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액체 테러로 얼룩진 러 대선...'투표소 시위' 경계 강화

방화·액체 테러로 얼룩진 러 대선...'투표소 시위' 경계 강화

2024.03.16. 오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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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선 첫날…액체 테러·방화 등 방해 행위
투표함에 녹색 액체 테러로 곳곳서 7명 구금
선거 포스터에 화염병 투척 20대 구금
"투표함 액체 테러 최고 5년 징역형 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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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대통령 선거 첫날, 투표소 곳곳에서 방화와 액체 테러 등 각종 방해 행위가 벌어졌습니다.

모스크바 등 여러 곳에서 10명 이상이 체포됐는데, 러시아 당국은 '투표소 시위'에 대한 경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제부 연결합니다. 최영주 기자!

러시아 대선 투표 이틀째를 맞았는데, 첫날인 어제 곳곳에서 투표 방해 행위가 속출했다고요?

[기자]
러시아 대통령 선거 첫날인 어제, 투표소 곳곳에서 액체 테러와 방화, 화염병 투척 등 각종 방해 행위가 벌어져 10명 이상이 체포됐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한 투표소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여성이 투표함에 방화를 했고,

다른 투표소에서는 한 여성이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아부어 투표용지가 훼손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이날 모스크바 등 곳곳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아부은 혐의로 7명이 구금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20대 여성이 투표소가 마련된 학교 현관에 붙은 선거 포스터에 화염병을 투척했다가 구금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형법 141조 선거 업무 방해 혐의로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특히 "투표함에 액체를 부은 사람은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녹색 액체를 사용한 것이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나발니가 과거 당한 테러를 기억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나발니는 지난 2017년 녹색 살균소독액 젤룐카를 얼굴에 뿌린 괴한 때문에 실명 위기를 겪은 바 있습니다.

[앵커]
이번 러시아 대선은 사흘간 열리는데 러시아 당국이 투표소 시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방해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발니 지지자들이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에 투표소로 일제히 나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표현을 하자고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이 같은 불법 행사에 참여하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 러시아 독립선거단체는 경찰들이 17일 투표소에 모인 사람 중 시위 참가자를 식별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으며,

투표 참관인은 투표소 앞과 내부에 모인 사람을 최대한 영상으로 촬영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반정부 시위'에도 푸틴의 당선은 확실시 된다고요?

[기자]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사실상 확실시되는 가운데 관건은 투표율과 득표율입니다.

각종 사건·사고에도 첫날 러시아 유권자의 약 3분의 1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스크바 시각 오후 8시 30분 기준 전국 투표율은 33.45%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푸틴의 득표율이 82%로 예측됐습니다.

실제 득표율이 80%대를 기록한다면, 2018년 76.7%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 됩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투표도 도입됐는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 첫날, 집무실에서 온라인으로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푸틴의 5선이 확정되면 2030년까지 6년 더 러시아를 통치하게 됩니다.

[앵커]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되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도 경고를 했다고요?

[기자]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를 공격하며 대통령 선거를 방해하려고 했다며 응징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국민은 더욱 단결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방해 시도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푸틴의 이 같은 발언은 투표를 독려하고 득표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압도적 투표 참여와 지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추진 동력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 첫날에도 러시아군은 흑해에 접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항구 도시 오데사를 미사일로 공습해 2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를 향해 "테러 정권"이라며 "적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국제사회에서도 이번 러시아 대선을 두고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오는군요?

[기자]
국제사회는 이번 러시아 대선도 유권자의 자유로운 투표가 차단되는 불공정 선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강제 투표를 종용당했다는 인권단체의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또 군인을 대동한 선거 관리 요원들이 집집마다 가정을 방문해 투표를 하는 장면에서 투명한 투표함에 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표하는 장면들이 포착되면서 사실상 공개 투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UN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등 50개 나라 대사들이 "러시아 점령지 선거는 무효"라고 규탄했습니다.

AP통신도 도네츠크와 크림반도 등 점령지의 선거가 매우 왜곡되고 제한적인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점령지 선거는 무효"라고 밝혔고, 나토 역시 "불공정 선거"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최영주 (yjcho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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