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타임라인] 다시 열린 베이징 하늘길...여전히 좁은 문

[베이징 타임라인] 다시 열린 베이징 하늘길...여전히 좁은 문

2022.07.25. 오후 2:5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베이징 타임라인] 다시 열린 베이징 하늘길...여전히 좁은 문
AD
7월 23일, 오전 9시 13분, 인천발 아시아나 여객기(OZ331)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끊겼던 우리 국적기의 베이징 직항이 2년 4개월 만에 다시 생긴 겁니다. 매주 토요일 단 1번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베이징 직항을 기다리던 분들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죠. 그럼 그동안 베이징엔 어떻게 갔느냐고요?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위한 저의 출국기를 기록 차원에서 남겨 보려고 합니다.

베이징에 가야 하는데...베이징행 표가 없네?

베이징. 예전엔 당일 현장 발권도 가능할 만큼 항공편이 많았죠. 인천 - 베이징 간 항공편은 우리 국적 항공사만 일주일에 38차례 운항했습니다. 하루에 5번꼴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서울에서 통근해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 바로 베이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발병 이후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저 같은 경우 베이징 부임이 정해진 뒤 서둘러 비자를 받고 비행기표를 끊으려고 봤더니, 정작 베이징행 비행기가 없었습니다. "어이가 없네?"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요?

물론 대한항공에 '인천-베이징 직항편'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다롄을 경유해야 하는 노선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격리를 마치고 오란 얘기죠. 수도 베이징엔 바로 오지 말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받고 오란 뜻입니다. (반대로 베이징에서 인천으로 올 때는 직항입니다.ㅎ) 그나마 월 1회 운항인데다,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른바 '코로나 패널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6월 24일 다롄행 비행기에서 코로나19 환자가 5명이상 나오면 2주 운항 취소, 10명 이상이면 4주 운항 취소를 시키는 형식입니다. 차선책으로 선양, 웨하이, 칭다오 등 주변 도시에서 격리를 마친 뒤, 다시 중국 국내선을 타고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루트가 있습니다. '주변 도시'라곤 하지만, 모두 서울에서 부산보다 먼 거리입니다.


워싱턴행만큼 비싼 중국행 비행기표

인천-베이징 노선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110만 명이 이용하던 한중 핵심 노선이었습니다.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중국을 오가야 하는 필수 수효는 정해져 있는데, 워낙 자주 취소되다 보니, 표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궁여지책으로 비행기표를 중복 예약 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일종의 보험인데, 중국 입국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방편으로 공유될 정돕니다. 당연히 표값은 더 비싸지겠죠.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6월 10일 선양(瀋陽)행 표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출국 2주 전쯤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네, 코로나 패널티였습니다. 부랴부랴 여행사를 통해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니, 저희 3가족 기준(어른2명, 어린이1명) 560만 원! 워싱턴행 비행기 삯만큼 비쌌습니다. 중국 국적기들이었습니다. 취소 환불도 안되는 조건입니다. 현지 여행사가 선점해 둔 자리를 사는 거라서 그렇답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만들어 놓은 기형적인 가격이었습니다.


베이징 지척인데, 광저우로 간 까닭은?

일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요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임 특파원과 임무 교대를 하려면 출국 시점을 더 늦추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대한항공편을 어렵게 어렵게 다시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베이징 '근처'로 가는 표가 없어서 저 멀리 광저우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광저우에서 격리를 마치고, 다시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일정입니다. 중국 국내선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으니까, 어디로든 일단 국경부터 넘고 보자는 전략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895km인데, 인천에서 광저우(2,025km), 광저우에서 다시 베이징(1,890km), 동선은 4,000km로 4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항공사앱으로 직접 예매한 거라 거품은 없었습니다. 여행사 통해 구입하는 중국 항공편의 절반 가격이었습니다.

"만만디" 낮아지는 '방역장성'

"만만디(慢慢的)"

중국식 '느림의 철학'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제로코로나' 원칙 아래 방역 만리장성을 친 중국이지만, 아주 조금씩 변화가 엿보입니다. 이번 베이징 직항 재개도 중국 당국이 먼저 요청한 거라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4주에 달했던 해외 입국 격리 역시 지금은 7+3(시설격리 7일+ 자가격리 3일)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대륙'의 입구는 여전히 좁습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비자 발급 절차부터 코로나19 검사, 시설 격리 등 남은 이야기들은 차차 풀어내 보겠습니다.

YTN 강정규 (liv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