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못 찾아 '약물 사형' 실패한 美 사형수 암으로 사망

정맥 못 찾아 '약물 사형' 실패한 美 사형수 암으로 사망

2021.11.30.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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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못 찾아 '약물 사형' 실패한 美 사형수 암으로 사망
앨라배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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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사형 집행 도중 약물 주입에 실패해 목숨을 건진 미국 사형수가 암으로 사망했다.

국선 변호사 버나드 E.는 앨라배마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 도일 리 햄이 숨졌다고 밝히며 2014년부터 치료해온 갑상샘암 합병증이 사망 원인이라고 말했다.

햄은 지난 1987년 앨라배마주 콜맨의 한 모텔에서 직원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410달러(약 48만 원)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암 투병 중이던 햄은 투병 때문에 사형집행이 불가능하다며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는 암으로 인한 사형 집행 중단은 감형이라고 반박했고, 결국 교정 당국은 2018년 2월 22일 오후 9시,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햄의 사형 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집행 전, 의사들은 암 치료 때문에 그의 정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형집행팀은 하반신에 독극물을 주입하기로 하고 3시간 가까이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햄의 다리와 발목, 사타구니에 등에 11차례 구멍을 냈지만 결국 약물 주입에 실패했다.

햄은 차라리 입으로 독극물을 주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주정부는 집행 규약을 근거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당시 약물 주입을 시도하는 과정이 잔인했던 탓에 현지에서는 '고문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도살 과정이었다'는 등의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결국 앨라배마주 검찰총장이 개입했고, 햄에게 다시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약물을 주사해 사형을 집행하는 법안은 지난 1977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처음 채택됐다. 현지에서는 약물 주입이 보다 인간적이고 저렴한 사형 방법으로 여기고 있지만 종종 독으로 인해 사형 집행 실패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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