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편히 못 쉬는 미얀마인...시위대 무덤까지 파헤쳐

죽어서도 편히 못 쉬는 미얀마인...시위대 무덤까지 파헤쳐

2021.04.20. 오후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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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만달레이 주택가에서 시민에 총격
미얀마군, 주택 여러 곳과 오토바이 등에 방화
미얀마군, 머리에 총상 입고 숨진 시신 던지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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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얀마 군부가 반 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 숨진 시민들의 묘지를 파헤쳐 시신을 멋대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군부는 또 군경 탄압에 숨진 시위대 숫자를 축소하며 '군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19세 소녀 치알 신이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억지 주장도 폈습니다.

이여진 기자입니다.

[기자]
미얀마군이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주택가에서 시민을 향해 총을 쏩니다.

한쪽에서는 주민들이 불을 끄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군경이 주택 여러 곳과 오토바이 등에 질러놓은 불입니다.

군 트럭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시신을 주택가에 던져 놓고 가버렸는데, 몸 군데군데 화상 자국이 있어 죽기 전 고문을 받은 흔적 같다는 글과 함께 사진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미얀마군은 숨진 시위대의 묘지를 파헤치기까지 했습니다.

공동묘지에 묻힌 12구의 시신을 꺼내고 '봄 혁명의 영웅'이라고 적힌 추모비를 부순 뒤 마음대로 딴 곳에 묻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제 고인에게 편히 쉬라는 말도 할 수 없게 됐다"며 "사악하고 괴물 같은 군부"라고 비난했습니다.

미얀마군은 또 군경의 탄압에 희생된 시민의 숫자를 터무니없이 낮춰 공분을 샀습니다.

군부가 운영하는 MRTV는 쿠데타 이후 숨진 민간인은 258명이라며 7백 명 넘게 집계한 인권단체의 수치는 과장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더욱이 240명만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을 뿐 나머지는 사고로 숨지거나 자연사했거나 시위대가 서로 총을 겨누다가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군경이 사망자 번호 624번이라는 걸 실수로 노출한 장면이 "군의 형편없는 컴퓨터 실력이 거짓말을 가리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SNS에 퍼졌습니다.

네티즌들은 또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이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군부의 주장에도 치를 떨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UN 전 현직 사무총장들은 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 UN 사무총장 : 미얀마에서 절박한 위기를 맞은 오늘날, 아세안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반기문 / 전 UN 사무총장 : 유엔과 지역 협력국들은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막을 강력한 조치를 통해 서로 협력할 일시적인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오는 24일 열리는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미얀마 대표로 초청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이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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