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낙태 완전합법화안 통과...빅토리아시대 법 폐기

영국 하원이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제정된 낙태 처벌법을 폐기했습니다.

영국 하원은 현지 시각 17일 자유투표를 통해 임신중절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찬성 397표, 반대 137표로 의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개정안은 1861년 남자들로만 구성된 의회가 의결한 법률 중 임신중절을 범죄로 규정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폐기하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24주 이내 태아에 국한해 두 명의 의사 승인이 있어야만 낙태를 할 수 있고 그 외에는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이후 1967년 법 개정으로 특정 상황에서 낙태가 일부 허용됐지만 19세기의 형사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영국에서 낙태로 형사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임신 10주 이내의 산모가 임신중절 약물을 전화나 온라인으로 처방받아 집에서 낙태를 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기소 건수가 증가했습니다.

이번 법 개정안을 발의한 노동당 토니아 안토니아지 의원은 현행 법률이 지난 5년간 100여 명의 임신 여성을 수사하는데 이용됐다며 "이제 이런 잔인한 부정의를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산부인과의사협회에 따르면 1861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에서 불법 낙태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은 단 3명뿐입니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엔 6명의 여성이 불법 임신중절로 기소됐고 이 중 한 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습니다.

이날 하원이 통과시킨 법 개정안은 상원 인준 등 추가 절차가 남아있어 여전히 주요 내용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습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