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토리] 소년들이 사라진 이유

[Y스토리] 소년들이 사라진 이유

2024.03.28. 오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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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YTN 기획보도 <소년들은 왜 사라졌는가? '선감학원'>편
* 한국영상기자협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
[Y스토리] 소년들이 사라진 이유
​▲ [왓슈] 소년들은 왜 사라졌는가? '선감학원'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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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했던 국가폭력의 현장을 마주하며

부끄럽게도 선감학원 희생자 묘역을 마주하기 전까지 선감학원이 어떤 곳이었는지 몰랐습니다. 일제에 의해 세워져 40년간 운영되며 아동 인권유린의 온상이 된 ‘선감학원’. 행색이 남루한 아이들을 부랑자로 몰아 잡아 가뒀습니다. 굶주림과 폭행에 시달리던 원생들은 선감학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갯벌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선감학원 희생자 묘역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분묘가 100여 기 넘게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2차 시굴 결과 발표가 있던 날, 발굴된 묘를 아직 발굴하지 못한 분묘 위에서 취재하는 낯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발굴된 무덤의 크기는 작았고, 아직 발굴하지 못한 분묘의 봉분은 낮았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주검 위에서 세상에 드러난 얼마 안 되는 유품과 유물을 취재하려니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덤 속에서 친구의 유품을 발견한 희생자는 오열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흘렀다 한들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더 알려야만 하는 이야기​

이 사건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원생들의 시신이 묻힌 곳은 산성토양이었고, 관도 제대로 쓰지 않은 가매장이라 시신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치아 말고는 유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품도 드물게 발견됐습니다. 심지어 유품도 치아도 나오지 않은 분묘도 여럿 있었습니다. 묘역 전체를 서둘러 발굴을 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으로 평생 힘들게 살아온 피해자들은 한 명, 두 명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도 70세를 넘겼습니다. 정부로부터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피해자들의 명확한 요구와 정부의 미온적 반응

피해자들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정부의 사과, 유해 전면 발굴, 추모 공간 조성. 선감학원 운영의 책임이 있는 경기도는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부랑아 단속과 불법 모집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아직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유해 발굴에 대한 어떠한 견해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사과를 약속했지만, 아직 시점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시점을 정해 사과할 일인가 싶습니다. 사과를 기다려야만 하는 피해자들의 실망도 겹겹이 쌓여만 갑니다. 얼마 전 경기도가 유해 전면 발굴에 나서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면 발굴은 정부와 경기도가 합의해 진행할 일이었지만 경기도가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해 12월 안산시의회는 ‘안산시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추모사업 지원 조례안’을 가결했습니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은 누구나 알고 있는 국가폭력의 사례입니다. 이들보다 먼저 세워졌고, 40년간 아동 인권유린이 자행된, 아직 사망자의 수를 다 밝히지도 못한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선감학원을 나온 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분들의 바람은 결코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정부의 사과와 합당한 보상입니다. 정부가 나서길 기대합니다. 정부의 반응이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 사건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글: 영상기획팀 강영관

YTN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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