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시위대 '독재 타도' 외치며 비트코인 ATM에 불 질러

엘살바도르 시위대 '독재 타도' 외치며 비트코인 ATM에 불 질러

2021.09.16. 오전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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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시위대 '독재 타도' 외치며 비트코인 ATM에 불 질러
현금을 비트코인 암호 화폐로 교환하는 '치보' 디지털 지갑 ATM이 불타고 있다. (AP 사진/이반 만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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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 기념일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6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엘살바도르의 수도에는 수천 명이 모여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부켈레 대통령이 법원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너무 많은 권력을 쥐고 있다며 그의 재선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일부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데 대해 항의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가 공용 화폐였지만 지난 7일부터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도 법정통화로 인정했다. 정부는 국민에게 1인당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주며 사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이 비트코인 통용에 반대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비트코인 반대’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행진했고, 현금을 비트코인 암호 화폐로 교환하는 '치보' 디지털 지갑 입출금기(ATM) 기계를 파손했다.

2019년에 선출된 부켈레 대통령은 기존 정당에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일부 엘살바도르 시민들은 “그가 ‘독재자’가 되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벌어진 행진은 부켈레 정부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시위였다.

시위대 중 한 명인 시드니 블랑코 전 대법원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행진은 상징적이다. 그가 헌법을 너무 많이 위반하니까 참을 수 없어졌기 때문에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 여당은 올해 의회 과반수를 확보하자마자 부켈레의 정책에 대해 미온적인 헌법재판관 5명과 무소속인 법무부 장관을 교체했다.
이 조치가 끝나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재선을 잠정적으로 막는 법안을 폐기해 부켈레 대통령이 2024년에 두 번째 임기를 시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금까지 재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정치 비평가들은 그가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측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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