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가문 36년만의 부활...손 내미는 중국

필리핀 독재자 가문 36년만의 부활...손 내미는 중국

2022.07.01. 오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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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악명을 떨쳤던 필리핀 독재자의 아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어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는데, 대중국 관계와 영해 분쟁 등 여러 이슈들과 맞물려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국제부 취재기자와 함께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과 아시아 정세 짚어보겠습니다.

권준기 기자, 필리핀 대통령 취임 기사의 제목이 거의 한결 같아요.

'36년 만에 독재자 가문이 돌아왔다'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던데, 간략히 배경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필리핀의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1965년부터 장장 21년간 권력을 독점했던 악명높은 독재자입니다.

계엄령을 선포해서 반민주적인 폭정을 일삼았고 반대파를 잡아들이고 고문해서 32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집계됩니다.

무엇보다 부정 축재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3조원 가량의 나랏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결국 86년에 '피플파워' 운동이 일어나 대통령 축출에 성공했고요, 이 마르코스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을 가서 3년 뒤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들,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가문의 후광을 업고 정치인으로 등장했고 주지사에 상하원을 두루 거치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6년 전에는 부통령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는데, 지난 5월 대선에서 60%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아들 마르코스는 아버지의 독재에 대해서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서요?

[기자]
그 부분이 좀 의아하실텐데, 21년 간이나 독재를 하면서 부정 축재를 10조 원 넘게 했으면 당연히 반성을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아버지는 "정치적으로 천재"라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하는가 하면 아버지 임기 때 필리핀은 잘 살았고 번영을 누렸다며 되레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 취임사에서도 아버지 얘기를 했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 필리핀 대통령 : 제 아버지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 더 많은 도로를 깔았고 더 많은 쌀을 생산했습니다.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은 저희 아버지 이후 가장 많은 성과를 낸 정부로 기록 될 겁니다.]

취임식에 마르코스 대통령 못지않게 관심을 모았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과거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취임한 대통령의 어머니 이멜다인데요.

영부인으로 있으면서 '사치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낭비가 심했습니다.

온갖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심지어 구두만 3천 켤레를 갖고 있었는데, 8년 동안 매일같이 구두를 갈아 신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논란의 인물인데 역시나 취임식에 당당하게 참석해서 아들과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독재자의 재등장에 반발도 만만치 않겠네요.

[기자]
화려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던 시간에 행사장 주변에서는 반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독재자 후예가 집권하게 되면 다시 한 번 민주주의가 파괴될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겁니다.

시위 참가자 말 직접 들어보시죠.

[참 마라난 / 시위 참가자 : (마르코스 취임은) 독재시대 계엄령 피해자들에게 모멸적이고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마치 다 나았다고 생각한 상처를 헤집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시민단체의 반발뿐 아니라 지금 필리핀 권력지형을 보더라도 마르코스가 처한 입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대선은 압승을 했지만 상하원 모두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고, 정치적인 기반도 그렇게 탄탄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적지 않습니다.

두테르테의 딸이 부통령을 하고 있는데, 일종의 오월동주 아니냐, 그러니까 두테르테 가문에서 마르코스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필리핀 경제도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마르코스가 결국엔 아버지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하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과거 청산도 없이 독재자 아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건데,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기자]
여러 분석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를 들라면 독재에 대한 기억이 없는 40대 이하 젊은 층이 마르코스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나 SNS를 활용한 선거 운동이 젊은층 공략에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또 상하원 의원을 거치면서 무난한 이미지 쌓으면서 아버지의 독재자 이미지를 중화시켰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코로나 거치면서 아무래도 경제적인 안정을 바라는 여론이 많은데 마르코스는 이 부분도 잘 활용했습니다.

물론 과거 독재 시기를 미화하고 민주화 세력을 음해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중에게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사라 두테르테의 인기도 당선이 가능했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앵커]
요즘 일대일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은 필리핀 새 대통령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면서요?

[기자]
필리핀은 과거 미국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미국 입장에선 아시아의 오랜 우방국인데요.

최근에는 필리핀이 과거에 비해서 미국보다 중국에 더 친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공동 자원개발에 나서 중국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습니다.

마르코스 신임 대통령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다만 필리핀 내에서도 남중국해 영해 분쟁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영토에 대해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긴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도 필리핀에 강력한 구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축전 전달하고 "양국 관계 발전의 진로를 그려나갈 준비가 돼 있고 우정과 새로운 시대를 위한 협력의 위대한 장을 계속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임식에는 실질적인 권력 서열 2위로도 불리는 왕치산 부주석이 참석했는데,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나서 양국 정상이 직접 양자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남중국해 분쟁을 적절히 관리하자는 등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앵커]
마침 시진핑 중국 주석이 홍콩을 방문하고 있죠.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 하는 가운데 공개 행보여서 더 관심을 끄는 것 같은데, 시진핑 주석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홍콩 반환 25주년 행사 참석차 시진핑 주석이 5년 만에 홍콩을 직접 방문했는데, 코로나 이후 893일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를 벗어난 행보입니다.

시 주석은 일국양제, 그러니까 한 나라 두 체제 약속을 잘 지키고 있고 홍콩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인 게 미국 등 서방은 지금 중국이 홍콩을 돌려받을 때 했던 약속을 어기고 일국양제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홍콩을 중국화 시키고 있다고 비판 하고 있는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있고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 한 겁니다.

[앵커]
이번 홍콩 방문이 단순히 홍콩 반환을 축하하기 위한 성격은 아니겠죠?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인 노림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기자]
지금 중국의 모든 정치 일정과 이벤트는 올 가을에 있을 20차 당대회에 맞춰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당대회가 왜 중요하냐면 시진핑이 3연임을 시도할 계획이기 때문인데요.

만약 시진핑이 3연임으로 장기집권에 들어가게 되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역사적 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홍콩 방문은 시진핑 주석이 올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들어가는 첫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1992년 덩샤오핑이 천안문 사태 이후에 우한을 거쳐서 남쪽 지방을 돌면서 개혁개방 메시지를 내고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번 시진핑의 홍콩을 비롯한 남부 지역 방문이 덩샤오핑의 당시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당대회를 석 달 정도 남기고 시진핑 주석이 정치적인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첫발을 뗀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얘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권준기 기자였습니다.




YTN 권준기 (j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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