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란에 '우라늄 농축 제로' 수용 요구"...이란·러시아 보도 내용 부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국인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과 핵합의를 타결하는 방안을 요구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제로'를 통해 미국과 핵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을 최근 몇 주간 이란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포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스라엘 정부에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란의 핵심 동맹국인 러시아가 이란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고수하는 우라늄 농축 문제에서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의미라 주목됩니다.

러시아는 새 이란 핵합의가 이뤄지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제거를 돕겠다는 입장이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습니다.

이란의 원자력발전을 위해 연료용으로 3.67% 농축 우라늄을 제공하고, 이란의 연구용 원자로와 핵 동위원소 생산을 위해 20% 농도의 우라늄도 소량 공급해주겠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한 유럽 국가 당국자는 "그러나 이란 측은 그런 내용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에서는 러시아가 이같이 요구했다는 내용을 부인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뉴스통신 타스님은 푸틴 대통령이 그런 내용의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도 현지 시간 12일 악시오스의 관련 보도에 대해 "정치화된 비방 선전"이라며 일축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습니다.

외무부는 "누가 이 보도를 지시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글로벌 언론 매체가 공식 정보 출처를 인용해 보도하고 가짜 뉴스 보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때인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는 이란의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을 제한했지만, 농축을 원천 봉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는 이런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했고, 트럼프 2기 정부는 지난달 이란의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의 스티븐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이란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핵협상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물밑 대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