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공정 무역' 외치던 아베...왜 지금 '보복'?

G20 '공정 무역' 외치던 아베...왜 지금 '보복'?

2019.07.01. 오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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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정부가 우리 산업계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제 제재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징용 배상 판결에 관련된 조치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보복 조치가 분명해 보입니다.

도쿄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보연 특파원!

이번에 내려진 제재 조치 내용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경제제재 조치는 담당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오늘 오전에 발표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에 반도체 재료를 수출할 때 규제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한 것입니다.

이런 규제의 대상이 되는 품목은 3개로 전문적인 품목이라 이름이 어렵긴 합니다만 불화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그리고 고순도불화수소라는 재료입니다.

이중 '불화 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 부품으로 사용되고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본 기업이 이 3개 품목을 한국 기업에 수출할 때 여러 품목의 한꺼번에 모아 일본 정부에 수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비교적 간편했는데요.

제재가 시행되면 이 3개 품목에 대해서는 계약 건마다 허가와 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해 깐깐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시행은 당장 오는 4일부터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 재료들을 수입하는 한국 업체들은 원활한 재료 조달이 어렵게 돼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현지 언론은 반도체와 휴대폰, 가전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과 LG 등 한국 대표기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믿을 만한 국가를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로 정해 이들 나라에 고성능 전자 통신 물품을 수출할 때 행정 편의를 좌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백색국가로 현재 지정돼 있지만 여기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가 밝히는 제재 조치의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본 정부는 한일 양국간 신뢰 관계가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공식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서 기자들이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된 대항 조치가 아내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한국 기자는 물론 일본 기자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관련 일본 기사는 대부분 징용 배상 문제 등 악화한 한일관계에 대한 사실상 대항 조치 혹은 ‘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적도 있고 한국만 골라 제재를 가한 점으로 봐서도 보복 조치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내용들인가요?

[기자]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한국이나 일본 언론에서 지적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불화수소에 대해서는 일본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게 없으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보복 수단으로 예상됐던 재료입니다.

백색국가에서 한국 빼버려 타격을 주는 방안은 일반적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보입니다

보복 조치의 시기도 의외입니다.

사실 보복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기사는 어제 일본 산케이신문이 단독으로 보도한 것인데요.

일본 오사카에서 치러진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의장으로서 폐회식 공동성명 때 ‘공정하고 차별없는 무역'을 실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 세계에 밝힌지 딱 하루 만에 이런 기사가 나왔고요.

그리고 또 하루 만에 일본 정부가 똑같은 내용의 발표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주일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우리 담당자들도 사전에 아무 언질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일본 당국자들이 치밀하고 조용하게 준비한 뒤 오사카 G20이 끝나자마자 ‘공정하고 차별 없는 무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표를 하려고 오래전부터 기획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앵커]
왜 하필 지금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궁금한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달 21일에 치러지는 일본 국회의원선거가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아베 총리는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에 등극하게 되는데요.

아베 총리의 지상 소원이 바로 헌법 개정입니다.

2차대전 패전 후 만들어진 현행 헌법에는 군대보유 금지, 전쟁금지 규정이 있는데 이 부분을 꼭 고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조항을 넣어 헌법을 고치려면 일단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일본은 참의원과 중의원 2개의 국회가 있는데 이중 이번 선거는 참의원 선거입니다.

개헌은 이 두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통과가 되면 국민투표에 붙여 과반을 얻어야 개헌이 완성됩니다.

개헌의 국회 정족수는 모두 의석 3분의 2찬성입니다.

현재는 중의원 참의원 모두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자민당과 연립 정당 등 범 여당 의석이 3분의 2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국회조차 통과가 안되기 때문에 아베 총리로선 개헌 시도조차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 총리로서는 어떻게든 이번 선거에서 3분의 2이상을 차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선거에 이기기 위한 마땅한 카드가 현재로서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경제 이슈도 생각보다 신통치 않고 아베 내각의 각종 부정부패도 많았고요.

아베 총리가 가장 자랑하는 게 바로 외교성과인데요.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성과도 별로고 선거 때마다 일본에 큰 위협이라며 보수층 결집에 큰 역할을 한 북한을 두고도 지금은 비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가 크게 의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협상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 역할을 우리나라에 맡긴 게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악화한 한일관계가 아베 총리지지 세력인 보수층과 우익의 지지를 얻고 있고 일반 시민들의 지지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이런 조치를 통해 한일관계가 악화하면 당장 선거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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