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정책 '난항' 트럼프, 인도·파키스탄 휴전 중재로 첫 성과"

"외교 정책 '난항' 트럼프, 인도·파키스탄 휴전 중재로 첫 성과"

2025.05.11. 오전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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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외교 분야에서 다양하게 일을 벌이고도 진척을 보이지 못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파키스탄 무력 충돌 중재로 첫 성과를 거뒀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가 나흘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군사 공격이 이뤄진 이후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의 중재 속에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의 글이 올라온 뒤 인도와 파키스탄도 전면 휴전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사국보다 한발 앞서 휴전 합의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중재 성과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26명이 숨지자 인도와 파키스탄은 무력 충돌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한동안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그들이 멈추길 희망한다"면서도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다음날 JD 밴스 미 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파키스탄 충돌은 "근본적으로 미국과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미국은 양측의 갈등 완화를 시도하겠지만, 미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전쟁 한복판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재에 적극성을 드러낸 것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제기되던 9일부터였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갈등이 완화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인도·파키스탄과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국무부는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이 마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과 각각 통화하며 두 나라 간 직접 대화 복원을 촉구했습니다.

또 추가 충돌을 피하기 위한 건설적 대화를 시작하는 방안을 돕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루비오 장관이 양측 사이에서 중재에 나선 사실이 공개된 다음 날인 10일 오전 트럼프가 양측간 휴전 합의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으로선 특별한 인적·물적 투입 없이 최강대국으로서 인도-파키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휴전에 기여한 셈이 됐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파키스탄의 갈등이 조기에 진화되지 않고 확산할 경우 미중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 있어 보입니다.

인도는 비동맹 중립 외교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참여하며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공조하는 입장입니다.

파키스탄은 이번 무력 충돌에서 중국산 무기들을 잇달아 선보인 데서 보듯 인도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왔습니다.

더욱이 미중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서로 100%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갈등 중입니다.

10일 제네바에서 고위급 협상에 들어가며 상황 관리를 위한 노력에 돌입한 가운데 미중 관계에 또 하나의 불씨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이번 중재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갈등의 중대 국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재 외교는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그린란드·캐나다 병합 언급도 논란만 키운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번 중재를 통해 집권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교 영역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을 통해 우리의 성공을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대외 군사 분쟁 개입에 거리를 둘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신고립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홍해에서 미국 등 서방 상선을 위협하던 예멘 후티 반군을 공격하고, 인도-파키스탄 갈등을 중재함으로써 필요한 개입은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과 연결되는 대외 갈등 사안에 대해 개입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인더스강 조약'의 효력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며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더스강 조약은 1960년 세계은행 중재로 체결된 것으로 이 조약에 따라 인도는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의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갈등에서 인도는 인더스강 조약 효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실제 물줄기 차단에 나섰고, 파키스탄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또 이번 갈등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상대국 비자 취소와 영공 폐쇄, 무역 중단 등의 제재를 가한 만큼 상호 제재를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이번 일과 같은 무장 단체 테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미국의 중재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양국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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