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2019.06.23. 오전 08: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AD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0일이 넘게 지났습니다.
침몰 유람선을 인양한 뒤 사고 현장은 언제 그런 참사가 있었느냐는 듯 평온합니다. 다뉴브 강에는 정확한 사고지점을 표시한 빨간 부표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대신 사고 지점을 마주한 강변에는 헝가리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안타까운 희생을 애도하는 꽃과 촛불이 놓였습니다. 내리쬐는 햇볕에 꽃은 금세 시들었고 촛불 역시 차가운 밤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꺼졌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국화와 촛불이 새로 놓였습니다. 헝가리 시민들 역시 이번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I am sorry"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전한 말

일주일 조금 넘게 부다페스트 현지 취재를 하는 동안 헝가리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I am sorry." 그들은 한국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유람선 침몰 사고 지점을 함께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침몰한 허블레아니 호를 인양하기까지 1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고 지점 주변은 사고 수습을 위해 통제됐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습관처럼 거닐던 산책로를 이용할 수 없어도,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못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습니다. 허블레아니 호가 무사히 인양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국민과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민, 그리고 관광객까지, 서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가장 아름다운 밤이 되어야 했던 그 날의 참사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남긴 꽃과 촛불, 그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메모입니다. 누군가 엽서에 적은 문구가 유독 눈에 띕니다. "가장 아름다운 밤이 돼야 했던 분들을 추도합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눈부셨습니다. 그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마주한 참사.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어두운 다뉴브 강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희생자들의 여행은 하나같이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그래서 더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효도여행을 온 노부부, 우정여행을 온 수십 년 지기 친구. 3대가 함께 온 가족여행. 그리고 이 화기애애한 여행을 인솔한 한국인 안내자도 희생자에 포함됐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인솔하던 딸을 잃은 어머니가 남긴 메모도 있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보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안타깝게도 아직 어둡고 차가운 강물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가 남아 있습니다. "이제 돌아가야죠. 얼른 오세요. 언제까지든 기다릴게요." 실종자가 모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약속의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우리 정부는 단 한 명의 실종자도 남겨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구조대는 지금도 다뉴브 강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찾지 못한 실종자 3분을 남겨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저 역시 꽃을 남겼습니다.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고 싶었지만, 돌아서는 발길은 여전히 무거웠습니다. 하루빨리 남은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와이파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꽃은 시들고 촛불은 꺼지지만 기억하겠다."



##홍성욱[hsw050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