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100일...여전히 오지 않는 '미얀마의 봄'

쿠데타 100일...여전히 오지 않는 '미얀마의 봄'

2021.05.11. 오전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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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튿날부터 시민들 ’소음 시위’로 저항
군의 인터넷 차단에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팔뚝에 혈액형과 번호 적으며 죽음 각오하고 시위
훼손된 시신 대가로 돈 요구·시위대 무덤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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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얀마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오늘로 꼭 100일째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군경은 자국민에게 실탄을 쏘며 밤낮없이 시민을 잡아가고 있고 시위대는 빼앗긴 '미얀마의 봄'을 되찾기 위해 목숨 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여진 기자가 미얀마 혼돈의 100일을 돌아봤습니다.

[기자]

[미얀마군 TV 아나운서 (2월 1일) : 선거인 명부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위해 입법권, 통치권, 사법권을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에게 넘긴다.]

쿠데타 이튿날부터 시민들은 차량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드리며 군에 저항했습니다.

2월 4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첫 거리 시위가 열리더니 2월 7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위대는 십만 명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며 시위를 막기 위해 애썼지만, 오히려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2월 8일 시위대를 향한 물대포 발사로 첫 부상자가 나오더니 2월 9일 실탄을 발사하기 시작, 2월 19일 첫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시위대는 팔뚝에 혈액형과 전화번호를 적는 등 죽음을 각오하며 시위에 나섰고 날짜에 2가 다섯 번 들어가 '파이브 투'로 불린 2월 22일 수십만 명이 대규모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3월 3일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다가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을 포함해 이날 하루 38명이 희생됐습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 유엔 미얀마 특사 (3월 3일) : 오늘 하루에만 (미얀마에서) 38명이 숨졌습니다.]

최악의 유혈 참사가 일어난 3월 27일 '미얀마군의 날'엔 하루 114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故 사이 와이 얀의 어머니 / 3월 28일 :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안 들리니, 와이 얀? 날 두고 가는 거니? 너 없이 어떻게 살 수 있겠니?]

같은 날 군부는 불꽃을 터뜨리며 호화 파티를 즐겼습니다.

카렌과 카친 등 소수 민족 마을에는 수차례 공습을 퍼부었고 4월 9일 유탄 발사기 등 중화기를 동원해 바고 지역에서만 82명이 숨졌습니다.

군은 장기 밀매가 의심될 만큼 훼손된 시신을 돌려주며 돈을 요구하거나, 시위대의 무덤을 파헤치는 등 반인륜적 만행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수수방관 속에 유엔 등 국제사회는 무기력한 대응에 그쳐 지옥 같은 억압과 저항은 속절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이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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