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백신 개발 위해 인위적 코로나19 감염"...윤리성 논란

영국, "백신 개발 위해 인위적 코로나19 감염"...윤리성 논란

2020.10.21. 오전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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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젊고 건강한 자원자 대상 코로나19 감염 실험 준비"
감염 여부 더 확실히 밝히기 위해 ’감염 환경에 인위적노출’
"장티푸스·콜레라 등 백신 개발도 같은 방법 사용"
"희생을 줄일 수 있다면"…감염 실험 자원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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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과학자들이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자원자들에게 인위적으로 코로나19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방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는데, 비윤리적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국제부 조수현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어서 오세요.

상당히 파격적인 실험인데, 구체적인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실험 대상은 18살에서 30살 사이, 젊고 건강한 자원자들입니다.

가장 효과가 좋은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게 목적인데요.

먼저, 백신 후보 물질 접종자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는 환경에 일부러 노출시킵니다.

이후, 면역 여부와 지속 기간, 재감염 여부 등을 연구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존의 방법은 3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수만 명에게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한 뒤 실제로 코로나에 걸리는 지 아닌지를 지켜보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효과를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코로나19를 극복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장티푸스와 콜레라, 말라리아 백신 개발에도 같은 방법을 썼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실험 자원자들로서는 자칫 자신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 이런 실험에 동참하게 된 이유와 배경도 궁금합니다.

[기자]
각자 놓인 상황이나 성장 배경 등에 따라 이유는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은 이번 '팬데믹'을 하루빨리 끝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건데요.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 그리고 휴학 중인 대학생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대니카 마르코스 / 감염 실험 자원자 : 이번 실험을 통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면, 동참하고 돕고 싶습니다.]

[알라스테어 프레이저러가트 / 감염 실험 자원자 : 코로나19 위험이 매우 낮은 소수를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이 뒤따를 겁니다.]

또다른 자원자는 제3세계 국가로 불리는 베네수엘라에 뿌리가 있는 자신의 배경이 이번 실험 참가 결정을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에스테파니아 이달고 / 감염 실험 자원자 : 자원이 없는 국가가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발생 시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무력함을 느끼는 제가 이기적일지언정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아무리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고 해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 실험은 치료제가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는데요.

이번에는 감염 후 증상이 심화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서도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만큼,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이라는 지적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대변인의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마가렛 해리스 / WHO 대변인 : 실험 참여자들이 위험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이 가장 작은 사람들이 선발되도록 해야 합니다.]

[앵커]
구체적인 실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아직 정확한 실험 일정이나 실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원자의 건강을 고려하면 이번 실험이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어서요.

이런 분위기 속에 영국이 실험을 당장 강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험에 착수하기 전에 규제 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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