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남북 축구...남북관계 전망은?

‘깜깜이' 남북 축구...남북관계 전망은?

2019.10.16. 오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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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남북 축구, 남북관계 현주소는?
무관중, 무중계, 무응원 3無 경기, 왜?
BBC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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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정아 앵커
■ 출연 : 신범철 / 아산정책연구원 센터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더비. 외신의 평가처럼 어제 평양에서 열린 남북축구대결은 관중도 없고 생중계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경기였습니다. 북한은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요? 어제 축구를 통해서 본 남북 관계의 현 주소. 전문가와 함께 진단해 보겠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연결돼 있습니다. 센터장님, 나와 계시죠?

[신범철]
안녕하세요.

[앵커]
축구 좋아하십니까?

[신범철]
네, 저도 광팬입니다.

[앵커]
그러시군요. 축구 전문가는 아니시지만 그래도 북한에서 열린 축구 경기니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대결이었는데요. 정말 문자중계가 웬 말입니까? 중계도 못 보고 득점도 없었던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아무리 남북 간 경기지만 이런 적이 있었습니까?

[신범철]
없었죠. 최근에 저희가 남북 관계가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관계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일반적인 축구 관례로도 중계는 국가에 따라서 기술력이 부족한 나라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관중 경기를 자발적으로 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봅니다. 과거 FIFA라든가 유럽축구연맹에서 어떤 국가가 승부 조작을 했다거나 잘못했을 때 징계로서 무관중 경기를 한 적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어느 국가가 자발적으로 자신들 경기장에 아무런 관중도 오지 못하게 하는 건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벌칙성으로 관중이 없게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주최 측이 자발적으로 관중이 없게 한 경우는 거의 처음이다?

[신범철]
FIFA 회장도 이번에 사실은 관람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아쉬움을 자기들 홈페이지에 게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뭐 이런 경기가 다 있냐,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생중계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잖아요[신범철] 그렇죠. . 북한의 방송 기술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뛰어납니다. 이미 HD 기술로 해서 화질도 좋고요.작년에 9.19 평양 정상회담 때처럼 생중계가 가능한 거죠. 그때도 저희 인력이 갔지만 북한도 같이 함께 방송을 해서 우리가 실시간으로 평양 상황을 받아보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생중계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금 전에 영상 일부가, 지금 보는 화면인 것 같은데. 일부 영상이 공개됐는데 이건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찍은 영상인가 봐요.

[신범철]
그래서 자기가 이렇게 SNS에 올린 걸로 알고 있고요. 아마 북한 측도 녹화 중계는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DVD가 내일 정도에 도착한다는 보도도 있는데 그래서 녹화중계로 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하지만 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시간 중계를 하지 않았다는 거나 특히 무관중 경기를 했다는 건 상당히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앵커]
어쨌든 지금 이 영상은 인편으로 보낼 예정이고 2019년에 저희가 녹화중계를 봐야 하는 이런 상황이 된 겁니다.

[신범철]
참으로 아쉽죠.

[앵커]
그렇죠. 김일성경기장이 4만 관중 입장할 거다,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 어제 북한 관중도 안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신범철]
그렇습니다. 아마 당국 차원에서 이번에는 무관중 경기를 한다 이런 지침이 내려온 것 같아요.

[앵커]
왜 그랬을까요?

[신범철]
그 부분은 김일성경기장 자체는 사실 북한으로서는 상징적인 존재예요. 이것을 만든 건 69년에 만들어졌지만 그 이후에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대중연설을 거기서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김일성 주석과 연계되는 정치적 상징성을 지녀서 북한에서는 김일성경기장에서 하면 반드시 이겨야 된다. 그래서 과거 북한의 전력이 열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월드컵 예선인가요? 북한보다 훨씬 강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이겼다고 제가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튼 그런 상징적인 공간인데 무관중 경기를 한 건 의외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김일성경기장의 상징성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되는데 반드시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지금 관중을 안 들여보냈다 이럴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신 거죠? [신범철] 그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거죠. 지금 봐서는 전력 차가 확연한 거죠. 결과적으로 0:0인데 여러 가지 다른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다고 보여지고요.

그렇지만 무관중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북한 측이 승률이 높았다. 자신들의 전력이 강하다 하면 오히려 많은 관중들을 동원해서 북한 측을 응원하고 북한이 승리를 할 경우 그것을 다시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승리로 재포장하는 그러한 선전선동이 있을 수 있는데 전력이 열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는 경기 뭘 보게 하냐,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그렇군요. 찔끔 공개된 영상을 보면 선수들 간에 경기 전에 신경전도 상당할 것 같은데. 어쨌든 결과도 0:0 무승부로 끝난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뭐했냐. 이런 불만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조금 더 세밀하게 개입할 방법은 없었을까요?

[신범철]
정부는 노력을 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서 가능하면 생중계, 그리고 관중 입장 또 우리 응원단도 보내려고 했잖아요, 사실은. 그런데 북한이 거절을 한 거죠. 저는 이번 월드컵 예선전에 무관중이라든가 생중계 실패는 북측의 거부로 인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남북 관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어느 한 분야가 쭉 앞서 간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러한 하나하나가 정상화될 때, 일단 보통국가 관계의 수준이라도 정상화될 때 남북관계가 실질적인 진전을 거둘 수 있다고 보는데요. 아무튼 이번에 우리 정부는 생중계나 우리 응원단을 보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북측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거절했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앵커]
그러면 이제 전문 영역으로 넘어가서 축구 경기를 통해서 본 남북 관계의 흐름을 보겠습니다. 이번에 중계진, 기자진, 응원단 모두 허용하지 않은 북한의 속내를 일단 어떻게 보십니까?

[신범철]
결국 큰 틀에서는 전략적인 문제를 먼저 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전략적인 문제라고 하는 것은 결국 미국하고의 비핵화 협상을 잘해서 북한에게 보다 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제재도 해제되고 다음 단계에서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자신들의 주도로 풀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보다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가능하면 북한과 타협을 해라, 더 많은 양보를 해라, 이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역할을 우리 정부가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으니까 불만의 표시로 이렇게 계속해서 압박을 더욱더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북한은 남북관계보다는 일단은 선비핵화 협상이 더 급선무인데 결국은 남한이 미국을 움직여달라, 이런 압박이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그런 취지의 메시지를 그간 계속해서 던져왔어요. 사실 작년 9.19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 우리 정부가 북한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제재 완화 이야기를 한동안 한 적이 있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다가 국제 공조에 방점을 맞추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한국에 대한 비난을 많이 해 왔고 그 과정에서 민족 공조하자, 우리 민족끼리 해야 한다, 이런 압박을 간접적으로 전해 왔던 거죠.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남북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또 비핵화 공조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그 부분에 있어서 북한은 불만을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북미 협상이 잘 돼야 될 텐데 지난번에 한 번 접촉이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속시원하게 풀린 것 같지는 않아 보이거든요. 북한은 지금 미국이 조금 더 내놔라 이런 입장이고 미국은 북한이 해결 의지를 갖게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오늘 이런 메시지도 나온 상황이라서요. 어떻게 보십니까?

[신범철]
북한은 아무래도 연말까지 기다리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실무협상을 하더라도 더 압박할 거라고 봤습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취지로 말씀을 드렸는데 일단은 미국이 10월달에 제시한 안은 북한은 이미 확보한 안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더 미국을 밀어붙이겠다 하는 셈법에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거죠. 미국이 추가적인 양보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입장을 계속 견지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해요. 미국에서 제재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 제가 주목하고 있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한동안 북한 문제 관련한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그건 고민 중에 있다는 거죠.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에 북한과 타협을 시도한다, 더 양보를 하게 된다고 하면 12월 내에 실무협상이 타결되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면 사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북한이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새로운 길이 뭔가를 또 언급하면서 지금도 시사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걸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상황을 평가해 보면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평가를 합니다.

[앵커]
일단 연말까지가 주목되는데 북한이 내년에 새로운 길로 가지 않으려면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타협으로 어떤 양보안까지 내놓을지 이 부분을 주목해서 봐야 되겠군요?

[신범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걸 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농축우라늄 시설을 동결 정도 하면 북한에 석탄 수출이라든가 섬유 수출을 3년 동안 유예를 하겠다. 일종에 제재 완화가 포함된 거래안을 던지긴 한 것 같아요. 미국도 많이 유연해진 거죠. 당초 일괄타결을 한다고 하다가 약간 양보한 것인데 그런데 북한은 그런 유예가 아니라 영구적인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경우에는 다음 번에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어떻게 대화로 다시 견인할 수 있을까, 미국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를 하는 건 미국 국민들에 대해서 내가 외교를 이렇게 잘했다는 걸 선전하고 싶어 할 텐데 잘못하면 나쁜 거래에 합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어느 선에서 거래를 해야지 좋은 거래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상황에서 거래를 하지 않을 때 북한의 행보는 무엇이고 그것이 자신의 대선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이런 고민을 하기 때문에 지금 침묵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북한과 미국 간의 접점이 찾아질지 지켜보도록 하죠.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신범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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