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뛰어넘은 화해..."한일 관계 어려워도 포기 말아야"

전쟁 뛰어넘은 화해..."한일 관계 어려워도 포기 말아야"

2021.08.14. 오전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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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에 대해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 각지에는 한국과 뿌리 깊은 인연이 남아있는 곳이 적지 않은데요.

400여 년 전 전쟁의 역사를 뛰어넘어 한국과 친구가 된 후손들의 이야기를 이경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 시코쿠의 소도시 오즈.

시민회관 앞에 서 있는 위령비는 정유재란 당시 이곳에 포로로 끌려온 조선 유학자 강항을 기리는 것입니다.

30년 전 비석을 세우기 위해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은 함께 기금을 모았고 시는 기꺼이 땅을 내줬습니다.

그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이 당시 시청 문화 과장이던 무라카미 씨입니다.

[무라카미 츠네오 / 전 오즈시 공무원 : 일본에 유학을 전한 강항에 대한 기술이 교과서에 없습니다. 일본 교육 문화의 역사를 바꾼 인물인데 말이죠.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한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사료를 찾아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펴냈고, 그 뒤 함께 강항을 공부하는 동료도 생겼습니다.

[무라카미 츠네오 / 전 오즈시 공무원 : (일본군에게) 자식을 둘이나 잃고 일족도 모두 죽임을 당했는데 그 증오와 고통의 일본에 학문을 전달했습니다. 그 모습을 생각하고 감동했습니다.]

인근 이마바리 시에 사는 무라세 씨는 명량해전에서 싸운 일본 수군의 후손입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이 숨진 적군의 시신을 거둬 무덤을 만들어 줬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주저 없이 진도까지 찾아갔습니다.

어떻게든 감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라세 마키오 / 사업가 : (처음 갈 때는) '두들겨 맞을 것을 각오하고 가라'는 말도 들었는데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진도 주민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봐 주는구나' 하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그 뒤 16년째 매년 전남 진도를 찾아 이순신 장군을 참배하고 주민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라세 마키오 / 사업가 : 이렇게 교류를 차근차근 쌓아나가면 몇 년 뒤에는 꽃이 피지 않을까요?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포기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만남을) 계속 전해나가는 것 뿐입니다.]

선조들은 바다에서 적으로 만났지만 4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그 후손들은 친구가 됐습니다.

역사를 직시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갈등을 뛰어넘어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이마바리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YTN 이경아 (hk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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