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보라카이 재개장,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취재N팩트] 보라카이 재개장,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2018.12.04.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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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환경훼손으로 몸살을 앓던 곳이죠.

필리핀의 관광지 보라카이 섬이 필리핀 정부의 의지로 6개월 동안 폐쇄됐다가 지난 10월 다시 문을 열었는데요.

우리 관광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뭔지 보라카이를 다녀온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최두희 기자!

최 기자, 필리핀 보라카이 섬을 재개장 이후에 다녀왔죠. 섬 폐쇄 이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던가요?

[기자]
우선 보라카이 섬을 방문할 수 있는 1일 관광객 수가 제한됩니다.

보라카이 재개장 전에 하루 4만 명 정도를 수용했다면, 재개장 이후엔 이 기준이 만 9천 명으로 낮춰진 건데요.

여기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호텔이나 리조트만 섬에서 운영을 재개할 수 있고 관광객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숙박업소의 바우처가 있어야만 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관광객은 해변에서 불꽃놀이도 할 수 없고, 선베드도 금지인데요.

해변에선 음주와 흡연은 물론, 허가 없는 모래성 쌓기도 해서는 안 됩니다.

반려견을 데려와서도 안 되고, 스쿠버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도 당분간 제한되는 데다 허용된 곳에서만 일부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보라카이 섬의 환경은 깨끗해졌지만, 일각에선 다소 심심한 섬이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하지만 일부 관광객들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필리핀 정부는 보라카이 재건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군요?

[기자]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필리핀 관광부 차관을 직접 만났는데요.

관광부 차관은 오히려 보라카이 재개장 이후 보라카이를 찾은 관광객들의 피드백이 고무적이었다고 반문했습니다.

여기에 보라카이 재건 노력이 장기적으로 관광객에게 긍정적인, 유쾌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고도 확신했는데요.

필리핀 관광부 차관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베니토 벵존 주니어 / 필리핀 관광부 차관 : (보라카이 재개장으로 얻은 교훈은) 자연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경제활동과 자연 보호 간에 섬세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당국은 내년 말까지 모두 3단계로 보라카이 재건 노력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보라카이에 이어, 팔라완의 엘니도 섬 등 필리핀의 다른 주요 관광지 점검도 차례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보라카이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뭘까요?

[기자]
보라카이는 인간이 자연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환경훼손이란 극단적 결과가 빚어진 데다 이에 대한 처방 역시 섬 폐쇄라는 극단적 형태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관광지의 현실과 사뭇 다른 부분이 있어서 보라카이의 사례를 직접 적용할 수는 없는데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의 경우엔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서울 북촌, 제주도 등입니다.

사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하기엔 일부 유명 관광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곳들에 한해서라도 관광수용력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전문가의 말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이훈 /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자연을 이용하되 자연이 수용할 수 있는 생태적인 힘들, 수용력의 차원에서 관리되는 활용을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즉 자연과 또 생태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좀 공정하게 맺을 필요가 있고요. 이렇게 공정한 관계가 회복되는 관광이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또, 근본적으로는 성과 중심이 아닌 자연과 사람의 관계 중심으로의 관광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 주민과 관광객, 그리고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문화부에서 YTN 최두희[dh022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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