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미국 대표팀, '이슬람 문양' 삭제한 이란 국기 SNS 게시

[월드컵] 미국 대표팀, '이슬람 문양' 삭제한 이란 국기 SNS 게시

2022.11.28. 오전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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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미국 대표팀, '이슬람 문양' 삭제한 이란 국기 SNS 게시
미국 축구대표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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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 중인 미국 축구 대표팀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기 위한 조치로 대표팀 소셜 미디어(SNS)에 이란 국기를 변형해 게시했습니다. 이에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함께 카타르월드컵 B조에 속한 미국은 대표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B조 순위를 표시한 그래픽을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란 국기 중앙에 있는 이슬람 공화국 문양을 삭제했습니다. 이슬람 공화국 문양을 삭제한 이란 국기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미국 대표팀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통으로 게시됐습니다.

미국 축구협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공식 국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P통신은 미국 대표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셜 미디어 이란 국기에 이슬람 관련 문양을 삭제한 것은 이란 내 여성들이 기본 인권을 되찾는 운동을 지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란축구협회는 즉시 FIFA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안을 따져보겠다고 맞섰습니다. 이란축구협회 관계자는 AP통신에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FIFA 윤리위를 통해 따져보려 한다. 미국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같은 B조에 편성됐으며 두 나라는 한국 시간 30일 오전 4시에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맞대결합니다. 16강 진출 여부를 정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미국이 이란의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린 모양새입니다.

이란에선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사건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최소 450명이 숨지고, 1만8천 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카타르 월드컵에선 반정부 성향의 팬들과 친정부 성향의 팬들이 각기 다른 이란 국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정부 성향의 팬들은 이슬람 공화국 문양 자리에 '여성' '자유' 문구를 새기거나 떠오르는 태양 앞에 칼은 든 사자가 서 있는 예전 팔레비 왕조 시절 국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팬들은 이슬람 공화국 문양이 있는 현재의 공식 국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이듬해 새로운 국기를 제작했는데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국가의 상징과 문장만을 바꾸었습니다.

이란과 미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 축구 국가대표 맞대결을 벌여 이란이 1승 1무로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이란이 2대 1로 이겼고, 2000년 친선 경기는 1대 1로 비겼습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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