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애호가' 트럼프 회담에 남아공 측 어니 엘스 동행 예정

미국 백악관에서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간 회담에 남아공 골퍼 어니 엘스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습니다.

지난 1월 이후 악화일로로 치달은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가 좋아하는 남아공 대표 골프 선수를 동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엘스는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4승을 거둔 세계적인 선수로, 물 흐르듯 유연한 스윙으로 '빅 이지'(Big Easy)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남아공이 아프리카너(Afrikaners·17세기 남아공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 백인을 대량 학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12일엔 아프리카너 백인 49명을 난민으로 수용했습니다.

지난 2월엔 남아공에 대한 원조를 끊었고 올해 11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습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양국 전략적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며 지난 19일 나흘 일정 방미길에 올랐습니다.

FT는 양국 정상 간 회동에 엘스가 합류하게 된 것은 트럼프의 관심권에 있는 국가들이 트럼프의 눈에 들기 위해 얼마나 파격적인 방식을 동원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습니다.

남아공은 이번 만남을 위해 트럼프 1기 초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골프 외교' 사례를 연구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2017년 트럼프와 골프를 치며 환심을 샀고 당시 엘스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남아공 여당 인사는 엘스가 존재가 남아공의 국익에 두 배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선수이자, 아프리카너 출신인 엘스의 참석은 인종 차별 정책 이후 많은 아프리카너가 대량학살을 겪기는커녕 어떻게 번영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남아공 측 참석자 명단에는 남아공의 프로 골퍼 레티프 구센과 카르티에, IWC, 몽블랑과 같은 명품 기업을 거느린 스위스 그룹 리치몬트 회장이자 남아공 최대 갑부인 요한 루퍼트도 포함됐습니다.

트럼프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루퍼트 회장은 백악관 회동을 성사시키는 데에도 막후 역할을 했다고 남아공 현지 매체 뉴스24는 전했습니다.

이 밖에 남아공 측에선 국제관계협력부 장관과 대통령실 장관, 통상산업경제부 장관, 연정 파트너인 민주 동맹(DA) 대표이자 백인인 존 스틴헤이즌 농업부 장관이 합류합니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남아공 태생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습니다.

머스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흑인을 포함한 취약 계층이 지분 30%를 보유하도록 하는 남아공의 흑인 경제 육성법(BEE)을 "인종 차별법"이라고 공개 비난하는 등 남아공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특히 이 법은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남아공에서 면허를 받는 데 장애물로 여겨진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