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탈레반과 회담 긍정적"...합법성 인정은 '아직'

美 국무부 "탈레반과 회담 긍정적"...합법성 인정은 '아직'

2021.10.13. 오전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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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이 잇따라 탈레반 측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아프간에서 철군한 뒤 처음 열린 탈레반과의 고위급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는데요,

하지만 서방 측은 아직 탈레반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국제부 조수현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어서 오세요.

며칠 전 미국과 탈레반의 고위급 회담이 열렸는데,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거죠?

[기자]
네, 미국과 탈레반의 고위급 대표단은 카타르 도하에서 현지 시각 9~10일 이틀간 만났는데요.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밤사이 브리핑에서 회담 결과를 언급했습니다.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해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회담에서 미국은 아프간에서 테러조직들이 득세하지 않도록 촉구했고, 탈레반은 IS 타격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이를 수용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아프간에 코로나19 백신을 추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밝혔고요.

미국·탈레반 회담과 별도로, 미국과 유럽연합 당국자들이 함께 탈레반과 접촉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앵커]
탈레반은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았나요?

[기자]
앞서 탈레반 측에서는 회담 직후 반응이 나왔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은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가 주요 의제였고 미국이 백신을 제공하기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새로운 국면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담에서 탈레반 측은 아프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서방 국가들은 아직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번 회담이 탈레반 정권의 인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합법성은 탈레반 스스로 행동을 통해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탈레반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도 접촉을 이어가면서 인도적 지원을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 밤사이 G20 정상들이 아프가니스탄 관련 화상회의를 열었는데요.

회의를 주재한 올해 G20 의장국,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대부분의 정상들이 아직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때가 아니라는 의중을 내비쳤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어떤 정권인지 판단하려면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아직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이 정부 구성 과정에서 요구된 포용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독일 정부 역시 탈레반과의 추후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말이 아니라 행동을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G20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들이 다뤄졌나요?

[기자]
드라기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 정리해보면요.

정상들은 아프간 주민들의 삶이 재앙적 상황에 처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조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또 유엔에 이러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조율 권한을 줘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습니다.

테러리즘 재부상 우려와 관련해서는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드라기 총리는 설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주민에 대한 외교적·인도주의적·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고요.

메르켈 독일 총리는 G20의 틀 아래 난민 문제를 다룰 '워킹 그룹'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탈레반 정권에 우호적인 국가로 꼽히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외교부 차관이, 중국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각각 참여했는데요.

왕이 부장은 아프간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동시에 탈레반에 대한 제재 해제를 서방권에 촉구했습니다.

[앵커]
이번 회의를 통해 유럽연합 집행부도 아프간에 대한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고요?

[기자]
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억 유로, 약 1조3천8백억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원금은 아프간 주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의료시스템 개선, 이주민·난민 관리, 인권 보호, 테러리즘 예방 등에 쓰이게 됩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아프간의 인도주의적·사회경제적 붕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탈레반 행동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 전체 인구의 절반인 천800만 명이 외부의 인도적 지원에 의지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의 93%가 식량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겨울철을 앞두고 100만 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기아 위기에 놓여있다고 유엔은 경고했습니다.

또 5세 미만 유아의 절반 이상은 영양실조 상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번 G20 회의를 계기로 '워킹 그룹' 설치를 비롯해 실무적인 진전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조수현 (sj102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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