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장관들까지 줄줄이...페루 고위층 500명 새치기 접종

대통령에 장관들까지 줄줄이...페루 고위층 500명 새치기 접종

2021.02.16. 오후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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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달 초 일선 의료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페루에서 새치기 접종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탄핵당한 대통령에 이어 보건장관과 외교장관까지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먼저 백신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여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달 초 일선 의료진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페루에서는 아직 일반인 대상 접종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부패 혐의로 탄핵당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탄핵 전인 10월 자신의 부인과 형과 함께 백신을 맞은 것으로 드러나며 파문이 시작됐습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중국 시노팜 백신 임상 시험에 참여한 거라며 임상 참여자의 비밀 유지를 위해 그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마르틴 비스카라 / 페루 전 대통령 : 이게 바로 백신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는 카드입니다. 페루 국민께 접종 당시 말씀드리지 못한 데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하지만 임상 시험을 주도한 대학 측은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임상 시험 참가자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 12일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필라르 마세티 보건장관마저 새치기 접종을 한 것으로 드러나 페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세티 장관은 그동안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장은 배를 마지막에 떠난다"며 "기관장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터라 배신감이 컸습니다.

시노팜 백신 구매 계약을 이끌었던 엘리자베스 아스테테 외교장관도 지난달 일찌감치 백신을 맞은 사실이 알려져 지난 14일 물러났습니다.

아스테테 장관은 자신이 할 일이 많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며 접종 사실을 정당화해 많은 페루인을 격분시켰습니다.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페루 임시 대통령은 이 같은 새치기 접종자가 500명에 달한다며 분노와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 페루 임시 대통령 : 많은 공무원을 포함해 487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노팜 백신을 맞았다는 데 분노와 실망을 거듭 표합니다.]

인구 3천3백만 명인 페루에서는 123만여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4만3천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의료진이 2만 명 넘게 감염돼 의사 306명과 간호사 125명이 코로나19로 숨졌습니다.

YTN 이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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