 경제학자 타라 싱클레어도 "정부가 빚을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믿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부터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고 이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일한 하버드대 경제학자 카렌 다이넌은 "몇 년 전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탓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되지 않고 흔들릴 위험이 더 커졌다"며 "게다가 정부 부채가 매우 큰 상황인 만큼 정치인들이 통화정책에 개입해서 그 부담을 줄이려는 유인이 훨씬 커졌다"고 봤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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