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피해 프랑스 시골에 숨었던 노인, 마을에 수십억 유산 남겨

나치 피해 프랑스 시골에 숨었던 노인, 마을에 수십억 유산 남겨

2021.02.01. 오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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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피해 프랑스 시골에 숨었던 노인, 마을에 수십억 유산 남겨
르 샹봉 마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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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남성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족과 함께 도피했던 프랑스 마을에 수십억 원의 재산을 남겼다.

지난달 31일, 미국 CNN은 지난해 12월 90세의 나이로 사망한 오스트리아 남성 에리히 슈캄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켜준 프랑스 르 샹봉 마을에 200만 유로(우리 돈 약 27억 원)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슈캄은 아내는 있었지만 자녀는 없었으며 아내는 슈캄보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캄이 남긴 유언장에는 "나를 교육해 주고 환영해 준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자신이 남긴 돈은 학교 운영과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적혀 있었다. 시청 측은 슈캄의 의지대로 사용하고 남은 기부금은 보건소 지원과 백혈병 아동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 샹봉 부시장인 데니세 발라는 "매우 영광스럽다"며 "우리는 슈캄 씨의 뜻을 기리며 슈캄 씨가 원하는 곳에
돈을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유언 공증인에 따르면, 슈캄은 1943년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 중남부 르 샹봉에 정착해 생활했다. 르 샹봉은 1940년 이후 프랑스로 도피한 유대인들을 지켜줬으며 특히 유대인 어린이들을 환대했다.

인구 5,000명의 프랑스 르 샹봉 마을을 비롯한 주변 마을 주민들은 1940년 12월부터 1944년 9월까지 약 5,000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는 나치로부터 도망친 유대인 3,000~3,500명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1990년, 홀로코스트 추모센터 이스라엘 '야드 바셈'은 홀로코스트 피해를 입은 유대인을 지켜준 비유대인에게 바치는 '의인' 칭호를 르 샹봉 마을에 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또한 지난 2009년 4월 홀로코스트 기념식 연설에서 르 샹봉을 언급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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