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맘에 안 드네..." 대통령 연설문 찢은 美 하원의장

[앵커리포트] "맘에 안 드네..." 대통령 연설문 찢은 美 하원의장

2020.02.06.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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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데, 야당 소속 국회의장이 받아든 연설 원고를 찢어버린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분위기는 처음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흰색 옷이 펠로시 하원의장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대충 연설문을 건넸고, 그녀가 악수를 청하면서 내민 손까지 외면해 버린 겁니다.

펠로시 의장의 표정이 머쓱해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연설 대부분을 치적 홍보에 할애하면서 더 화를 돋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일자리는 넘쳐나고, 소득은 급증하고, 빈곤과 범죄는 급감하고, 자신감은 치솟고, 미국은 번영하고 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카메라에 잡힐 걸 알면서 보란 듯이 네 차례나 반복했습니다.

이 두 사람, 아주 유명한 앙숙인데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미친', '신경질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왔고,

펠로시 의장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새해 국정 연설에서 보여줬던 '조롱의 물개 박수'는 연설 내용을 덮어버렸습니다.

합성 사진까지 돌 정도였죠.

펠로시 의장은 이번 사건을 활용했습니다.

악수 거부 사진과 함께 "민주당은 국민의 일을 하기 위해 우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린 건데요.

다만 연설문 찢기는 처음부터 예정됐거나, 악수 거부에 대한 앙갚음이 아닌, 진실을 찢어놓은 연설 내용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낸시 펠로시 / 미 하원의장(민주당 소속) : 그건 거짓된 선언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거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백악관과 공화당은 발끈했습니다.

연설문 찢기는 물론, 연설 중간 수시로 혼잣말하고 기립박수 중에도 연설문을 들춰본 데 대해,

바로 옆에 앉아 있었던 펜스 부통령은 '최악, 옹졸함'이라는 단어를,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밤새 식당 메뉴판 모든 메뉴를 읽는 것 같았다", "분노 발작 증세"라고 지적했고,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불신임을 촉구했습니다.

탄핵 사태로 극에 달한 트럼프와 펠로시의 감정싸움 민낯이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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