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日 폭우 사망·실종 200명 육박...방재 선진국 맞나?

[취재N팩트] 日 폭우 사망·실종 200명 육박...방재 선진국 맞나?

2018.07.10.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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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며칠간 일본 서남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났습니다.

이제 비는 그쳤지만 구조와 수색이 본격화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지는 양상인데요.

재해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왜 이렇게 큰 피해가 났는지, 그리고 대처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도쿄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보연 특파원!

사망 실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파악된 인명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일본 정부의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집계를 하고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주요신문은 요미우리신문의 집계결과를 보면, 사망자는 127명, 실종자는 61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본 서남부 지역 14개 현에서 사망 실종자가 나왔습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곳은 원폭 기념관으로 유명한 히로시마현으로 사망 47명, 실종 50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히로시마현 바로 동쪽인 오카야마현에서는 사망 실종사를 합쳐 41명, 히로시마현 바로 남쪽 에히메 현에서는 사망 실종자를 합쳐 25명입니다.

다친 사람도 물론 많겠지만, 사망 실종자가 워낙 많다 보니 부상자를 집계한 언론사는 없습니다.

피해 지역에는 구조 당국의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해 발생 후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는 시간이 72시간이라고 하는데 이미 이를 지난 곳이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주택이나 농경지 침수, 도로 붕괴 등 재판 피해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어느 정도로 파악되나요?

[기자]
특히 침수 피해가 심합니다.

일례로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를 들 수 있는데요.

여기서만 주택이 무려 4,700 채가 물에 잠겼습니다

시 전체 주택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면적으로 치면 서울 여의도의 4배 가까이 되는 지역이 완전히 물바다가 된 것입니다.

이곳 말고도 침수된 곳을 부지기수입니다.

농업 관련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농림수산성이 잠정 집계 해보니 농업 관련 피해액이 우리 돈으로 약 250억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농작물 피해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지역이 많아 피해액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도로가 무너지거나 산사태가 난 곳은 200곳이 넘는다고 일본 국토교통성이 밝혔습니다.

이런 침수와 붕괴 사고는 곳곳에서 일어났지만, 앞서 전해 드린 대로 현재는 인명 구조 활동에 주력하고 있어 정확한 재산피해 규모는 파악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 사망, 실종자가 거의 200명에 육박하던데 비로 인한 피해로는 상당히 커 보입니다.

특히 자연 재해 대비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이렇게 큰 피해가 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어마어마한 피해가 난 건 역시 비가 내려도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방재 대책이 잘돼 있다고 해도 이런 대책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수준의 비가 왔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서남부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입니다.

이 나흘간 강수량이 1687mm를 기록한 곳이 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600mm 정도고, 일본 연평균 강수량이 이보다 조금 많은 수준인데요.

결국 1년 동안 내릴 비가 나흘간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인명 피해가 특히 컸던 히로시마, 오카야마, 에히메 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1000mm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즉 웬만한 비에는 끄떡없는 수해 방지 시설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훨씬 초과한 폭우가 단기간에 내리면서 이런 시설들이 제 기능을 못했고, 결국은 인명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불가항력인 부분도 있겠지만 폭우에 대비한 시스템이나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는 없었나요?

[기자]
인재와 관련된 부분인데요.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해당지역에는 폭우가 심각해지면서 호우 특별 경보가 내려졌는데요.

특별경보는 생명이 곧 위험할 수 있으니 대책을 마련하라 즉 대피하라는 뜻인데 이 경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기상청이 경보 발령을 하면 해당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사전에 이런 정보를 받겠다는 신청을 한 주민들에게만 이메일로 알려 신청을 안 한 주민들은 경보 발령 사실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입니다.

지역 라디오 방송이나 거리에 설치된 스피커로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라디오 방송의 경우 못들은 사람이 많았고 거스 스피커 방송은 안 한 곳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히로시미의 경우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인명피해가 났는데 과거부터 지반이 약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러차례 나왔지만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도 드러났습니다.

[앵커]
아베 총리는 중요한 해외 순방 일정도 취소하고 피해 복구에 전념하겠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비난을 받고 있지요?

[기자]
아베 총리는 당초 내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벨기에,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모두 취소했습니다.

폭우 피해가 워낙 커 국내에서 피해 복구나 지원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라는 게 일본 정부 측의 설명입니다.

이런 결정에도 아베 총리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폭우가 시작된 지난 5일 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집권 자민당 의원들과 술을 마신 일이 구설에 오른 겁니다.

이런 상황은 참석 의원들이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는 아베 총리와 기시다 전 외무상, 오노데라 방위상 등 4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석해 술잔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식이 벌어지던 시간에 이미 서일본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고 .

그 이전에 20만 가구에 피난 지시나 피난 권고가 각각 내려졌습니다.

일부 언론과 SN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이런 술판이 가능한가" "이게 위기 관리냐" 등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문제가 심상치 않자 스가 관방장관이 이에 대해 "호우에 대해선 확실히 대처하고 있다. 해야 할 것을 확실히 하고 있으면 문제없다"고 밝혔는데요.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일본 정부가 "호우에 대해선 확실히 대처하고 해야 할 것을 확실히 했다"고 다시 말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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