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혼자 산 암컷 악어, 수컷 없이 출산…"유전자 99.9% 일치"

16년간 혼자 산 암컷 악어, 수컷 없이 출산…"유전자 99.9% 일치"

2023.06.08. 오후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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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혼자 산 암컷 악어, 수컷 없이 출산…"유전자 99.9% 일치"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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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없이 암컷 혼자 새끼를 낳는 '단성생식' 사례가 악어에게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단성생식은 수정 없이 배아가 형성되는 무성생식 방식 중 하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한 암컷 악어가 알을 낳았다. 이 악어는 2살 때부터 일생 대부분을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지냈는데, 18살이 된 해에 임신을 한 것이다. 새끼는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지만 부화에는 실패했다.

동물원 측은 11년간 단성생식을 연구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워런 부스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분석 결과 죽은 새끼는 유전적으로 어미 악어와 99.9% 일치했으며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었다.

부스 박사는 이번 발견이 "놀랍지 않다"며 단성생식은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게서도 종종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애완 뱀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파충류의 단성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지만 그 사람들이 악어를 기르지는 않는다"며 지금까지 악어 단성생식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짝짓기 상대 부족 등의 이유로 멸종 위기에 처한 개체에게서 단성생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부스 박사는 단성생식이 조류나 파충류 등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과거 공룡이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실렸다.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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