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의 이름은?...'베드로'는 안돼

새 교황의 이름은?...'베드로'는 안돼

2025.05.05. 오후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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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오는 7일 시작되는 콘클라베에서 차기 교황이 정해지면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선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이 함께 울리면서 새 교황의 이름이 발표됩니다.

새 교황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까요.

교황의 이름을 새로 짓는 관습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대 기독교 초창기 교황들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본명이나 세례명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10세기 때인 요한 12세(재위 955~964)부터는 교황에 오르면 새로 이름을 짓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교황의 이름은 그 자체로 기독교의 역사 등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고 그 이름을 전에 사용했던 역대 교황이나 기독교 성인의 업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영국 더럼대 가톨릭 사학자 리엄 템플 교수는 현지시간 4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기에 잘 대처하거나 개혁에 영감을 주거나, 아니면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이전 교황의 이름들은 새 교황이 이름을 택하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교황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그 교황의 역사관과 세계관, 성품, 중요시하는 가치 등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 불린 이탈리아 아시시 출신의 성인 프란치스코(1181~1226)를 기려 이름을 정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한 바오로, 요한 혹은 베네딕토 등의 명칭 대신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최초로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을 택했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내내 가난하고 약한 자들,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평화와 화해를 상징하는 이름을 택했습니다.

베네딕토는 '축복받은 자'라는 뜻의 라틴어 'Benedictus'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성인 중에도 베네딕토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누르시아 출신 성 베네딕토(480~547)는 유럽 수도원 운동의 창시자로 '유럽 공동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성 베네딕토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5세를 기려 이름을 정했습니다.

역대 교황이 가장 많이 택한 이름은 요한입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요한을 기린 이름을 지금까지 총 21명의 교황이 사용했습니다.

교황명으로 금기시되는 이름도 있습니다.

베드로가 그중 하나입니다.

이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사도이자 초대 교황이었던 성 베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상징성에서 비롯된 것이 크지만, 베드로 2세가 마지막 교황이 될 것이라는 중세의 한 예언(말라키아 예언)도 이런 금기에 한몫했습니다.

금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역대 교황이 사용한 이름 중에서도 새 교황명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낮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우르바노와 비오가 그런 이름들로 꼽힙니다.

우르바노를 쓴 교황 중에는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을 시작한 교황 우르바노 8세(재위 1623~1644)가 있어서 현대의 가톨릭교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또 비오라는 이름을 쓴 교황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침묵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교황 비오 12세(재위 1939~1958)가 있습니다.

차기 교황의 이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개혁파라면 사회정의와 노동자 권리에 헌신했던 레오 13세(재위 1878~1903)를 기려 레오를, 청렴을 강조한다면 부패와 족벌주의를 척결했던 인노첸시오 13세(재위 1721~1724)를 기려 인노첸시오를 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교황으로 선출될 성직자 본인에게 달렸습니다.

콘클라베에서 정족수를 넘어선 후보가 나오면 당사자에게 교황직 수락 여부와 어떤 이름을 교황명으로 삼을 것인지 묻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어서는 선거인단의 선임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서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교황이 선출됐다)이라고 선언하면서 새 교황의 탄생을 만방에 알리게 됩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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