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멸종 시나리오, 식량 전쟁이 벌어진다? [쥐니어스]

꿀벌 멸종 시나리오, 식량 전쟁이 벌어진다? [쥐니어스]

2023.01.20.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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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도 백신 맞는다는 거 들어본 사람?
얼마 전 세계 최초 꿀벌 백신이 승인됐다는데...
꿀벌들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세계 최초로 승인된 ‘꿀벌 백신’]

최근 미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조건부 허가를 승인한 ‘꿀벌 백신’
꿀벌 전염병인 ‘미국형 부저병’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됐어요.
이 병에 걸리면 꿀벌 애벌레들은 몸체가 부패해 죽죠.
하지만 그동안은 치료제가 없어 벌집을 태워버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면 조그만 꿀벌에게 어떻게 백신을 투입하냐고요?
주사를 놓는 건 아니고요.
여왕벌이 먹는 로열젤리에 백신 성분을 주입하고
그걸 먹은 여왕벌의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가
항체를 갖게 되는 거예요. 신기하죠?

미국이 꿀벌용 백신까지 개발한 건
‘꿀벌 실종’을 막아야 하기 때문.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꿀벌을 조금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이런 백신까지 나온 거죠.

[아직 끝나지 않은 꿀벌 실종 사건]

꿀벌 실종 사건.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한 양봉업자가 처음 보고했습니다.

일명 ‘꿀벌군집붕괴현상’ CCD(Colony Collapse Disorder).
CCD는 꿀 찾으러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해요.

당시 이 양봉업자는 특정한 벌통에만
갑자기 벌들이 드나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겼대요.
이상해서 벌통을 열어보니 역시나 텅텅.
여왕벌만 남고 나머지 일벌들이 사라져버린 건데...

이 사건 이후 꿀벌 실종 사건은 미 전역으로 퍼졌고
2006년, 2007년 2년 사이 미국 꿀벌 40% 가까이 사라졌대요.
그 이후에도 미국에서 꿀벌 개체 수는 꾸준히 줄었다는데...

더 큰 문제는 이게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거.
유럽에서도 2007년부터 꿀벌이 연간 30% 사라졌고
남아프리카, 중국 등 전 세계 꿀벌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양봉 말고 야생 꿀벌도 상황은 비슷해요.
2006년부터 2015년 사이 관찰된 지구상 야생 꿀벌,
1990년대보다 25% 정도 줄었죠.

우리나라 꿀벌들은 괜찮냐고요? NO NO.
지난해 78억 마리가 사라진 데 이어
이번 겨울도 꿀벌 실종 사건은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10일엔 전남 완도 명사십리 바닷가 앞에서
죽은 꿀벌 여러 마리가 동시에 발견됐고요.

얼마 전 전북 부안군에 있는 한 양봉 농가에선
키우던 꿀벌 90%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강원도 양구군 한 양봉장에서도
지난겨울에 이어 두 해 연속 꿀벌이 없어져 버렸죠.

해마다 10월에서 11월이면 꿀벌들은 꿀 채집을 멈추고
겨울잠을 자는 ‘월동’ 기간에 들어갑니다.
이 월동 기간 꿀벌 개체 수는 평균 5~10% 정도 줄어들어요.
그런데 키우던 꿀벌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고가
전국 양봉 농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래도 지난해 4, 5월 두 달은
국내 꿀 수확량이 평년보다 15%나 반짝 늘고 꿀벌 번식도 꽤 잘 됐다고 해요.
상황이 좀 나아지나 했는데
겨울이 되면서 악몽이 다시 반복되고 있죠.
도대체 꿀벌들은 왜 사라져버리는 걸까요?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

꿀벌이 사라지는 여러 이유를 좀 자세히 짚어보면요.

첫 번째로 ‘온난화’
겨울에도 기온이 너무 높아져 버렸기 때문인데요.
꿀벌들은 보통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고 봄이 되면 활동해요.
그런데 11월, 12월에도 따뜻하니
벌들이 봄이라고 착각하고 활동을 하는 거죠.
여왕벌은 계속 알을 낳고요.
활동은 하는데 겨울이라 먹이는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굶어 죽을 가능성이 커지죠.

막상 벌통을 벗어나면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얼어 죽기도 하고요.
외출하지 않고 벌통에 남은 꿀벌들도 주변에 친구들이 없으니
체온이 떨어져 아프거나 죽을 수 있는 거예요.

두 번째 이유는 ‘식물 살충제’. 그러니까 농약 피해도 심각해요.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성분의 살충제.

이 성분은 벌들에게 직접 쓰기보다는
논이나 과수원에서 병충해를 퇴치하려고 많이 사용돼요.
지자체 차원에서 흉작을 막으려고 드론으로 쫘악 살포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이 살충제가 근처에 사는 꿀벌들에겐 치명적.
기억력 감퇴와 방향감각 상실, 비행능력 저하 등을 유발해요.
한 마디로 집 나갔던 꿀벌이 다시 돌아가기 힘들어진다는 거.
그래서 유럽 연합은 2018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사용을 금지했죠.

세 번째로는 ‘응애’
응애는 꿀벌에 기생해 체액과 지방을 빨아먹는 진드기의 일종.
양봉 농가엔 끔찍한 존재죠.
꿀벌의 체중을 감소시키고 기형을 유발하거나
바이러스를 매개하기도 하면서 꿀벌의 건강을 해칩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응애를 퇴치해야 하는데요.

특히 작년에 우리 농가들, 응애 예방을 제때 못했다고 해요.
지난 2년 동안 워낙 꿀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에
농가 소득을 위해 응애를 예방, 퇴치해야 할 시기에도 꿀을 생산해야 했죠.
그래서 응애는 더 잘 자랄 수밖에 없었고요.

게다가 응애를 없애려고 계속 같은 성분의 방제제를 쓰다 보니
응애한테 내성이 생겨서 퇴치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도 응애 방제제를 다양하게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외에도 앞서 말한 부저병 같은
꿀벌 전염병이 유행했을 수도 있고요.
꿀벌 실종을 가져온 원인, 정말 복합적인데...
꿀벌이 진짜 모두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꿀벌 멸종 시나리오]

[최용수 /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꿀벌이 멸종됐을 때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외국에서 분석해서 보고한 사례들이 있는데요.
(양봉 농가에서 꿀벌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농작물) 수정을 할 텐데
그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생산성도 똘어지고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식량 가격은 폭등할 거고요.
그러면 이제 사회적 문제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거다.
사회적 격차로 인한 폭동이 발생할 거고 또 한 해가 더 지나면
국가 간 식량 쟁탈 전쟁이 일어나서 결국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울 거다"

꿀벌이 실종되면 양봉 농가들이 수익이 줄고 문 닫는 건 일차적인 문제고요.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먹을 식량이 줄어들 수 있어요.

이 메뉴판이 그 미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몬드 안됨. 아보카도 안됨. 커피 안됨.
과일 안됨. 요거트 안됨. 벌꿀 안됨....

미국 한 바이오회사와 레스토랑이
꿀벌이 멸종한 상황을 가정해 내놓은 메뉴판입니다.
육류, 생선 메뉴는 아예 없고 과일, 커피 같은 메뉴 대부분 주문 불가.

'이런 거 그냥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엔...
꿀벌이 식량 생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만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약 5조 9천억 원으로 평가되는데...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식량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0여 개 작물이 꿀벌 없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봤어요.
대표적으로 아몬드, 양파, 베리류 같은 작물.
꿀벌이 꿀을 모을 때
몸에 붙었던 꽃가루가 다른 꽃으로 옮겨지는데요.
이때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옮겨져 열매를 맺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고요
이 농작물을 먹는 가축도 줄줄이 사라지겠죠.
꿀벌이 멸종되면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식량이 부족하면? 우리 인간도 위험합니다.
사무엘 마이어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꿀벌이 멸종할 경우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했어요.

[전 세계 꿀벌 사수 대작전]

상황이 이러다 보니 세계 각국에선 꿀벌을 지키려고 애쓰는 중.
영국, 프랑스, 일본 같은 나라에선
야생보다 살충제 영향을 덜 받는 도심으로 양봉장을 옮기는
운동이 벌어졌어요.
서울에도 도시 양봉을 하는 곳이 있고요.

[박진 / 친환경 도시 양봉 기업 대표]
“건물의 옥상이라든지 공원의 한편 이런 공간에서 벌을 많이 키워요”
“(양봉을) 허락해 주시는 이유 중 하나는 공익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다 보니..”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각 지역 버스정류장엔
‘꿀벌 정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
꿀벌 정원에 개화 식물을 심으면 꿀벌들이
이곳에서 꿀을 캐갈 수 있죠.

우리나라도 꿀벌을 위해 특별한 걸 만들었는데요.
얼마 전 충청남도엔 무려 축구장 4700개 규모를 자랑하는
꿀벌 먹이 숲이 조성됐어요. 어마어마하죠?
여기에 꿀벌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나무를 심었어요.

이렇게 해서라도 꿀벌들이 겨울에도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지금 속도대로 가면
꿀벌이 2035년에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죠.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가 더워지고
살충제가 여기저기 살포됐는데...
이로 인해 꿀벌이 사라지면 결국 인간도 피해를 본다는 거
잊지 말자구요!

기획:임장혁
CP:정원호
구성:문지영
제작:김태욱 유예진 함초롱
디자인:강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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